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군 노후 골목길, '이야기 머무는 그림길'로 재탄생
85세 어르신의 삶이 그림이 되고, 골목은 기억의 갤러리가 됐다

영월 우리동네 문화골목길 모습.(사진=영월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월=뉴시스]홍춘봉 기자 = 한때는 어둡고 발길을 피하던 골목이었다. 지금은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이야기가 흐른다. 강원 영월군 영월향교길 인근 노후 골목길이 '이야기가 머무는 그림길'로 다시 태어났다.
영월군은 이 일대 골목을 정비해 '여성친화도시! 우리 동네 문화 골목길 조성사업'을 본격 추진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이 사업은 2025년부터 2026년까지 2년에 걸쳐 진행되며, 올해는 1차로 지하도 환경정비를 완료했고 내년에는 골목길 전반을 단계적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의 출발점은 지역의 특수성이었다. 골목길 주민 다수는 85세 이상 고령 여성 등 안전 취약계층. 단순한 미관 개선이 아니라 안전한 보행환경 확보와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문화공간이 동시에 필요했다. 이에 영월군은 주민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참여형 방식을 선택했다.
어르신들의 기억은 그림이 됐다. 주민들이 직접 들려준 삶의 이야기를 토대로 그림 작업과 자작시(詩)가 제작됐고, 이 작품들은 골목 곳곳에 배치됐다.
무릉도원면에서 활동 중인 동화작가 이정해 씨가 참여한 그림지도는 골목을 하나의 서사 공간으로 엮어냈다. 이름 없는 골목은 이제 각자의 이야기를 품은 '그림길'이 됐다.
특히 지하도 구간은 변화의 상징이다. 과거에는 어둡고 기피되던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어르신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액자 형태로 설치하고 밝은 조명과 정비된 벽면 디자인을 적용해 따뜻한 감성의 스토리존(Story Zone)으로 탈바꿈했다.
여기에 영월경찰서의 협조로 안심 반사경까지 설치돼 안전성도 한층 강화됐다.
이 길의 진짜 변화는 숫자로 보이지 않는다. 한 어르신 주민은 "평생 살아온 이야기가 그림이 되어 골목에 걸리니 내 삶을 인정받는 느낌"이라며 "이 길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골목은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 기억과 존엄이 머무는 공간이 됐다.
전길자 영월군 여성가족과장은 "이번 사업은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마을의 이야기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그림길을 통해 어르신들의 삶이 공유되고, 단절됐던 공동체가 다시 연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영월군은 1차 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 2차 사업도 차질 없이 추진해, 더욱 안전하고 쾌적한 골목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나아가 여성·아동·노약자가 안심할 수 있는 생활환경 조성과 주민 의견을 반영한 지속적인 골목길 관리에도 힘쓸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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