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는 NO, 밈은 OK"…미국 파고든 이란의 'AI 콘텐츠'
레고·랩·밈으로 제작…외교 채널까지 확산
뉴스 대신 유머로 침투하는 선전 콘텐츠
조악한 여론전 '슬롭파간다' 논란도
![[서울=뉴시스]이란 소셜 미디어 계정에 게시된 AI 생성 레고 영상.(사진=익스플로시브 미디어)](https://img1.newsis.com/2026/04/30/NISI20260430_0002125189_web.jpg?rnd=20260430150235)
[서울=뉴시스]이란 소셜 미디어 계정에 게시된 AI 생성 레고 영상.(사진=익스플로시브 미디어)
레고 스타일의 이란 군 사령관이 갱스터 비트에 맞춰 이 같은 랩을 쏟아낸다. 친이란 성향 미디어가 제작한 인공지능(AI) 영상의 첫 장면이다.
1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레고풍 애니메이션과 랩 사운드를 결합한 이 콘텐츠는 수십억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온라인에서 폭발적으로 확산됐다.
지난 2월 28일 이란 전쟁 발생 이후, ‘익스플로시브 미디어(Explosive Media)’ 등 친이란 성향 계정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네트워크는 도널드 트럼프, 베냐민 네타냐후, 그리고 미국의 외교 정책을 조롱하는 AI 기반 영상을 쏟아내고 있다.
이란은 정부 주도의 장기적인 인터넷 차단 조치로 내부 온라인 활동이 크게 제한된 상태지만, 동시에 외부 소셜미디어 공간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이들 콘텐츠는 허위 정보와 반유대주의적 표현을 포함하고 있다는 비판 속에 '슬롭파간다(slopaganda)'라는 오명도 뒤따른다. 슬롭파간다는 슬롭(조잡한 콘텐츠)과 프로파간다(선전)의 합성어다.
그럼에도 확산력은 강력하다. 제작 주체가 이란 정부와 연관돼 있다는 점이 확인됐음에도, 영상 자체는 전통적인 국가 선전물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가디언은 평가했다. 빠르고, 유머러스하며, 시각적으로 익숙한 '인터넷 콘텐츠'의 형식을 취한다.
외교 채널에서도 이 같은 전략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이란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관이 최근 공개한 이미지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1980년대 록스타처럼 부풀린 머리를 한 채 키보드를 연주하며 프랑스 가수 데지렐스(Desireless)의 대표곡 'Voyage Voyage'(항해)를 ‘Blockade'(봉쇄) 바꿔 부르는 패러디 장면이 담겼다.
이 게시물은 올라온 지 24시간도 채 되지 않아 '좋아요' 4만5000개 이상을 기록하며 빠르게 확산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외교 공관 계정이 제작·유통한 콘텐츠 중에서 이례적인 반응으로, 밈 형식의 파급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명을 말살하겠다"고 발언한 직후 해당 대사관은 또 다른 영상을 게시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카메라를 의아한 듯 바라보는 개의 모습이었다. 직접적인 메시지 대신 상황을 비꼬는 유머로 대응한 것이다.
핵심 전략은 뉴스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이용자가 아니라, 정치에 무관심한 대중을 겨냥하는 것이다. 이 콘텐츠들은 밈, 음악, 대중문화 코드로 무장한 '트로이 목마'처럼 작동한다. 시청자는 웃음을 소비하는 동안, 미국의 개입주의나 정치 시스템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
미국 허위정보 전문가 에머슨 브루킹은 이러한 콘텐츠가 "전쟁이나 정치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 끌어들인다"고 분석했다.
지난 20년간 미국과 서구 사회에서는 풍자와 코미디가 정치 정보의 중요한 전달 수단으로 자리 잡아 왔다. 더 데일리 쇼, 라스트 위크 투나잇 같은 프로그램은 전통 뉴스보다 더 신뢰받는 정치 콘텐츠로 소비되기도 했다.
존 스튜어트, 스티븐 콜버트, 존 올리버, 세스 마이어스, 지미 키멜 등은 정치를 재미있고 감정적으로 공감 가능한 방식으로 풀어내며 대중의 정치 인식 형성에 영향을 미쳐왔다.
이란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고 있다고 전문가는 분석했다. 종교적 색채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서구 문화 코드와 결합한 유머·패러디 중심 전략을 통해 메시지의 확산력을 높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밈 중심 정치 전략을 사실상 역이용하는 모습이다. 코미디와 퍼포먼스, 소셜미디어를 결합한 접근 방식이 정치에 무관심했던 유권자층까지 끌어들였던 사례를 분석해 적용한 것이다.
미국의 선전 연구자 낸시 스노는 "이란이 세계적인 대중문화 강국인 미국에 맞서 동일한 문화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레고풍 그래픽, 랩 비트, 복고풍 팝 요소 등은 모두 서구 온라인 환경에서 검증된 확산 코드다.
현재 이란의 AI 콘텐츠는 외국 정부의 선전물이라기보다 단순한 오락 콘텐츠처럼 소비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디지털 공세가 단기간에 국가 이미지 자체를 바꾸기는 어렵다고 보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여론 지형에 균열을 만들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집단은 스스로 정치와 무관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뉴스를 통해서가 아니라, 소셜미디어 피드 속 '재미있는 영상'을 통해 국제 정세를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쟁으로 사망한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 역시 소셜미디어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2024년 한 회의에서 "미디어는 적을 후퇴시키고 여론을 움직이는 데 있어 미사일, 비행기, 드론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모든 전쟁은 미디어 전쟁이며, 미디어 영향력이 더 큰 쪽이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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