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지나온 삶을 되짚는 성찰의 기록…'나는 용서도 없이 살았다'
![[신간]지나온 삶을 되짚는 성찰의 기록…'나는 용서도 없이 살았다'](https://img1.newsis.com/2025/12/16/NISI20251216_0002019798_web.jpg?rnd=20251216151302)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한국 전통 서정시의 맥을 이어온 이상국 시인의 열번째 시집 '나는 용서도 없이 살았다'(창비시선 528번)가 출간됐다.
'나는 용서도 없이 살았다'는 저자 이상국 시 세계의 정수이자, 평생을 시와 더불어 살아온 노(老)시인이 지나온 시간을 되짚는 성찰의 기록이다.
시인은 오래된 기억 속으로 들어가 지나온 삶을 응시하며 인생을 성찰한다. 그의 인생론은 "지나온 시간에 대한 섬세한 기억"(해설)을 바탕으로 한다. 시인은 "사람이 살려고/ 너무 애쓰는 일을 재앙"으로 여기며 "가난하면 세상에 미안한 일이 적다"('핑계')라고 말한다.
시인은 '너에게'에서 "네게 내 인생의 대부분을 쓰고도/ 나는 용서도 없이 살았다"고 고백하며, "산다는 건 누구나 제게서 멀리 가는 일"이라는 깨달음에 이르러 이별과 상실의 고통까지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장석남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나는 용서도 없이 살았다'는 저녁 강가에 잠시 서 있다가 문득 바람의 결을 느끼게 되는 순간처럼 우리 곁에 조용히 다가온다"며 "시인은 저녁에게 '울지 마라 슬픔들아'라고 쓰지만, 그 말의 뒤편에는 오래 묵은 흙냄새와 살림살이의 낮은 물결 자국들이 새겨져 있다. 삶이 가벼울 리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기에 가능한 말"이라고 했다.
이어 "(이상국의 시는) '속 시원한 깨우침' 같은 것은 없다"며 "시인은 그런 것은 우리 삶에 없으며 그저 '어둠의 등에 업혀 집으로' 가는 저녁을 맞이할 뿐이라고 넌지시 일러준다"고 덧붙였다.
"너는 때로 구름처럼 다정했으나/ 나무들이 침묵하고 비가 지나가는 동안/ 사랑은 어떻게 왔다 갔으며/ 저녁이 오고 밤이 가는 데까지/ 너 때문에 얼마나 오래 걸었던지// 산다는 건 누구나 제게서 멀리 가는 일/ 자고 나면 새들은 무슨 소식을 전해 오는지/ 비애는 어떻게 강을 건너왔으며/ 바람이 무엇을 쓰고 가는지/ 너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너에게' 중 )
"울지 마라 슬픔들아/ 새처럼 가볍게 사는데도/ 삶은 어떻게 짐이 되었으며/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고 울지 마라" ('저녁의 위로' 중)
삶의 흐름을 겸허히 수용하는 그의 인생론에 귀 기울이다보면 "희고 푸른 삶의 그늘, 저녁의 빈집 혹은/ 흐르는 거리의 허기와 어두운 강을 건너"('바람에 대한 충고') 온 바람처럼 수행하듯 살아온 시인의 모습이 아련하게 다가온다.
이상국 시인은 1946년 강원도 양양에서 태어났다. 1976년 '심상'에 '겨울 추상화' 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동해별곡', '집은 아직 따뜻하다',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뿔을 적시며', '달은 아직 그 달이다' 등이 있다. 백석문학상, 민족예술상, 정지용문학상, 박재삼문학상, 강원문화예술상, 현대불교문학상, 권태응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구상선생기념사업회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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