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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밖 공직사회…광주 소방관 사망 사건이 드러낸 허점

등록 2026.06.25 11:46:53수정 2026.06.25 13:4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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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로 지목된 상급자, 감찰부서장 맡아 조사

민간은 조사 독립성 강화…공무원은 구조적 모순

[서울=뉴시스] 직장 내 괴롭힘 삽화.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직장 내 괴롭힘 삽화.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광주 소방관 사망 사건을 계기로 공직사회의 직장 내 괴롭힘 대응 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근로기준법이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배제 장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 논의를 이어가는 반면, 공직사회는 여전히 내부 감찰에 의존하면서 '셀프 조사'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25일 국무조정실 등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전날 광주 광산소방서 A소방교 사망 사건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점검 결과에는 회식 자리에서의 음주 강요를 비롯해 유가족 측의 감찰 요구 묵살, 피해자 심리상담 자료 노출 등에 대한 조사 내용이 담겼다.

국무조정실은 특히 광산소방서가 진행한 기초 감찰이 사실상 '셀프 조사'로 이뤄지면서 조사 초기부터 공정성과 독립성이 훼손됐다고 판단했다.

광산소방서는 숨진 A소방교에 대한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부서장에게 감찰부서장 직무를 맡긴 채 관련 사안을 조사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유가족이 요구했던 'A소방교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 경위'에 대한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광산소방서는 공식 회식 횟수와 A소방교의 근무 태도 등을 확인한 뒤 '특이 사항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하는데 그쳤다.

결국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상급자가 감찰부서장을 맡은 채 관련 사안을 조사하면서 내부 감찰과 징계 체계에만 의존한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

이같은 체계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과정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논의되고 있는 민간 부문과도 대조된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하거나 신고를 받은 사용자는 지체 없이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괴롭힘의 주체가 사용자 본인일 때도 현행법상 신고 접수와 조사 주체가 여전히 사용자인 탓에 셀프 조사를 하는 경우가 반복돼왔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손질하기 위해 발의된 일부개정안은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인 경우 노동자가 고용노동부에 직접 신고할 수 있도록 법률에 명시했다.

[광주=뉴시스] 고(故) 광주 여성 소방관 A씨와 약혼자가 나눈 메신저 대화(왼쪽)·해외여행 전 A씨가 친구와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 (사진=유족 측 제공) 2026.06.15.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 고(故) 광주 여성 소방관 A씨와 약혼자가 나눈 메신저 대화(왼쪽)·해외여행 전 A씨가 친구와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 (사진=유족 측 제공) 2026.06.15. [email protected]

근로기준법이 구조적 모순을 해결해가는 사이 해당 법 테두리에 들지 않는 국가·지방공무원은 자체적인 내부 감찰·징계 체계에만 의존해 왔다.

특히 내부 감찰·징계 체계 전반을 아우르면서 이해관계자의 조사 참여를 제한하거나 셀프 조사를 방지하기 위한 통일된 규정은 사실상 없다.

공공기관 차원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조사 절차에 관한 포괄적 권고만 이뤄지는 사이 광산소방서는 이마저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을 통해 조사 과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를 위해 사건 당사자와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을 조사에서 배제하고 필요할 경우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감사원 또한 공공기관 감사 과정에서 신고 사건 처리 시 이해충돌을 방지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다.

노동계는 이번 사건이 조사 독립성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가 부재한 공직사회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특히 가해 의혹을 받는 상급자가 조사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유사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의 한 관계자는 "모든 노동자는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공직사회 역시 예외가 아니어야 한다"며 "모든 공공기관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광주 광산소방서 소속 A소방교는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지난해 10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국무조정실이 감찰에 착수한 결과 음주 강요와 새벽까지 이어진 회식, 상사에게 '오빠'라고 부르도록 한 지시 등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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