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AI 로봇 성큼…한국은 어떤 준비하고 있나?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어디에서나 인공지능(AI) 얘기였다.
지난 10일 폐막한 세계 최대 IT·전자 전시회 'CES 2025'에선 가전제품부터 산업용 제품, 모빌리티까지 AI 기술을 사용하지 않은 제품이 없을 정도였다. 'AI 시대'라는 말이 실감 났다.
CES 전시장 곳곳을 둘러보면 생성형 AI가 등장한 지 1년 만에 AI 기술이 이렇게 빠르게 발전했구나 하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다.
올해 행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도 AI 기술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올해 CES에서 압권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연설이라고 본다.
특히 젠슨 황이 오른 무대에서 14대의 사람 형태 휴머노이드 로봇이 병풍처럼 도열한 장면은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날 이 장면은 로봇 개발 플랫폼 '코스모스'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마치 공상과학 영화 시사회처럼 장내가 소란스럽게 들끓었다.
이미 첨단 기술 기업들은 생성형 AI 다음을 준비 중이다. 황 CEO에 따르면 사람의 개입 없이 특정 작업을 자율 수행하는 '에이전트 AI' 시대가 도래했다. 다음은 로봇, 자율주행 등 물리 법칙까지 이해할 수 있는 '피지컬 AI'로 넘어간다. 생성형 AI가 촉발한 산업혁명의 다음 물결이 로봇의 시대로 향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올해 로봇 시연 행사엔 '각본'이 없었다.
생성형 AI가 탑재된 로봇은 지시를 내릴 때마다, 매번 다른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그동안 경험해 온 로봇은 정해진 경로대로 움직이는 것이 보통이었다. 공장에서 정해진 구역을 순찰하거나, 커다란 로봇 팔이 커피 머신을 작동하는 등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만 수행해 왔다.
하지만 이제 로봇은 자율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간처럼 실수를 하기도 한다. 로봇청소기가 청소할 물건을 지나치기도, 로봇 팔로 나르던 물건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하지만 곧이어 궤도를 수정하고, 떨어진 물건을 주워 다시 임무 수행에 다시 나선다. 반복된 실패에서 로봇도 배우는 것이다.
AI 로봇은 인간과도 교감했다. CES 현장에서 본 강아지 모양을 한 로봇은 AI 기술로 사람 손이 닿을 때마다 반응하고, 공감했다. 피가 돌지 않는 로봇이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시대가 이제 곧 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니가 1999년 출시한 세계 최초의 애완견 로봇 '아이보'는 수리 불가 판정 이후 로봇 장례식을 여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그러나 올해 CES 기조연설에서 젠슨 황과 함께 무대에 올랐던 로봇 14대 중 한국 기업이 만든 제품은 안타깝게도 단 1대도 없었다. 중국산이 6대, 미국산 4대, 나머지는 노르웨이·이스라엘·독일·캐나다 등 제품이다. 마치 AI 기술의 글로벌 순위가 매겨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이 로봇 숫자는 현실이었고 의미심장했다.
AI 선진국들은 국제 기술 공급망에서 자국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기술 표준을 설정할 특권을 갖는다. CES 현장에서 만난 한 한국 기업인은 "AI 로봇은 서튼 퓨쳐(확실한 미래)"라며 "자율주행처럼 단계별로 정의해,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플레이할지 정하고 기술을 더 빠르게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도 이제 전 국가 차원에서 AI 기술 발전을 위해 매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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