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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언니가 휩쓸려갔어요"…네팔 홍수서 홀로 살아남은 5살 소녀

등록 2026.09.01 11:23:19수정 2026.09.01 11:26:45

[카트만두=AP/뉴시스] 30일(현지 시간) 네팔 카트만두의 병원에서 한 소년이 여성의 도움을 받아 벽에 돌발 홍수로 실종된 일가의 사진을 붙이고 있다. 지난 26일 네팔-중국 국경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로 인한 양국 사망자는 최소 804명, 실종자는 3048명으로 늘었다. 2026.08.31.

[카트만두=AP/뉴시스] 30일(현지 시간) 네팔 카트만두의 병원에서 한 소년이 여성의 도움을 받아 벽에 돌발 홍수로 실종된 일가의 사진을 붙이고 있다. 지난 26일 네팔-중국 국경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로 인한 양국 사망자는 최소 804명, 실종자는 3048명으로 늘었다. 2026.08.31.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김하은 인턴기자 = 네팔에서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발생한 대홍수로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5살 여자아이가 엄마와 언니를 급류에 잃고 홀로 살아남은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달 28일 네팔 영문 매체 네팔리타임스는 대홍수 피해를 입은 중부 누와코트 지역의 베트와리티를 현장 취재한 르포 기사를 공개했다. 사진기자 수만 네팔리는 베트라와티를 비롯한 피해 현장을 찾아 생존자와 실종자 가족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그가 현장에서 만난 생존자 가운데는 5살 여자아이인 키르티 타망이 있었다.

키르티는 홍수가 마을을 덮쳤을 때 엄마와 언니가 거센 물살에 휩쓸려가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한다. 키르티 역시 급류에 휩쓸려 비탈면으로 떠밀려갔지만 살아남았다. 이후 다른 두 아이와 함께 숲에서 발견됐다.

키르티는 몸에 상처를 입었지만 건강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가족을 잃은 충격이 컸던 탓인지 당시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고 네팔리타임스는 전했다.

키르티와 함께 발견된 또 다른 소년 비스와스 타망도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비스와스는 학교 학생증을 목에 걸고 있었고, 아이를 발견한 교사들은 학생증에 적힌 정보를 이용해 그의 어머니에게 연락했다. 비스와스의 어머니는 인근 지역에 살면서 아들을 베트라와티의 영어 수업을 진행하는 공립학교에 보내고 있었다.
[라수와(네팔)=뉴시스] 고승민 기자 = 31일(현지시간) 네팔 베트라와티 마을이 대홍수와 산사태로 인해 토사에 덮여 있다. 2026.09.01. kkssmm99@newsis.com

[라수와(네팔)=뉴시스] 고승민 기자 = 31일(현지시간) 네팔 베트라와티 마을이 대홍수와 산사태로 인해 토사에 덮여 있다. 2026.09.01. [email protected]


홍수 발생 다음 날인 27일 사진기자가 찾은 베트라와티에는 홍수가 휩쓸고 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강 주변 숲은 진흙으로 뒤덮였고 곳곳에 쓰러진 나무들이 널려 있었다. 아직 남아 있는 건물 지붕에는 3층 높이까지 잔해가 매달려 있었고, 대형 덤프트럭은 뒤집힌 채 진흙 속에 반쯤 묻혀 있었다.

카트만두에서 베트라와티까지는 평소라면 몇 분이면 갈 수 있는 약 10㎞ 거리였지만, 홍수로 길이 끊기고 진흙으로 뒤덮이면서 이동에 5시간이 걸렸다.

현장으로 향하는 길에는 강둑을 따라 실종된 가족을 찾는 사람들이 줄지어 걷고 있었다. 급류에 휩쓸려간 가족과 친척의 흔적을 찾기 위해 강가를 살피는 이들이었다. 수력발전소에서 일하던 동료를 찾으러 온 중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이후 시신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30대로 추정되는 여성의 시신이 한때 누군가의 집이었던 곳 옆에서 진흙과 퇴적물에 덮인 채 발견됐고, 사람들이 신원을 확인하려 모여들었다.

얼마 뒤 한 남성이 찾아와 시신이 자신의 아내임을 확인했다. 남성은 흙바닥에 조용히 쓰러졌고, 주변 사람들이 그를 부축했다.

수만 네팔리는 2015년 네팔 대지진 당시에도 현장을 취재했지만 이번 홍수 현장에서 받은 충격은 달랐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일을 단순한 기자 업무로 수행할 수 없었다"며 "내가 본 것은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꿀 정도로 깊은 경험이었다"고 적었다.

그는 당초 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생존자들의 이름과 나이, 심경 등을 취재하려 했지만,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 그런 질문을 건네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카메라를 꺼내는 것이 무례하게 느껴졌다”며 한동안 촬영을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수만 네팔리는 피해 지역을 지나며 여성과 어린이, 노인들이 주로 남아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젊은 남성 상당수가 도시나 해외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기 때문이다. 일부 남성들은 가족과 집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는 이번 홍수로 숨진 사람 가운데 여성의 비중이 높을 것이라며, 학교에 갈 준비를 하던 어린이들도 상당수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적었다.
 
한편 네팔 정부는 이번 대홍수로 인한 피해 규모를 지난 31일 기준 사망자 903명, 실종자 4247명으로 집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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