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물<187>서태후 불법 정치자금 22억

◇제37화 아버지의 소원<187회>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역시 하도야가 입에 담을 수는 없었다.
“재판 때 뵙겠습니다.”
“일은 그 전에 처리하겠소. 사람을 보내리다.”
오봉그룹 오재봉 회장은 미소 가득한 얼굴로 하도야 검사를 배웅했다.
“이게 뉘신가? 믿을 수가 없군. 열혈검사께서 범죄자를 직접 면회 오셨다니….”
대국당의 서태후가 하도야의 예기치 않은 방문에 적절하게 반응했다.
“총장님에 대한 조사를 어떻게 감히 검찰청사로 불러들여 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직접 이렇게 오는 게 예의지요.”
“후훗, 그래도 내 체면을 세워 주시려고? 이거 고맙구려.”
“한때 오봉그룹 법무 팀에서 활동했던 송대철 변호사의 증언과 계좌추적 결과 22억 원이 대국당으로 흘러들어 간 게 확인 됐습니다.”
하도야는 서둘렀다.
“이 돈은 대국당의 활동에 다양한 방법으로 동원됐을 겁니다. 우선 어떤 용도로 사용됐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그랬나?”
“설명해 주시지요…총장님!”
“기억이 가물거리는군. 이제는 정치관록의 서태후도 세월은 어쩔 수가 없나봐.”
정치계의 노련한 수단꾼으로 3명의 대통령을 차례로 상대했던 대국당의 정치 원로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상대였다.
“돈이란 생물에는 꼬리표가 달려 있습니다. 사용처를 확인하는 작업은 시간이 좀 걸릴 뿐이지 언젠가는 확연하게 노출 됩니다.”
“그렇겠지?”
“이번 불법 행위가 발표되면 대국당은 아마 온전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겁니다.”
“검사가 협박도 하는군.”
“농담이 아닙니다. 대국당이 무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십니까?”
서태후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일개 검사가 정부를 상대로 너무 무모한 도박을 벌이는군. 자네, 정치인들을 일반 협잡꾼 따위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거 아닌가?”
“오재봉 회장의 증언에 따라 대국당의 뿌리 깊은 불법자금의 실체가 드러나게 되면…22억이 아니라 220억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총장님의 역사가 곧 대국당의 역사이니 부정은 못하실 겁니다.”
서태후의 안색이 변했다.
“오재봉 회장은 지난날의 과오를 인정하고 새롭게 태어나고자 합니다. 자신의 죄 값을 정당히 치르고 본연의 위치로 돌아오고자 하는 겁니다. 물론 기업인으로서 예전의 왕성한 활동을 할 것인지는 그 분의 의사에 따라 결정 되겠지요. 난 지금 정치귀신이라 할 수 있는 서태후님에게도 기회를 주고자 하는 것입니다.”
하도야의 의도를 파악하고자 서태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내게도 기회를 준다? 그 말 뜻은 자네가 오재봉 회장에게 어떤 제안을 했다는 말로 들리는데 그런가?” 과연 헛되게 세월만 소비해 온 정객이 아니었다. 일세를 풍미해 온 노련함이 온 몸에 배 있었다.
“저에게 그런 설득의 힘이 존재한다고 믿으십니까?”
“그래. 나도 그 부분이 용납되지 않아서 말이지…평검사가 대관절 얼마나 거대한 배경이 있기에 그런 배짱을 부리는가?”
하도야가 서늘한 시선으로 서태후를 노려봤다.
“검사의 선서를 솔로몬의 지혜처럼 믿고 있는 꼴통검사의 발악이지요.”
“내게 원하는 게 뭔가?”
하도야는 이미 알고 있었다. 대국당에서 얼마나 서혜림을 손아귀에 넣고 싶어 했는지를. 서태후는 눈물까지 흘려가며 서혜림을 입당 시키려 했었다.
“대국당은 어차피 총장님의 구속과 더불어 정당으로서의 가치가 상실 됩니다.”
“그래서?”
“해체 될 대국당의 전국 조직으로 서혜림씨의 신당 창당에 기여 하십시오!”
원로 정치인 서태후의 일신이 한차례 짧은 경련을 일으켰다. 몹시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회복 속도는 놀랍도록 빨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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