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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석학' 김명식 교수 "양자컴 만능론은 시기상조…실수할 용기 필요"

등록 2026.07.02 14: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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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 유용성 둘러싼 회의론 정면 언급하며 '용기' 강조

지속 노력 통한 신약·반도체·비료·국방 센서 등 활용 가능성 제시

"정치인이 양자역학 이해하지 못해도 돼…중요성 아는 것으로 충분"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김명식 임패리얼 칼리지 런던 물리학과 교수가 2일 서울 DDP에서 열린 퀀텀 코리아 2026 개막식에서 키노트 강연을 하고 있다. 2026.07.02.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김명식 임패리얼 칼리지 런던 물리학과 교수가 2일 서울 DDP에서 열린 퀀텀 코리아 2026 개막식에서 키노트 강연을 하고 있다. 2026.07.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정치인들이 모두 양자역학을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들이 양자역학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중요합니다."

김명식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석좌교수는 2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퀀텀 코리아 2026' 기조강연에서 양자기술의 현재를 이같이 설명했다. 양자컴퓨터가 당장 모든 난제를 풀 수 있는 해답은 아니지만, 그 가능성을 알아보고 꾸준히 투자하는 사회적 판단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양자기술–지금까지의 여정'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양자기술에 대한 낙관론보다 신중론을 내세웠다.

그는 "양자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난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할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증명된 바가 없기에 실제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현재의 양자컴퓨터 단계는 이를 테스트할 수 있는 수준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고 짚었다.

"오류는 실패가 아니라 과학을 움직이는 힘…양자컴 오류도 마찬가지"

김 교수는 강연 초반 '오류'의 의미를 길게 설명했다. 양자컴퓨터에서 오류는 반드시 줄여야 할 장애물이지만, 과학의 역사에서는 새로운 발견을 낳는 출발점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는 "오류는 물리적 지식이 생성되고, 검증되며, 정교화되는 방식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양자역학 창시자 중 한 명인 물리학자 폴 디랙의 사례를 들었다. 디랙은 1930년 전자의 반입자를 양성자로 잘못 가정했지만, 이후 실수를 바로잡고 양전자의 존재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과학적 진보는 지능이 아니라 용기라는 단위로 측정된다"는 디랙의 말을 인용하며 "기술의 발전도 용기라는 단위로 측정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목은 양자컴퓨터를 둘러싼 현재 논쟁과도 맞닿아 있다. 과거 세르주 아로슈 등 일부 물리학자들은 대규모 양자컴퓨터가 너무 먼 꿈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자 상태는 시간이 지나면 쉽게 흐트러지는데, 유용한 계산을 하려면 그 짧은 시간 안에 막대한 수의 게이트 연산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김 교수는 "그들이 틀린 것인지, 맞는 것인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2일 서울 DDP에서 열린 퀀텀 코리아 2026을 찾은 참가자들이 양자 기술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2026.07.02.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2일 서울 DDP에서 열린 퀀텀 코리아 2026을 찾은 참가자들이 양자 기술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2026.07.02. [email protected]

신약·반도체·비료 등 활용 기대…"양자컴, 제대로 된 '쓸모' 찾아야"

김 교수는 양자컴퓨터를 비롯한 양자기술들이 실제로 어디에 쓰일 수 있는지를 찾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그 대표 사례로 바이오·보건 분야를 언급했다.

IBM과 클리블랜드 클리닉이 함께 연구한 광역학 치료 사례가 대표적이다. 광역학 치료는 빛으로 약물을 활성화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약물이 어떤 빛 에너지에 반응하는지, 즉 분자의 에너지 준위를 정밀하게 계산해야 한다.

김 교수는 기존 슈퍼컴퓨터의 경우 전자들이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구조를 계산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양자컴퓨터가 이 영역에서 가능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현재 저희는 전통적인 방식을 뛰어넘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양자 방식이 기존 계산 결과와 잘 맞는다는 점은 확인됐지만 아직 실험값까지 정확히 설명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반도체 분야도 주요 활용처로 꼽혔다. 김 교수는 실리콘 웨이퍼 등 기판에 미세한 전자회로 패턴을 인쇄하는 '포토리소그래피' 공정의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를 언급했다. 이에 대해서는 "금속 기반 포토레지스트의 에너지 레벨을 계산하는 데 양자컴퓨터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많은 양자 게이트 줄이고, 센서로 확장해야 개선 가능"

양자컴퓨터의 실용화를 위해서는 계산 회로를 줄이는 일도 필수 과제로 제시됐다. 양자컴퓨터는 수많은 양자 게이트를 순서대로 거쳐 계산하는데, 연산이 길어질수록 오류가 누적된다.

김 교수는 RSA-2048 암호 해독이나 질소 고정 계산을 둘러싼 최근 연구들을 소개하며 더 적은 큐비트와 더 짧은 회로로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한 알고리즘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자기술의 가능성은 컴퓨터에만 머물지 않았다. 김 교수는 강연 막바지 양자 센서와 양자 내비게이터를 소개하기도 했다. 양자 내비게이터는 원자의 간섭 현상을 이용해 가속도와 회전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장치다. GPS 신호가 닿지 않는 수중에서 잠수함의 위치를 추적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물속으로 내려가면 GPS 신호를 수신할 수 없다"며 양자 센서가 국방과 항법 분야에서 쓰일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양자컴퓨터가 실제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고, 현재 장비도 기대만큼 강력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짚었다.

하지만 오류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학적 용기와 실제 활용처를 찾는 공학적 노력이 이어진다면, 양자기술은 신약 개발과 반도체 소재, 에너지 문제, 국방 센서까지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기대다. 김 교수는 "실수를 해도 괜찮다"며 기술 진보에 있어서 용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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