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수상한 4억달러 초호화 연회장'…"기부자 숨기고 감시 배제"
기부자 신원 비공개·이해충돌 검토서 백악관 제외
소송 끝 뒤늦게 계약 공개…"의회 감시 회피" 비판
아마존, 록히드 마틴, 팔란티어, 구글 등 기부자로 거론
![[미 에어포스원=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치에서 메릴랜드주 앤드류스 기지로 향하는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연설하면서 백악관 새로운 이스트 윙 설계도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6.03.30.](https://img1.newsis.com/2026/03/30/NISI20260330_0001144383_web.jpg?rnd=20260330210446)
[미 에어포스원=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치에서 메릴랜드주 앤드류스 기지로 향하는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연설하면서 백악관 새로운 이스트 윙 설계도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6.03.30.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약 4억 달러(약 5900억원)를 들여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초대형 연회장 건설을 위해 백악관 동관을 철거하고 연회장 신축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의 백악관 연회장은 수용 인원이 200명이어서 너무 협소하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통령에게 연회장 규모 설정 등 백악관을 변화시킬 광범위한 권한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1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입수한 연회장 건설 관련 계약서에 따르면, 약 4억 달러 규모의 이 사업은 기부자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한편, 백악관을 이해충돌 검토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권력과 이해관계를 가진 인사들의 영향력 행사를 걸러낼 장치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계약은 철거 작업이 시작되기 불과 2주 전 체결됐으며, 이후 시민단체의 소송과 법원 명령을 통해서야 계약 내용이 공개됐다.
정부 감시단체 퍼블릭 시티즌은 백악관과 국립공원관리청(NPS), 기금 관리를 맡은 비영리단체 내셔널 몰 트러스트 간 계약을 확보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고, 확보한 문서를 WP에 제공했다. 단체 측은 행정부가 공공기록 공개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계약 내용은 전반적으로 비밀주의적 성격이 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악관은 그동안 모금 총액과 기부자 명단은 물론, 설계와 같은 기본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동관 철거 최소 두 달 전부터 계획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를 대중에 알리지 않았다.
특히 계약은 연방 정부와 사업 관계가 있는 기업이나 개인이 익명으로 대통령의 핵심 프로젝트에 기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동시에 백악관과 대통령, 행정부 부처들은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이해충돌 검토 절차에서 제외됐다.
백악관은 이에 대해 보안과 관행을 이유로 들며 방어에 나섰다. 데이비스 잉글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납세자 부담 없이 역사적으로 아름다운 공간을 꾸미는 것을 포함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24시간 내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백악관 관계자는 WP에 "기부자의 익명성 보장은 일반적인 관행”이라며 "민간 자금 사용은 납세자에게 이익이 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AP/뉴시스] 지난해 10월 23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윙이 새 연회장을 짓기 위해 철거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이스트윙 철거는 트럼프 행정부가 연회장 계획안 심사도 전에 철거부터 시작하면서 백악관의 역사적 가치를 훼손했다는 지적과 비난을 받고 있다. 2025.10.24.](https://img1.newsis.com/2025/10/24/NISI20251024_0000737805_web.jpg?rnd=20251024091034)
[워싱턴=AP/뉴시스] 지난해 10월 23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윙이 새 연회장을 짓기 위해 철거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이스트윙 철거는 트럼프 행정부가 연회장 계획안 심사도 전에 철거부터 시작하면서 백악관의 역사적 가치를 훼손했다는 지적과 비난을 받고 있다. 2025.10.24.
퍼블릭 시티즌 측 변호사인 존 골링거는 "익명 기부 자체가 이번 합의의 핵심"이라며 "누가, 어떤 목적을 숨기고 기부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률 전문가들도 해당 구조가 의회의 감독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볼티모어대 명예교수 찰스 티퍼는 "의회가 조사에 나설 경우 백악관이 '기부자를 알 수 없다'며 문을 닫을 수 있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의 캐슬린 클라크 교수 역시 "형식적인 검토 절차에 불과하다"며 실질적인 이해충돌 방지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기부자 공개와 특혜 여부를 요구했지만, 재단 측은 모금액 공개를 거부했다.
리처드 블루멘탈 상원의원도 기부자와 계약업체들을 상대로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비밀스럽고 급박하게 추진된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워런 의원은 "초고액 기부자가 익명을 요구하는 데에는 숨길 것이 있기 때문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뿐"이라고 주장했다.
사법부 역시 제동을 건 바 있다. 리처드 레온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지난달 31일 "미국 대통령은 미래 세대의 대통령 가족을 위한 백악관 관리자이지, 백악관의 소유주가 아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해당 사업 구조를 "의회가 이 프로젝트를 승인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회장 계획을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사항으로 재분류해 이전 법원 명령을 우회하려 했다"고 비판하며, 의회 승인 전까지 공사를 중단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공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현재 백악관은 설계·시공을 맡은 민간 기업과의 별도 계약 내용도 공개를 거부하고 있어, 투명성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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