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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속 1시간의 공포"…홍콩 화재 생존자가 전한 절망

등록 2025.11.29 17:3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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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사진=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서울=뉴시스](사진=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홍콩 북부 타이포의 아파트 화재로 최소 128명이 사망한 가운데, 한 생존자가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상세히 전했다. 

29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26일부터 홍콩 북부 타이포의 32층짜리 아파트단지 '웡 푹 코트' 7개 동에서 43시간 동안 화재가 이어졌다. 이 사고로 최소 128명이 사망했다.

극적으로 생존한 아파트 단지 2층 주민 윌리엄 리(40)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다음과 같이 당시의 참상을 전했다.
 
그는 화재 발생 당일인 지난 26일 오후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아내의 전화를 받고 아파트에 불이 났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바로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갈 준비를 했다.

하지만 현관문을 열자마자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그는 문을 여는 순간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복도는 짙은 연기에 완전히 휩싸였다.

휴대전화 손전등을 켜보려 했지만 시야는 전혀 확보되지 않았고 숨쉬기도 힘들었다. 결국 문을 닫고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비상구를 통해 로비로 대피할 수 있는 상황인지 물었지만 로비가 불바다라는 아내의 말을 듣고 대피로가 끊어졌음을 알게 됐다.

그는 "집이라는 연옥에 갇히게 됐다. 어쩔 수 없이 무력하게 구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의 공포를 회상했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은 그는 수건에 물을 적시고 있을 때 복도에서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젖은 수건을 움켜쥐고 뛰쳐나갔다. 연기로 인해 눈물이 흐르고 목이 타는 듯 뜨거웠지만 복도 벽을 더듬으며 나아가 한 쌍의 부부를 끌고 자신의 집 안으로 들이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인생의 많은 일은 통제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내 몸은 내가 통제할 수 있다고 항상 생각했다"며 "그런데 마지막 통제권마저 화염에 의해 무자비하게 빼앗겼다"며 무력감을 토로했다.

화재 발생 약 1시간 후, 창문 근처에서 소방관을 봤다. 이에 그는 손전등을 흔들어 구조 신호를 보냈고, 결국 오후 6시께 고가 사다리를 통해 구조가 이뤄졌다. 
 
그는 "짙은 연기보다 더 숨 막히게 한 것은 철저한 무력감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거기에 앉아 있는 것뿐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구조를 기다리며 귀중품과 자녀의 장난감, 아내의 애장품 중 무엇을 챙겨 나갈지 생각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했다. 

윌리엄 리는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번 화재는 32층 아파트 단지 7개 동에서 발생했으며, 약 43시간 만에 진압됐다. 사망자는 소방관 1명을 포함해 128명, 부상자 79명, 실종자 약 200명으로 집계됐다. 당국은 29일부터 사흘간 공식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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