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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유지태가 품에 안으면

등록 2026.01.31 05: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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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과 사는 남자' 한명회 역 맡아

호랑이 같은 한명회 새로운 표현해내

"이전에 없던 한명회 도전과 재창조"

"주인공 아니지만 극의 척추 같다"

"표현 안 해도 생각 읽히는 연기하려"

[인터뷰]유지태가 품에 안으면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한명회는 한국 영화·드라마에서 자주 다뤄졌다. 영화 '관상'(2013)에서 김의성이 연기한 적 있고,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2011)에선 조희봉이 연기하기도 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드라마 '한명회'에서 배우 이덕화의 연기를 기억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대개 야비하고 징그러운 지략가 이미지였고 동물로 비유하면 뱀 같았다. 새 영화 '왕과 사는 남자'(2월4일 공개)를 보면 이 한명회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뀔 것 같다. 이제 사람들은 한명회를 뱀이 아니라 호랑이로 볼 수도 있다.

'왕과 사는 남자'는 숙부의 배신으로 폐위 돼 강원도 영월 청령포로 유배 간 단종과 그 마을 촌장 엄흥도의 우정을 담은 이야기. 두 인물이 주인공이긴 하나 이 영화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가 하나 있다. 바로 한명회. 이 작품은 단종의 숙부 세조를 내세우는 대신 한명회를 전진 배치시켜 이 세계관의 최상위 포식자로 표현한다. 그리고 그 한명회를 190㎝에 육박하는 키에 남다른 체구를 가진 배우 유지태(50)가 맡아 마치 한 마리 맹수로 그린다. 유지태의 한명회는 분명 전에 본 적 없는 한명회다. 그는 "도전과 재창조의 기회였다"고 말했다.

"실제 한명회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혹은 다른 작품에서 한명회가 어떻게 그려졌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이 작품 속에서 한명회가 어떻게 표현되는지 아는 게 핵심이니까요. 장항준 감독이 시나리오를 주면서 새로운 한명회를 만들고 싶다고 하더군요. 저 역시 그 말에 수긍했습니다. 배우는 항상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는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요. 새 캐릭터를 만난다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 한명회는 분명 제게 새로운 캐릭터였습니다."

유지태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분명 적은 분량이다. 그러나 그 존재감만큼은 결코 적지 않다. 권력자의 위용을 뿜어내며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물론 얼굴을 가린 채 실루엣만 드러냈을 때도 그 위력이 줄지 않는다. 단종과 엄흥도의 관계 전반에 묘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건 그들의 머리 위에 한명회가 어슬렁 거리고 있다는 불안 때문일 것이다. 유지태는 "주인공은 단종과 엄흥도이지만 이 작품의 척추는 한명회"라고 설명했다.
[인터뷰]유지태가 품에 안으면


"한명회가 직접 등장하는 장면은 분명 적습니다. 하지만 한명회는 이 영화 전반에 깔려 있죠. 단종과 엄흥도를 만나게 해준 것도 한명회이고, 두 사람의 관계를 끝낼 수 있는 것도 한명회죠. 존재감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영화가 잘되려면 그런 한명회부터 바로서야 한다고 본 겁니다. 그의 눈빛이나 행동 하나 하나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장 감독님과 리딩을 하면서 어조 하나부터 함께 만들어나갔고요."

유지태는 한명회를 "품었다"고 했다. 악역이라도 배우가 품어내면 기능적인 악역 이상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연기론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연기할 때 꼭 대사를 하지 않아도 강력한 에너지가 몸에서부터 흘러 나온다고 말했다. 캐릭터와 조화로울 거라고 생각해 유지태는 증량했고, 눈꼬리를 올리는 변화를 주기도 했다. "몸도 중요하고 의상도 중요하죠. 정말 좋은 연기는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생각이 읽히는 연기, 서브텍스트가 느껴지는 연기라고 생각합니다."

유지태에게 이 영화는 새로운 한명회를 연기했다는 것 말고도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 했다. 엄흥도를 연기한 배우 유해진과 그는 1999년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함께 연기한 적이 있다. 당시 유지태는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해 조금씩 주목을 받던 신인 배우였고, 유해진 역시 영화를 시작한지 얼마 안 돼 단역을 전전하던 때였다. 27년이 흘렀고 두 사람은 이제 한국영화 중추가 됐다. 유지태는 "우리 해진 배우의 화양연화를 함께해서 기쁘다"고 했다.

"'주유소 습격사건' 이후에 저희 둘 다 먹고사느라 바빴죠. 이번에 다시 만나서 옛날 얘기를 조금 했습니다.(웃음) 가난했던 시절에 관한 얘기 같은 거죠.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들이 있어요. 저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요. 이제 해진 배우는 주연배우이고, 1000만 배우이고, 관객 1등 배우이죠. 저와는 업적이 달라졌어요.(웃음) 참 기뻐요. 유해진 배우의 화양연화를 이 영화에서 공유했다는 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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