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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짜리 계엄에 수십년 쌓은 민주주의 위상 흔들[워싱턴 리포트]

등록 2024.12.07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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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12.03. chocrystal@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12.0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뉴시스] 이윤희 특파원 = "돌이켜보면 한국에서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한 것이 실수였을까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 다음날인 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포스트(WP) 기자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게 이같이 물었다.

정치적 난관에 부딪히자 군인들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하려한 한국 정부에 민주주의 회의를 주최할 자격이 있냐는 질문이었다.

블링컨 장관은 "한국은 민주주의와 민주적 회복력과 관련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역사 중 하나"라며 동의하지 않았으나, 기자의 질문은 계엄 사태를 지켜본 외국인들의 반응을 가늠케 한다.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렸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2021년 시작된 미국 주도 회의체다.

미국이 아닌 국가가 단독 개최한 것은 한국이 처음인데,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미국의 절대적인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당시 미국 정부 관계자는 기자들에 "한국이 민주주의 챔피언 중 하나로 3차 정상회의를 개최하러 나선 것이 매우 기쁘다"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 결정으로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평가는 상당히 달라질 것이 자명해 보인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대사대리는 전날 "윤 대통령은 민주적 지도자이자 미국의 신뢰할 만한 지도자로서의 자신을 완전히 무너뜨렸다는 점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주의 등불로서의 한국의 명성과 위상을 훼손했고, 21세기 현대 한국의 찬란한 모든 측면에 후폭풍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도 전날 한 세미나에서 "1980년에야 일어났을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충격적이고, 당혹스러웠으며 이상했다"면서 "우리는 한국을 자유민주주의와 문화, 경제 그리고 모든 것의 강국으로 여겼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한국 민주주의는 식민지배와 분단, 기나긴 독재 정권을 이겨내고 이뤄낸 성과로, 세계적인 성공 모델이라는 찬사를 받아왔다. 그 이면엔 수십년에 걸친 저항과 투쟁의 역사가 있었기에 찬사가 부끄럽지 않았다. 하지만 6시간짜리 계엄령 한 번에 장대한 역사와 위상에 금이간 것이다.

아울러 계엄 사태는 한국에 대한 평판 뿐만아니라 민주주의 정상회의, 또한 미국이 구상하는 민주주의 가치동맹에도 타격을 가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5일 러시아 TV 채널1에서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를 언급하며 "한국은 역사를 통틀어 정상적으로 끝나는 대통령 임기를 사실상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며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은 미국식 정치 시스템에 완벽하게 부합한다"고 한국과 미국 정치체계를 폄하했다.

그는 나아가 "현재의 관점을 넘어 상황을 바라보고 철저히 분석한다면 북한이 왜 그렇게 부지런히 자체 안보를 구축하고 있는지 분명해질 것"이라며 "서울에서 일어난 사건은 한반도에 긴장과 불안정을 가져온 것은 바로 남한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주장까지 폈다.

민주주의를 내세워 권위주의 정권을 견제하고 안보 동맹을 강화하려던 미국 입장에선 특히 곤혹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 정부가 계엄 계획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는 점과 함께 미국의 속내를 불편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국 수장으로 개회사에 나서 "우리는 민주주의라는 위대한 유산을 보다 잘 가꾸어 미래세대에게 전해줘야 하고, 청년 세대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새로이 해야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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