전남 첫 국립의대 신설추진…"교육시설·교수확보 회의적"
순천대 "지역의료 인프라 개선 목표 추진"
의료계 "의학교육 질·부속병원 확보 의문"
"학령인구 감소 속 지방 미니의대 통합을"
![[순천=뉴시스] 김혜인 기자 = 지난해 8월9일 오후 전남 순천시 전남도 동부지역본부 이순신강당에서 전남 국립 의과대학 설립을 위한 도민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2024.08.09. hyein0342@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4/08/09/NISI20240809_0020476299_web.jpg?rnd=20240809141527)
[순천=뉴시스] 김혜인 기자 = 지난해 8월9일 오후 전남 순천시 전남도 동부지역본부 이순신강당에서 전남 국립 의과대학 설립을 위한 도민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2024.08.09. [email protected]
11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통합을 전제로 국립의대를 신설하기로 뜻을 모은 국립순천대와 국립목포대는 내년 3월 개교와 의대 신설을 목표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 예비인증을 신청하고 대학통합 신청서를 최근 교육부에 제출했다. 국립순천대 측은 지역 의료 인프라 개선과 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남 지역에도 국립 의대 신설이 필요하다며 신설하는 의대 '국립한국제일대학교'(가칭)의 정원으로 200명을 신청했다.
의료계는 학령 인구 감소로 지방 대학을 중심으로 학과 폐지와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순천대와 목포대 통합이 꼭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하지만 "단시간 내 의학교육의 질을 확보하기 어렵고 예산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며 지역 의료의 질을 개선하는 방법을 두고 두 대학과 이견을 보이고 있다.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 A 필수 진료과 교수는 "1년만에 의대 교육 시스템을 완성하고 목포와 순천에 몇년 내로 의대 교육을 뒷받침할 수 있는 부속병원까지 개설해 운영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전남 지역 첫 국립의대의 경우 순천과 목포에 각각 교육관이 설치되고, 부속병원도 각각 설립될 계획이다. 의대 정원도 순천 캠퍼스와 목포 캠퍼스에 각각 100명씩 배분된다.
A 교수는 "(2024년 기준) 서울대 의대와 경희대 의대 정원이 각각 100여 명 수준으로, 100명 규모의 정원을 감당할 만한 교수진과 부속병원을 갖추고 있는 곳이 서울대병원과 경희대병원"이라면서 "이들 병원의 교수와 교육시설을 (전남 국립의대가) 2~3년 내로 갖추는 것은 기적이 여러 번 일어나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왕고래(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못지 않은 예산낭비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수련병원 부지를 확보하고 시설 등을 갖추려면 수 년이 걸리고, 특히 인적자원인 의대 교수 등을 양성해 확보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지방에 의대생을 늘려도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근무하는 수련병원이 부족하면 결국 수도권 병원 쏠림 현상이 나타나 지역 의료의 질 개선이라는 의대설립 취지가 흐려질 우려가 있다. 국가별로 의대 입학 자격이나 교육 기간, 수련 병원 운영 체계 등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미국·일본 등에서는 의대나 수련 병원의 교육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의대 입학 정원을 줄이거나 아예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고 있다.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지난해 3월25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개신동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4층 해부학실습실이 텅 비어있다. 2024.03.25. jsh0128@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4/03/25/NISI20240325_0001509964_web.jpg?rnd=20240325153658)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지난해 3월25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개신동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4층 해부학실습실이 텅 비어있다. 2024.03.25. [email protected]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 B 교수는 "학령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만큼 의대교육 개선 방향은 지방 소규모 의대들을 통합하고 수준 높은 부속병원을 지방에서 육성하는 것"이라면서 "난립 중인 미니 의대를 지역별로 통합하고, 국가에서 부속병원과 의대를 지원해 의사와 환자들이 지방에 머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역·필수의료 붕괴를 막겠다며 지난해 지방 의대를 중심으로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확대했다. 전국 의대는 내달 개강을 앞두고 있지만 교수 충원과 강의실 확충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충북대 의대는 지난해 의대 증원에 반대해 휴학한 의대생과 신입생(125명)이 올해 한꺼번에 수업을 듣게 되면 기존의 3.6배가 늘어난 170명 가량에 달한다. 그러나 대형 강의실은 늘어난 인원을 수용하기엔 역부족이고, 소형 강의실도 16개 중 4개만 마련됐다. 의대 교수도 모집 인원의 약 70%인 27명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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