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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에너지 정책, 지정학적 힘의 원천 됐다

등록 2026.09.18 06:55:13

막대한 석유 비축, 정제 능력 확충

비 석유 에너지 사용 극대화 통해

에너지를 정치적 수단으로 적극 활용

[톈진=신화/뉴시스]중국 북부 톈진 난강 산업단지에 위치한 국가 원유 비축 기지. 중국이 막대한 원유 비축과 석유 수요 감소로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2026.9.18.

[톈진=신화/뉴시스]중국 북부 톈진 난강 산업단지에 위치한 국가 원유 비축 기지. 중국이 막대한 원유 비축과 석유 수요 감소로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2026.9.18.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으로서 오랫동안 석유 공급 충격에 취약했던 중국이 약점을 극복하고 오히려 에너지 대국으로서 놀라운 지정학적 힘의 원천을 구축한 것이 이란 전쟁을 통해 드러났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중국이 막대한 석유를 비축하고 정제 능력을 확대하며 다른 에너지원에 투자함으로써 전환을 이뤘다면서 중국이 더 이상 석유 접근 제한을 우려해 대만 침공이나 봉쇄 같은 공격적 조치를 자제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 전쟁 초기 몇 달 동안 중국은 에너지 대국으로서 힘을 과시하듯 주변국들에 대한 항공유, 휘발유, 경유 공급을 차단했다.

이는 전통적으로 석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이 대부분의 영향력을 행사해 온 세계 에너지 산업에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이미 태양광 패널, 배터리,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지배적인 위치에 있는 중국은 이제 에너지 전반에 걸쳐 전례 없는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정부의 중국 담당 백악관 및 국무부 당국자였던 즐리언 거워츠는 “중국이 이 영역에서 덜 취약하다고 느끼게 된다면 중국이 세계 전략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에서 중대한 변화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막대한 석유 비축량과 정제 능력, 그리고 다양한 에너지원으로 경제를 가동할 수 있는 능력 덕분에 중국은 이란과의 전쟁 첫 6개월 동안 석유 구매량을 전년 같은 기간보다 23% 줄일 수 있었다.

중동산 원유에 크게 의존하는 다른 국가들은 그런 선택지가 없었고 에너지 사용을 줄이거나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중국이 석유 수입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은 석유업계 거의 모든 사람을 놀라게 했다. 이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운항을 심각하게 제한한 뒤 원유 가격이 대부분의 에너지 기업 경영진과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했던 만큼 크게 오르지 않은 중요한 이유다.

미 컬럼비아대 글로벌 에너지 정책센터의 에리카 다운스 선임 연구원은 “중국에 이런 힘이 있다는 것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중국이 새롭게 확인된 이 힘을 어떻게 사용할 지가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향후 에너지 행보에 대해 다음 주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 회담이 몇 가지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중국이 지난 몇 달 동안 취한 조치들은 중국이 에너지를 정치적 수단으로 적극 활용할 것임을 시사한다.

중국은 외국산 원유에 크게 의존하지만 세계 최대의 석유 정제국 가운데 하나다. 이란 전쟁 초기 중국은 휘발유와 경유 같은 정제 연료의 수출을 강력하게 억제했으며 이는 국내 공급을 유지하는 동시에 중국의 외교정책에 반하는 국가들을 처벌하기 위한 것이었다.

중국은 지난 봄 정제 석유 공급이 부족해졌을 때 중국과 긴밀한 베트남, 태국 등에만 석유를 수출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유권 주장 때문에 중국과 갈등을 빚어온 호주와 필리핀 등은 수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런 조치는 중국이 자석과 컴퓨터 칩에 사용되는 희토류 금속의 수출을 제한해 온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중국은 7월 초 항공유, 휘발유, 경유의 수출을 재개했다. 미국이 봉쇄를 시작하기 전 선적된 이란산 석유의 마지막 물량이 중국 정유공장들에 도달한 덕분이다.

그러나 중국은 조만간 연료 수출 금지 조치를 다시 시행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경유 공급을 중단하면 가격이 추가로 급등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경유는 현재 사상 최고 수준인 갤런당 6.40 달러다.

원유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중국이 석유 생산국이 아니라 수입국이라는 점에서 산유국들과 다른 방향의 영향력을 갖는다.

중국이 석유를 비축할 때는 가격이 오르고 지금 전쟁 이후처럼 비축하지 않을 때는 가격 상승을 완화하면서 원유 가격 변동성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

중국이 이처럼 세계 석유 공급에서 독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세계 최대 석유 구매국이면서 민주주의 국가들과 달리 중국 정부가 에너지 상황을 강력하게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중국의 석유 수입이 급격히 감소한 데에는 두 가지 주요 변화가 반영돼 있다. 중국은 더 이상 석유를 비축하지 않고 일부 비축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또 중국의 정유공장들은 원유를 휘발유, 경유 및 기타 연료로 전환하는 규모를 크게 줄였다.

이는 부분적으로 중국의 석유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정유업체인 시노펙은 중국의 석유 소비가 예상보다 일찍 지난해 정점을 찍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이제 중국에서 운행되는 승용차 가운데 약 14%가 전기자동차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2분기에 휘발유나 경유 차량과 트럭, 버스만 있었다면 사용했을 양보다 하루 150만 배럴 적은 석유를 사용했다. 이는 전 세계 석유 수요를 1% 이상 줄였다.

중국은 또한 강력한 고속철도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다른 나라에서는 널리 사용되지 않는 방식으로 석유 대신 석탄을 이용해 화학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중국은 1993년 순석유 수입국이 된 뒤에야 정부 차원의 석유 비축 제도를 구축하는 것의 가치를 인식했다. 미국과 다른 국가들은 1970년대 에너지 위기 이후 대규모 비축량을 마련했다.

그러나 중국은 빠르게 따라잡았다.

중국의 에너지 안보 전략은 미국이나 인도의 해군이 중동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석유 수송을 말라카 해협에서 차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부분적으로 작용했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석유 재고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로 비축량을 확대했다.

2021년 이후 심각한 주택시장 위기로 촉발된 낮은 금리가 중국 정부와 국영 석유기업들이 석유를 대량으로 비축하는데 도움이 됐다. 금리가 높을 때는 석유를 구매하고 저장하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금리가 매우 낮을 때는 정부와 기업 입장에서 현금을 보유하는 것과 석유 같은 원자재를 보유하는 것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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