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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 자조 넘쳐나는 중국 소셜 미디어

등록 2026.09.08 08:03:43

"긍정 에너지" 강조하는 당국 노력 무색

부동산 침체, 실업 등 경제난 지속 때문

4년 전엔 드물던 시진핑 조롱글도 급증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인터넷에서 “긍정적 에너지”를 고양하려는 중국 당국의 노력이 실패한 듯하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최근 중국 인기 동영상 사이트 빌리빌리(Bilibili)에서 화제가 된 동영상 중 노숙자로 살아남는 방법을 다룬 내용이 있다.

이 동영상은 “보급품”이 계속 보충되는 쓰레기통 근처에서 자고, 습기를 막기 위해 판지를 사용하며, 감시 카메라를 피하라고 조언했다. 600만 회 이상 조회된 이 동영상은 이 사이트에서 조회 순위 2위에 올랐다.

시청자들은 공산주의청년단의 정치 교육 프로그램 이름을 빗대 이를 “청년 학습”, “2026년 청년들의 필수 과목”이라고 불렀다.

중국 공산당은 중국 인터넷에서 ‘긍정적 에너지’를 지배적 정서로 만들기 위해 애써왔다. 당의 지시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은 경제적 성취, 당에 대한 감사, 중국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라는 서사를 확산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중국 인터넷에서는 비관주의가 확산하고 있다.

경제 침체 반박하기 힘든 서사 확산

부동산 시장 붕괴로 많은 가정이 자산 손실을 입었고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워졌으며 일자리의 안정성도 낮아졌다. 경제 침체가 검열로 삭제할 수는 있지만 반박하기는 힘든 서사가 확산하고 있다.

레드노트, 더우인, 웨이보 등 인기 플랫폼에서는 적은 임금, 부족한 일자리, 하락하는 부동산 가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다룬 게시물을 수없이 볼 수 있다. 자조적인 유머 글, 정부의 공식 게시물을 조롱하는 댓글 등이다.

중국의 검열 기구는 여전히 인터넷을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간 지속되는 경제적 고통은 중국의 상황에 관한 당이 강조하는 서사를 지탱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중국의 공식 청년 실업률은 7월 17.9%에 도달했다. 현재 2억 명 이상, 즉 중국 전체 노동인구의 4분의 1 이상이 정부가 ‘유연 고용’이라고 부르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거대한 임시 일자리 경제인 셈이다.

레드노트에서는 돈을 단단히 움켜쥐고 있으라고 촉구하는 한 해시태그가 약 1억2000만 회 조회됐다.

중국의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결혼과 출산을 미루고 있다. 정해진 경로를 따라 안정된 삶을 구축하려 해온 중년층이 잘못 살았다는 느낌을 가진다.

레드노트에는 “이런 상황이라면 아파트도 사지 않고, 자동차도 사지 않고, 투자도 하지 않고, 일찍 결혼하지 않는 것이 이기는 것”라는 글이 올라왔다. 가장 열심히 노력했던 1980년대생들이 가장 큰 패배자라고 규정한 이 글에 약 2000개의 ‘좋아요’가 붙었다.

금지된 영역, 즉 시진핑 주석과 공산당 통치에 대한 비판도 종종 보인다.

지난해 11월, 더우인에서 ‘이처우완녠(遺臭萬年)이라는 사자성어를 쓴 게시물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1만 년 동안(영구적으로) 악취를 남긴다’는 뜻의 성어다.

이용자들은 중국어 대화에서 흔히 ‘그’로만 표현되는 시진핑을 에둘러 언급했다. 한 댓글은 “그는 자기만의 차원에 있다”고 썼다.

검열되지 않은 정보의 집결지 역할을 하는 엑스의 인기 계정 운영자 리잉은 올해 비관적이고 심지어 체제 전복적인 게시물과 댓글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2022년에는 시진핑을 조롱하는 온라인 댓글이 매우 드물어 공유할 만했지만 지금은 너무 많아서 특별히 눈에 띄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리잉은 많은 이용자들이 불평이 정치적인 것으로 간주될 수 있음을 인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공무원들이 몇 달째 임금을 받지 못한다고 경쟁적으로 비교하는 글들이 레드노트에 올라온다는 것이다.

당국의 공식 선전에 도전

개인적 차원의 불평을 담은 게시글들이 모이면 진보와 번영이라는 중국 당국의 공식 서사와는 상충하는 중국의 모습이 드러난다.

또 당국의 공식 선전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많다. 공산당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정당이라고 선언한 더우인의 한 동영상에는 우는 모습의 이모티콘 댓글 4만1000개가 달렸다.

지난달 한 국영 언론 매체에 중국이 서구보다 수세기 앞선 명나라 시대에 인간 비행을 발명했다고 주장하는 게시글이 오르자 이를 비꼬는 내용의 댓글이 뒤따랐다. “중국이 이겼다는 말을 하루라도 듣지 않으면 금단 증상이 생긴다”, “언제쯤 우리는 주 2일 휴일을 발명할 수 있나?”라는 식이다.

중국의 인터넷 검열은 지난 10년 동안 훨씬 강화됐다. 그런데도 비관적 게시물과 자조적이고 냉소적인 댓글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당국은 부정적 정서를 억누르려 애써왔다. 지난 2023년 국가안전부가 “중국 경제를 헐뜯는” 행위를 국가안보와 정치 문제로 규정했다. 지난해 인터넷 규제 당국은 열심히 일하거나 교육을 받아도 소용없다는 주장과 비관주의를 지나치게 확산하는 밈과 농담을 삭제하라고 플랫폼들에 명령했다.

지난 4월 국가안전부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외국 단체가 중국 청년들의 “정신을 잠식하기 위해” ‘탕핑(躺平)’, 즉 ‘드러눕기’를 주장하는 온라인 인사들에게 자금을 지원했다고 비난하는 글을 게시했다. ‘드러눕기’는 암울한 경제적 미래 앞에서 노력해 봐야 소용없다고 믿는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확산하는 밈이다.

국가안전부의 글에 수많은 조롱 댓글이 달렸다. 웨이보에는 ‘드러눕기’가 부족한 일자리, 낮은 임금, 가혹한 근무 일정 때문이라면서 정부가 절박한 상황을 알기는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노새가 일을 멈추면 지주도 돈을 벌지 못한다”는 댓글도 있었다.

국가안전부는 결국 해당 글의 댓글란을 폐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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