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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난방비 보조금은 재난지원금이 아니다

등록 2023.02.15 16:22:45수정 2023.02.15 16: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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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인상폭 속도조절…취약계층 지원에 집중해야

중산층 지원 확대 나서면 높은 물가 부채질 할 수도

현금지원·세액공제, 재정에 부담…공짜 뒤에는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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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가스요금을 올리고 재정으로 지원하는 건 '조삼모사'(朝三暮四)로 제일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지난 주 언론인 단체가 주최한 한 포럼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난방지 지원을 중산층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에 꺼낸 소신 발언이다.

대통령도, 정치권도 중산층 서민의 난방비 부담을 덜 방안을 찾으라 재촉하지만 나라 곳간 열쇠를 쥐고 있는 부총리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부 총리의 소신 발언 이후 1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에너지 비용 부담 완화 방안을 논의하는 비상경제민생회의가 열렸다. 회의에서 물가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에너지 요금 인상폭과 속도를 조절하고, 취약계층을 더 두텁게 지원하는 내용이 논의됐다.

당장 관심을 모은 중산층 확대 지원 방안은 언급되지 않았다. "중산층 서민의 난방비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던 윤 대통령이 부총리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중산층 난방비 지원 논의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이달 하순 난방비 고지서가 각 가정에 날아들면 중산층을 포함한 지원 요구가 또 다시 빗발칠 수 있다.

정치권의 난방비 현금 지원 요구를 보면 코로나19 위기 당시 전 국민재난지원금 집행 과정이 오버랩된다. 당시에도 재정 당국은 곳간 열기에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정치권의 요구에 굴복해 한 번은 전국민에게, 또 한 번은 전 국민 88%에 공짜 돈을 쥐어줬다.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쏟아부은 재정은 부메랑이 되어 나라 곳간을 헤집었다. 그 후폭풍은 나랏빚의 폭발적 증가로 이어졌다.

난방비 지원은 재난지원금 지급 때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당시에는 0%대 저물가가 지속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영업·소상공인이 심각한 위험에 놓였었다.

지금은 5%대 고물가가 지속되고, 고금리에 취약계층 등 사회적 약자의 이자 부담이 심각하다. 중산층 등 대대적인 확대에 나설 경우 가뜩이나 높은 물가를 부채질 할 수 있다. 난방비 지원을 취약계층에 집중해야하는 것이 온당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난방비 지원을 확대해봐야 다른 공공요금 인상을 막을 수 없고, 전기·가스요금을 올려놓고 국민 혈세로 막는 것 또한 '밑돌 빼서 윗돌 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현금성 지원은 이전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용을 문제 삼으며 건전 재정을 핵심 과업으로 내세운 현 정부 기조와도 어긋난다. 깊은 고민과 철저한 선별 과정이 생략된, 막대한 재정을 필요로 하는 보편적 현금 지원에 나섰다가는 더는 이전 정부를 탓할 수도 없다.

정부가 만지작거리는 현금 지원이나 세액공제는 이래저래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공짜 뒤에 숨겨진 대가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서민들의 난방비 부담도 덜고 나라 재정 부담도 덜한 윤석열 정부만의 해법을 내놓길 기대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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