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걷어내자 드러난 일상…'쓰레기집' 특수청소 동행기[출동!인턴]
등록 2026.08.05 07:00:00수정 2026.08.05 07:02:33
코로나 이후 특수청소 의뢰 증가…우울·고립이 만든 악순환
청소 뒤 드러난 책상과 취미용품…쓰레기에 가려졌던 일상
전문가 "게으름으로 비난하기보다 치료·지원 필요"
![[서울=뉴시스]강건우·우연지 인턴기자 = 3일 방문한 의뢰인의 오피스텔 내부 모습이다. 담배꽁초와 배달음식 용기 등 각종 쓰레기가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2026.08.03](https://img1.newsis.com/2026/08/04/NISI20260804_0002203577_web.jpg?rnd=20260804085546)
[서울=뉴시스]강건우·우연지 인턴기자 = 3일 방문한 의뢰인의 오피스텔 내부 모습이다. 담배꽁초와 배달음식 용기 등 각종 쓰레기가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2026.08.03
지난 3일 오전 경기도의 한 오피스텔 앞. 특수청소 업체 '우아한정리'의 박보성 매니저가 차량에서 장갑과 마스크, 소독제를 꺼냈다.
현관문이 열리자 묵은 음식물과 담배 냄새가 뒤섞인 악취가 밀려왔다. 원룸 바닥에는 페트병과 배달음식 용기, 먹다 남은 음식물과 담배꽁초가 겹겹이 쌓여 있었다. 화장실 변기 주변까지 쓰레기가 들어찼고, 초파리와 개미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방 안의 일상이 완전히 무너진 건 아니었다. 한쪽 컴퓨터 책상은 비교적 깨끗하게 정리돼 있었다. 쓰레기 사이에서는 레고와 인형 등 취미용품과 약봉투도 발견됐다. 어지러운 공간 한편에 집주인이 가까스로 지켜온 생활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해야겠다는 생각은 항상 들었지만"
의뢰인은 "청소해야겠다는 생각은 항상 들었지만 귀찮아서 미루다 보니 계속 쌓였다. 정서적으로 힘든 시기를 오래 보냈다"고 말했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대부분 끊긴 상태였지만 다만 외출할 때는 옷을 갖춰 입고 평범하게 생활했다고 한다. 그는 "밖에 나갈 때는 멀쩡하게 다녔지만 집에서는 폐인 그 자체였다"고 담담하게 털어놨다.
현장에서 함께 작업하던 업체 팀장은 이 같은 사례가 드물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은둔청년이라고 해서 모두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은 유지하면서 집 안의 생활만 무너진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경제적 형편과도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업체 측은 고급 주거단지나 고소득층 가구에서도 특수청소 의뢰가 들어온다고 했다. 쓰레기집이 특정 계층이나 게으른 사람만의 문제라는 통념과는 다른 모습이다.
쓰레기 사이에서 찾은 '남겨야 할 것'
겉보기에는 불필요해 보이는 물건도 의뢰인에게는 기억이나 취미가 담긴 소중한 물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나 사생활이 드러날 수 있는 물건도 따로 분류해 처리했다.
박 매니저는 "청소를 하다 보면 의뢰인의 생활 습관과 취향을 알게 된다"며 "지저분한 공간 안에서도 특별히 아끼거나 따로 정리해둔 물건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강건우·우연지 인턴기자 = 청소 도구는 이웃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오피스텔 계단과 연결된 별도 공간에 옮겨뒀다. 업체 측은 청소 현장이 외부 이웃에게 드러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2026.08.03](https://img1.newsis.com/2026/08/04/NISI20260804_0002203545_web.jpg?rnd=20260804084650)
[서울=뉴시스]강건우·우연지 인턴기자 = 청소 도구는 이웃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오피스텔 계단과 연결된 별도 공간에 옮겨뒀다. 업체 측은 청소 현장이 외부 이웃에게 드러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2026.08.03
기자도 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작업에 합류했다. 침대와 책상 아래, 주방까지 들어찬 배달 용기와 페트병을 봉투에 담았다.
