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남은 생태전원도시 시흥 은계지구

【시흥=뉴시스】 조성필 기자 = 경기 시흥 은계지구 조감도. 2018.11.07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email protected]
【시흥=뉴시스】 조성필 기자 = 경기 시흥 은계지구가 '졸품 공공주택지구'로 추락할 위기에 처했다.
2009년 10월 2차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 수변과 연계한 생태전원도시를 내걸고 출발했지만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의 모습은 기대했던 모습이 아니다.
당초 자족, 교육, 교통계획은 이미 어그러졌고 입주예정자들의 민원과 불만도 폭주하고 있다.
지구지정 이후 9년 동안 사업이 진행돼 온 은계지구의 문제점을 점검해 봤다.
◇ 자족시설용지에 유례없는 공장지대 형성
은계지구에는 인근 소래저수지와 연계한 수변복합커뮤니티 시설이 들어선다.
보금자리지구 지정 당시만해도 수변과 연계한 상업, 문화, 주거 단지가 들어서는 것은 처음이었다. 은계지구가 생태전원도시라는 타이틀을 내 건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진행하는 이 사업은 수변공원 대상 부지에서 소래저수지를 빼려고 했다가 입주예정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원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으로 조성되고 있다.
LH는 이벤트 무대, 수변스탠드 등 주민 요구사항을 설계에 반영해 2단계 사업을 오는 12월 착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은계지구가 당초 구상과 비교해 전혀 다른 그림으로 뒤바뀌는 데에는 지구 내 자족시설용지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현재 은계지구 자족시설용지에는 500㎡ 이하의 소규모 영세공장이 난립하고 있다. 공공주택 단지와도 20여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주택 단지와 인접한 자족시설용지에 영세공장이 들어서는 것은 경기도 내 준공·추진 중인 29개 공공주택지구 가운데 은계지구가 유일하다.
이처럼 유례없는 공장지대가 형성된 건 시가 500㎡ 이하 소규모 공장은 업종 제한 없이 들어설 수 있게끔 조례를 개정했기 때문이다.
일부 입주예정자들은 정치권 입김에 국토교통부가 도시계획조례 개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시에 보낸 데에서 모든 문제가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실제 2013년 6월 17일 열린 제316회 국회(임시회) 제1차 전체회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은 당시 국토부 장관인 서승환 전 장관에게 "소음공해를 유발하지 않는 공장에 한해 은계지구 자족시설용지에 입지할 수 있도록 탄력적인 유권해석"을 요구했고, 국토부는 이로부터 9일 뒤인 26일 시에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시흥갑 지역위원회 문정복 위원장이 시에서 제출받은 '시흥은계보금자리지구 내 공장 이전을 위한 도시계획조례 개정 요청' 공문과 국회회의록을 통해 밝혀졌다.
함 의원은 "은계지구가 개발되면서 기존 공장에 대체부지를 찾아줘야 한다는 취지에서 주장한 것"이라고 했다.

【시흥=뉴시스】 조성필 기자 =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3년 6월 경기 시흥시에 보낸 공문. 공문에는 은계지구 개발 전 기존 공장이 입지할 수 있도록 도시계획조례 개정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2018.11.07 [email protected]
입주예정자들은 자족시설용지 내 영세공장 이전과 입지 제한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영세공장을 강제 이주하거나 입지를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는 데다 은계지구 자족시설용지는 올해 12월 준공을 앞둔 상황인 탓이다.
준공된 용지는 공공주택업무처리지침에 따라 향후 5년간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불가하다.
시는 공장이 이전할 부지를 마련한 뒤 공장주를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상당 기간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다만 임병택 시흥시장이 "문제 해결을 위해 입주민과 소통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힌 데 입주예정자들은 일말의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 오락가락 주택 공급 정책… 교육시설은 반토막
은계지구는 시흥 은행동·계수동·대야동 일원 201만1000㎡에 1만3191가구 규모로 조성 중이다. 오는 2020년까지 3만3470여명이 입주할 예정이다.
