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본 2013년 세계]슈퍼 태풍 하이옌, 자연의 역습(?)…기상 이변에 몸살 앓는 지구촌

【타클로반(필리핀)=AP/뉴시스】필리핀 중부 타클로반 주민들이 10일 강력한 태풍 하이옌으로 초토화된 타클로반 시내에서 쓸만한 기물이 남아있는지 찾고 있다. 사상 가장 강력한 태풍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하이옌으로 레이테주에서만 최소 1만 명이 사망했다고 레이테주의 한 고위 경찰 관계자가 이날 밝혔다.
타클로반을 중심으로 태풍 피해 지역은 대규모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로 '생지옥'으로 변했다. 도시의 95%가 파괴된 타클로반은 진흙투성이의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해 거리 곳곳에 시신이 널려 있고 사흘째 전기와 통신, 교통이 모두 끊기면서 식품과 식수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약탈이 일어나는 등 극심한 혼란을 빚었다.
최신 피해 통계에 따르면 태풍으로 인한 사망자 수만 6100여 명, 실종자는 약 1780명이고 100만 가구가 태풍의 영향을 받았고 2만 7000명이 부상당했다.
이 가운데 필리핀 정부는 지금까지 하이옌으로 인한 재산피해 규모를 약 129억 달러로 추정하고, 유엔과 세계 각국의 지원에도 하이옌의 집중 피해를 본 타클로반 지역의 복구는 최소 4년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인명 피해가 특히 심각했던 것에 관련해 기상학자들은 이번 재해에 사람의 책임도 크다며 이번 재해를 천재보다 인재(人災)라고 주장한다.
7000개의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은 세계에서 가장 태풍에 취약한 지역 한가운데 있다. 이 지역에 태풍의 위력을 줄이는 육지도 거의 없고 태풍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따뜻한 해수대가 넓게 자리하고 있어 초대형 태풍이 자주 발생한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만든 지구온난화도 해수면 상승과 태풍 위력의 전반적 상승에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필리핀 해수면은 지난 20년 간 약 1.27㎝ 높아졌으며 이는 세계 평균의 3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해수면 상승은 홍수를 일으키는 폭풍해일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기상이변이 발생하는 빈도도 잦아지고 있다. 영국의 국제 환경개발 연구소 살리문 후크 연구원은 "20년 또는 50년마다 발생했던 기상이변이 이제 2년마다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하이옌 같은 기상이변이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새로운 기상 상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위스 재보험사 스위스리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에는 태풍 하이옌뿐 아니라 지난 6월 유럽 중부를 휩쓴 홍수 등 각종 자연재해로 1300억 달러(약 137조72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반도의 경우 초강력 태풍의 발생보다는 홍수와 가뭄이라고 하는 상반된 현상이 더욱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월21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필리핀의 재해 지역을 찾은 가운데 유엔은 이달 초 12개월 간 생존자들에게 기초 생활 물품을 제공하고 피해 지역 복구 사업에 쓸 7억9100만 달러 모금에 앞장서고 장기적인 개발 대책 마련에도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기상이변은 더 심해질 수 있지만, 인간에겐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이 있다. 기후 전문가들은 튼튼한 건물, 경고 체계 개선, 정부 신속 대응 등으로 피해를 줄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재앙의 원인이 인간이 만든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의 결과라는 분석과 환경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치명적 재앙이 더 늘 것이란 우려로 하이옌은 전세계에 경종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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