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필름]기획의 냄새, 배우의 풍미 '왕과 사는 남자'
영화 '왕과 사는 남자' 리뷰
![[클로즈업 필름]기획의 냄새, 배우의 풍미 '왕과 사는 남자'](https://img1.newsis.com/2026/02/03/NISI20260203_0002055284_web.jpg?rnd=20260203172450)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영화 '왕과 사는 남자'(2월4일 공개)는 적역을 찾아내는 일만으로도 한 작품이 완성에 가까워질 때가 있다는 걸 입증한다. 장항준 감독 신작은 숱한 단점 속에서도 완벽에 가까운 캐스팅으로 자칫 돌아설 뻔한 민심을 붙잡는다. 유해진과 박지훈은 이 이야기에서 사실상 대체재가 없는 배우이고, 유지태는 이 작품이 내세우는 스토리와 캐릭터에 정합한다. 여기에 다분히 기능적이나 존재감이 필요한 단역에조차 안재홍·이준혁·박지환 같은 묵직한 배우를 앉혀 영화 질을 끌어올린다. 이 빈틈없는 캐스팅은 '왕과 사는 남자' 러닝타임 117분을 내내 떠받친다.
순제작비(홍보 비용 등을 뺀 영화 제작에만 쓴 돈) 약 105억원을 들인 '왕과 사는 남자'는 숙부에 배신 당해 폐위 된 뒤 강원도 영월 청령포로 유배 간 단종과 그 마을 촌장 엄흥도의 이야기를 담았다. 단종 죽음에 관한 역사와 그의 시신을 수습했다는 엄흥도라는 인물에 상상력을 더해 두 사람의 인간적 교류를 그려간다. '약한영웅' 시리즈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배우 박지훈이 단종을, 유해진이 엄흥도를 맡았다. 유지태는 단종을 내치고 조선 최고 권력자가 된 한명회를 연기했다. 전미도·김민 등은 이들 곁에서 힘을 보탰다.
![[클로즈업 필름]기획의 냄새, 배우의 풍미 '왕과 사는 남자'](https://img1.newsis.com/2026/02/03/NISI20260203_0002055285_web.jpg?rnd=20260203172504)
'왕과 사는 남자'는 여지 없이 대중영합적이다. 비운의 왕을 진지하게 재해석 하거나 단종과 엄흥도 관계를 통해 시대와 공명하는 통찰을 보여주려는 야망 같은 건 없다. 단종과 엄흥도를 소재로 그럴싸한 이야기를 내세워 딱 상영시간만큼 관객을 웃고 울리려 한다. 장항준 감독은 이 목표에 충실한 도식적 연출을 한다. 초중반부엔 일단 웃기고 후반부엔 눈물을 뽑아내는 구성이라든지, 선악이 명확히 구분된 과장된 캐릭터, 감정이 오가는 순간을 포착하기보다는 극적 사건을 나열하며 전진하는 플롯이 그렇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코로나 사태 이전에 성행한 한국상업영화 특유의 통속적 기획에 가깝다.
틀에 박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만큼 넘칠 정도로 보편적이라는 건 어쨌든 '왕과 사는 남자'의 장점이기도 하다. 꼬인 곳 하나 없이 매끈한 전개에, 쉽고 직관적인 이미지와 대사는 세대·성별·연령 무관하게 최대한 많은 관객에 어필하겠다는 기획 의도에 맞아떨어진다. 지나치게 희화화 한 부분이 없진 않아도 이미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단종-세조-한명회 이야기를, 게다가 결론이 이미 정해져 있는 스토리를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눈치 보지 않고 밀어붙이는 힘은 이 작품 내에서 종종 발견되는 비약을 일부 무마하기도 한다.
![[클로즈업 필름]기획의 냄새, 배우의 풍미 '왕과 사는 남자'](https://img1.newsis.com/2026/02/03/NISI20260203_0002055286_web.jpg?rnd=20260203172521)
시종일관 무색무취해서 자칫 무난하기 만한 영화가 될 뻔한 '왕과 사는 남자'에 굴곡을 만들어내는 건 배우다. 특히 유해진은 왜 자신이 현재 한국영화계 최고 흥행 배우가 됐는지 증명하는 독보적 연기력으로 극 전반을 장악한다. 다소 소모적이고 불필요해 보이는 코미디를 해야 할 때도 특유의 해학과 넉살로 돌파해낼 수 있다는 건 정말이지 남다른 역량이다. 극 후반부 감정을 폭발시키는 퍼포먼스는 이전에 유해진 연기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감성이라는 점에서 놀랍다. 다시 말해 유해진은 이야기가 관객을 설득하기를 사실상 방기한 대목에서 나타나 그만의 표현력으로 극을 이어 붙여 놓는다.
박지훈은 좋은 눈이라는 건 영화가 얘기하지 않거나 말하지 못하는 것을 능히 드러내 보일 수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해준다. '왕과 사는 남자'는 단종이라는 인물에 관해 사실상 설명하지 못하지만 박지훈은 눈으로 그 모든 처지를 단박에 이해시킨다. 이 재능은 이제 막 20대 중반을 지나고 있는 젊은 배우에게 분명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박지훈이 눈으로 연기한다면 유지태는 몸으로 연기한다. 이 작품은 한명회에 관해서도 거의 설명하지 않는데, 유지태는 캐릭터에 걸맞는 몸과 얼굴을 만들어서 캐릭터를 휘어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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