하지만 규모 대비 교육 수요를 감당할 교육시설은 태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현재 은계지구 내 설립이 확정된 교육시설은 초등학교 1개소뿐이다. 기존 교육시설을 포함하면 초등학교 3개소, 중학교 1개소로 총 4개소에 불과하다.
설립이 내정된 유치원 1개소를 더한다고 해도 5개소밖에 되지 않는다.
당초 계획은 기존 교육시설(초등학교 2개소, 중학교 1개소)을 포함 유치원 3개소, 초등학교 4개소, 중학교 2개소, 고등학교 1개소 등 모두 10개소였다.
교육시설이 반토막난 원인으로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이 첫 손에 꼽힌다. 집권 정부 입맛에 따라 주택공급 정책이 바뀌다 보니 학생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는 의미다.
실제 은계지구 A1블록은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선정된 이명박 정부 시절 국민임대주택으로 계획돼 있었으나,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행복주택으로 손질됐다.
행복주택은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이 주변 시세보다 20~40% 싼 임대료로 살 수 있는 임대주택으로 박근혜 정부 때 도입된 주택 유형이다.
국민임대나 영구임대와 달리 자녀가 없는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 등에게 대부분 임대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보니 학생 수요가 대폭 감소하게 된 것이다.
이 영향으로 A1블록 주변 초등학교, 유치원 건립이 취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은계지구 내 건립이 보류된 유치원 2개소, 초등학교 1개소, 중학교 1개소, 고등학교 1개소 부지는 내년 12월까지 존치하기로 결정된 상태다.
시는 이들 부지를 활용한 학교시설복합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시흥교육지원청의 타당성 검토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은계지구 입주자연합회도 "시흥교육지원청은 대야역 인근 영남아파트 재개발 등 주변 환경 변화에 따른 교육 수요 반영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시 관계자는 "실입주자 학생 수요 등을 모니터링해 학교시설 복합화가 추진될 수 있도록 교육지원청과 지속적인 협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흥=뉴시스】 조성필 기자 = 지난달 31일 경기 시흥 은계지구 C1블록 회의실에서 열린 은계지구 입주예정자 대표 간담회에서 임병택 시흥시장을 비롯 시청 관련 부서, 선병채 LH 광명시흥사업본부장, 시흥시의회 이복희 의원, 입주자 대표 등이 자족시설용지 내 공장 난립 문제를 포함 은계지구 현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2018.11.07 [email protected]
◇ 대중교통 부족으로 출퇴근전쟁
은계지구는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될 당시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갖춘 도시'로 요약됐다.
서울 도심 서남 측 약 21㎞ 지점에 위치한 데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제2경인고속도로, 국도39호선, 국도42호선 등에 인접한 영향이다.
하지만 입주가 시작된 현재 입주민은 물론 입주예정자들은 대중교통 이용에 불편을 토로하고 있다.
강남역, 사당역 등 서울 방면 광역버스가 수요 대비 턱없이 부족하고, 이 광역버스를 이용하려면 신천역이나 대야역으로 가야 하는데 이 방면으로 운행하는 마을버스 배차 간격이 20분으로 너무 길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출근길에는 버스정류장에 몰린 주민들이 긴 줄을 서서 혼잡상황이 빚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광명역 방면은 버스가 전무해 대규모 쇼핑시설과 편의시설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대중교통 부족 현상에 대한 시 또한 나름의 해결책을 강구, 제시 중이다.
서울방면 광역·시내버스 노선을 확충하고 차량 내 혼잡도 완화를 위해 내년에 운행 버스 중 일부를 2층 버스로 전환 운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신천역, 대야역으로 향하는 마을버스의 배차 간격을 10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광명역 방면 노선의 경우 한정된 수요로 신설에 난항을 겪고 있다.
시 관계자는 "한정적 수요 때문에 다른 지자체에서도 해당 노선을 폐지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광명역 방면 마을버스 개통안이 제시됐으나, 이조차도 수요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노선 폐지가 불가피하다.
임 시장은 "광명역 방면 버스 개통은 선거 공약이기도 했다"며 "인천 등 타 지자체와 시흥의 수요는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우선 마을버스 등으로 운행할 계획이다. 이후 이용수요 분석 등을 통해 노선 존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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