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사람 무는 격"…대만, TSMC 기술 유출 수사 타깃은 美·日기업
대만, 국가안보법 확대 후 도쿄일렉트론·인텔 관련 수사 착수
기술 보호 강화 속 미국과의 무역·안보 관계 긴장 고조
![[타이베이=AP/뉴시스] 11일(현지 시간) 파이내셜타임스(FT)에 따르면 대만 검찰은 지난주 일본의 반도체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의 현지 자회사를 기소했다. 이 회사가 대만의 반도체 제조사 TSMC의 영업비밀 도난을 방지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사진은 2022년 10월 14일(현지 시간) 대만 타이페이 세계무역센터에서 열린 엑스포에서 반도체기업 TSMC 로고. 2025.12.11.](https://img1.newsis.com/2025/03/06/NISI20250306_0000161703_web.jpg?rnd=20250903011937)
[타이베이=AP/뉴시스] 11일(현지 시간) 파이내셜타임스(FT)에 따르면 대만 검찰은 지난주 일본의 반도체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의 현지 자회사를 기소했다. 이 회사가 대만의 반도체 제조사 TSMC의 영업비밀 도난을 방지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사진은 2022년 10월 14일(현지 시간) 대만 타이페이 세계무역센터에서 열린 엑스포에서 반도체기업 TSMC 로고. 2025.12.11.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대만이 개정된 국가안보법에 따라 최근 자국의 핵심 반도체 산업을 대상으로 '영업비밀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그 대상이 중국이 아닌 미국과 일본 등 대만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 기업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경쟁력의 핵심인 기술·정보의 부정 취득을 법적으로 제재하겠다는 취지지만, 정작 그간 기술 절도의 주범으로 지목돼온 중국은 빠졌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파이내셜타임스(FT)에 따르면 대만 검찰은 지난주 일본의 반도체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의 현지 자회사를 기소했다. 이 회사가 대만의 반도체 제조사 TSMC의 영업비밀 도난을 방지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말에는 지난 7월 TSMC를 떠나 인텔에 합류한 로웨이런 전 TSMC 부사장의 자택 두 곳에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검찰은 그가 인텔에 '국가 핵심 첨단기술'을 제공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대만의 법률·산업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대만을 세계 경제의 필수 축으로 만든 기술을 이제야 제대로 보호하기 시작했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FT는 "국가안보법 발효 이후 첫 영업비밀 사건의 대상이 중국이 아닌 일본의 공급업체와 미국의 고객사이자 경쟁사"라며 "두 기업 모두 대만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에 속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딜' 가능성을 언급하고, 대만에 대해 "미국 반도체 산업을 훔쳤다", "미국 안보 지원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발언하는 등 논란이 잇따르는 가운데 등장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 대만계 반도체 기업 간부는 이번 수사가 "개가 사람을 무는 게 아니라, 사람이 개를 무는 격"이라고 표현했다. 중국의 인재·기술 유출이 문제였던 기존 인식이나, 대만이 미국 기술을 빼갔다는 트럼프의 주장과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는 뜻이다.
반도체 기업에 투자한 미국계 펀드 임원도 "대만의 이번 조치는 지정학적 안보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며 "대만이 정말 미국의 반도체 제조 부활 노력을 상대로 수사를 벌일 여력이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꼬집었다.
TSMC는 제조업 부활을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속에 지난 3월 미국 내 투자 계획을 1000억 달러에서 1650억 달러로 증액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를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으며,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려는 목표를 강조해 왔다. 이는 TSMC의 단독 확장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대만이 미국의 외교·안보적 지지를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검찰이 사건 판단 시 정치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담강대학교 제임스 천 교수는 "대만은 현재 미국의 20% 관세 인하를 위한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이라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운 처지"라며 "라이칭더 총통의 대중 강경 노선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미국의 외교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이번 사건을 지렛대로 활용하고 싶어할 수 있겠지만, 사법 시스템에 직접 개입할 수는 없다"며 "매우 정치적이고 민감한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2022년 개정된 국가안보법은 '국가 핵심 첨단 기술'을 해외로 무단 이전할 경우 처음으로 형사 처벌하도록 규정했다. 이는 중국으로의 기술·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도입된 조항이다. 개정안은 중국으로 기술을 유출할 경우 미국·일본 등 우방국으로의 유출보다 훨씬 무거운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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