쓰레기를 걷어낼수록 침대와 책상, 취미용품과 생활도구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처음부터 쓰레기만 존재했던 공간이 아니었다. 누군가 잠을 자고 식사를 하고 컴퓨터를 사용하며 살아온 집이었다.
"이웃에게 들키지 않게 치웁니다"
업체 측은 취재진에게 가장 먼저 부피가 큰 촬영 장비를 가져오는지 물었다. 카메라나 청소 도구가 눈에 띄면 이웃들이 집 상태를 알아챌 수 있다는 이유였다.
청소 도구도 오피스텔 복도에 쌓아두지 않고 계단과 연결된 별도 공간에 뒀다. 쓰레기는 내용물이 보이지 않도록 포장한 뒤 최대한 조용하고 빠르게 반출했다. 업체는 이 같은 작업을 '위장청소'라고 불렀다.
박 매니저는 "의뢰인 대부분이 이웃이나 관리사무소, 집주인에게 집 상태가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주민 신고로 경비원이 작업을 막거나 경찰이 출동해 출입을 제지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도움을 요청한 사람의 집을 치우는 일이지만, 의뢰인과 청소업체 모두 주변의 경계와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박 매니저는 이 같은 시선이 당사자가 문제를 더 오래 숨기게 만든다고 말했다. 집에 사람을 들이지 못하고 악취나 해충 문제가 발생해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면서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매니저는 "사회가 은둔청년에 대한 지원과 돌봄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생활이 무너진 청년들이 어떤 공간에서 지내는지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청소만으로 끊기 어려운 악순환
혼자 사는 사람은 생활이 무너져도 이를 발견하거나 함께 해결할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다.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하면 수치심 때문에 사람을 피하고, 관계가 끊길수록 다시 정리할 계기를 잃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서울=뉴시스]강건우·우연지 인턴기자 = 쓰레기를 수거하고 바닥 청소까지 마친 오피스텔 내부 모습이다. 2026.08.03](https://img1.newsis.com/2026/08/04/NISI20260804_0002203575_web.jpg?rnd=20260804085450)
[서울=뉴시스]강건우·우연지 인턴기자 = 쓰레기를 수거하고 바닥 청소까지 마친 오피스텔 내부 모습이다. 2026.08.03
박 매니저는 "청소업체를 한 번 부르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정리된 상태를 유지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심리 상담과 사후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1인 가구 등을 대상으로 청소와 방역, 정리수납을 지원하는 주택관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일회성 청소에 그치지 않고 정신건강·복지 서비스와 연계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시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뢰인은 약 5개월 전 첫 번째 청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정말 행복했고 숨이 막히지 않았다"며 "다시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청소 뒤에는 침구류를 새로 깔고 집 안의 망가진 물건을 수리할 계획이다. 방향제를 놓고, 다시 쓰레기가 쌓이지 않도록 쓰레기통과 종량제 봉투도 눈에 잘 띄는 곳에 두기로 했다.
박 매니저는 "청소를 마친 뒤 '살려줘서 감사하다'고 말하는 의뢰인도 있다. 단순히 쓰레기를 치우는 것이 아니라 회복하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현식 서강대 심리학과 교수는 "저장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물건을 기억이나 정체성과 연결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물건을 버린 뒤 후회할 것이라는 불안 때문에 처분 결정을 어려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우울이나 번아웃, 사회적 고립이 겹치면 의욕과 판단력이 떨어져 정리가 더욱 어려워진다. 물건과 쓰레기가 쌓일수록 수치심과 부정적인 자기평가가 커지고, 다시 사람을 피하게 되는 악순환도 형성될 수 있다.
김 교수는 "저장장애는 단순히 물건을 정리하지 못하는 개인의 게으름이나 생활 습관과는 결이 다른 정신질환"이라며 "비난하거나 의지만을 요구하기보다 전문적인 평가와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쓰레기 봉투가 현관 밖으로 나간 뒤 집 안에는 침대와 책상, 컴퓨터 같은 개인 물품이 남았다. '쓰레기집'이라는 이름에 가려져 있던 한 사람의 생활도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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