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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가 항해 거부한 ''죽음의 바다'…누군가는 "돈 때문에" 다시 그곳으로

등록 2026.04.10 10:36:30수정 2026.04.10 11: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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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막힌 유조선들…선원 2만명 발묶여 항해 거부 확산

그만둔 빈자리 채우는 건 '가난한 우크라이나인'…비정한 인력 교체

90%가 항해 거부한 ''죽음의 바다'…누군가는 "돈 때문에" 다시 그곳으로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 노력할 수 있겠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

중동의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에 이란의 봉쇄와 공격 위협으로 고립된 2만 명의 선원 중 한 명이 내뱉은 절규다. 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중동 유조선에 승선 중인 이 선원은 한 달 전과 비교해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탈출의 희망조차 사라졌다고 전했다.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연안에는 수십 대의 유조선이 닻을 내린 채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다. 선원들은 불과 2주 전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화염에 휩싸였던 쿠웨이트 유조선 '알 살미' 호를 바로 옆에서 목격하며 극도의 공포를 느끼고 있다. 휴전 합의 이후에도 미사일 격추 흔적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상황에서, 선원들은 자신들을 '떠다니는 표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해당 유조선의 선원 90%는 목숨을 담보로 해협을 통과하느니 차라리 일을 그만두겠다며 운항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한 선원은 "정확히 한 달 전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건 안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동료 중 한 명은 정신적 발작(Mental breakdown) 증세를 보여 동료들의 상시 감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운수노동조합연맹(ITF)은 분쟁 시작 이후 300여 척의 선박에 탄 선원들로부터 약 1000건의 문의를 받았다. 이 중 20%는 즉각적인 귀국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현장을 떠나려는 이들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또 다른 비극을 부른다.

선박 회사들은 위험 지역 근무 시 임금을 2배로 지급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대체 인력을 찾고 있다. 주요 모집 대상은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유럽 등지에서 생활비 부족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 선원들이다. 현지 선원은 "우리가 그만두고 나가는 자리에 들어올 사람들은 우크라이나인들일 것"이라며 "그들과 우리의 유일한 차이는 선택권뿐이다. 그들은 돈 때문에 사지로 들어오는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원격 상담만으로는 이들의 고통을 해결할 수 없으며, 실질적으로 이들을 위험 지역에서 탈출시키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6주 넘게 이어진 고립 생활과 언제 터질지 모르는 미사일 위협 속에서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을 지탱하던 선원들의 인권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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