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50년대 이발소언니들 ‘바버렛츠’의 산뜻한 도발

20세기 초 미국 이발소는 일종의 클럽이었다. 사람들이 모여 합창과 합주로 화성을 만들었기에 ‘바버샵 하모니(Barbershop Harmony)’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흑인영가나 재즈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친 ‘이발소 화성’은 클래식 음악에서 ‘무반주 합창음악’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아카펠라의 근대적인 모습이다. 1950년대에 들어서 아카펠라는 리듬 앤드 블루스(R&B)의 일종으로 가수의 노래에 허밍 풍으로 리드미컬한 코러스를 깔아주는 합창인 두왑(Doo Wop)을 곁들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게 됐다.
가요 반주 등으로 남녀 합창단들이 ‘두두두두’ ‘두왑 두왑’이나 ‘슈비루비루비두왑’하며 부르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장르다. 우리나라 대중음악 분야에서 아카펠라를 얘기하자면 아카펠라 그룹을 표방했던 댄스그룹 ‘동방신기’를 들 수 있다. 동방신기는 혼성 5인조 아카펠라 그룹인 ‘더 리얼 그룹’을 존경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아카펠라나 바버샵 하모니, 두왑 등의 장르에서 활약한 우리 대중 가수는 찾기 쉽지 않게 됐다. 그만큼 서로의 음악적 감각만으로 화음을 맞추기는 쉽지 않나 보다.
1950∼60년대 6·25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마이크 하나에 셋이서 머리를 조아리고 예쁘게 노래를 부르던 한국의 ‘김시스터즈’를 기억할지 모르겠다. 1930년대 대표적 작곡가 김해송과 한국 첫 여성그룹 ‘저고리시스터’의 멤버였던 이난영 사이의 자매 숙자와 애자 그리고 사촌인 민자로 구성된 팀이다. 이 팀은 미8군에서 10대 때부터 공연해 라스베이거스에 진출했다. 당시 TV쇼의 대명사 에드셜리번쇼에 20여회나 출연할 정도로 입지를 굳힌 최초의 한류 가수라고 할 수 있다. 인기곡 ‘김치 깍두기’는 옥희씨가 리메이크해서 유명해진 노래이기도 하다.
지난 27일 ‘김시스터즈’와 비슷한 인디 여성그룹 ‘바버렛츠’가 첫 정규앨범 ‘바버렛츠 소곡집 #1’을 발매했다. 2012년 가을 결성된 이 팀은 ‘이발소 언니들’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가요와 인디, 재즈 신에서 활동해 온 싱어송라이터 안신애, 보컬리스트 김은혜, 중저음이 매력적인 박소희가 우연한 계기로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연습한 것이 계기가 돼 바버렛츠가 결성됐다.
이들은 이태원과 홍대 클럽 공연부터 동네 어르신 잔치까지 다양한 공연을 하고 있다. 노후대책으로 ‘나는 가수’라고 선언한 강승원은 공공연히 ‘바버렛츠의 공인 스토커’를 자부할 정도로 그들의 음악을 인정했다. 그들과 많은 공연을 함께했던 노영심, ‘울랄라세션’의 박광선, 리더 안신애의 오랜 친구인 ‘SG워너비’ 김진호 등도 바버렛츠의 열혈팬이다.
바버렛츠는 1집 수록곡 ‘가시내들’을 통해 1950년대로의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해준다. 김시스터즈처럼 이태원과 홍대를 중심으로 한 활동으로 주한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그들이 어릴 적 듣고 자란 미국의 50~60년대 사운드를 재현하는 그룹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멤버들이 직접 촬영∙제작한 영상, 로네츠(The Ronettes)의 ‘Be My Baby’는 동영상 콘테스트 사이트 ‘vube.com’에서 조회 수 500만을 웃돌며 ‘이달의 동영상’ 30위에 오르기도 했다. 바버렛츠의 공연에 가면 세 명의 보컬이 동시에 하나의 마이크를 사용해 밸런스를 맞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치 클래식의 3중주를 듣는 듯하다. 조금은 촌스러워 보이는 율동도 음악과 함께 하니 귀엽고 상큼하다.
앨범에는 ‘가시내들’ ‘쿠커리츄(KUKERICHOO)’ ‘한여름밤에 부는 바람’ ‘한여름밤의 꿈’ ‘봄맞이’ ‘비가 오거든’ ‘사랑의 마음’ ‘MRS.LONELY’ 등이 수록됐다. 리드보컬인 안신애의 절제되면서도 독특한 창법이 돋보이는 곡들이 많다. 대부분 노래에 작사, 작곡, 편곡으로 참여한 그녀를 믿고 따르는 ‘이발소 언니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KBS 드라마 ‘총리와 나’ OST에 ‘다정한 거짓말’로, 강승원 가수 만들기 프로젝트에 이적이 ‘나는 지금’을 노래할 때 코러스로도 참여한 그녀들의 공연에 관심이 있다면 바버렛츠의 페이스북 등 SNS를 찾아봐도 좋을 것이다.
바버렛츠는 민중가요 ‘광야에서’와 김광석의 ‘꽃’ 등을 작곡한 문대현과 여행스케치를 기획 제작하고 동물원, 김창기, 김광석, 심수봉 등의 공연을 연출한 서울음반 출신의 신동철이 만든 ‘달걀공장’이라는 뜻의 에그플랜트(EGG Plant)에 소속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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