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고 춤 배우고…작가 조승리 "낯선 경험서 깨어나는 감각이 좋아 도전"[문화人터뷰]
두번째 에세이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 출간
"편집자와 표지부터 내용까지 교정…이번이 진짜 내책"
"실패할 수 있고 후회하겠지만 부딪히고 깨져 보는 것"
차기작은 소설…"주변 사람의 경험, 자전적 내용 담을것"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시각장애인 작가 조승리가 15일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 작가는 지난해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에 이어 두 번째 수필집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을 출간했다. 2025.04.20. bluesoda@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4/16/NISI20250416_0020773819_web.jpg?rnd=20250416111126)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시각장애인 작가 조승리가 15일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 작가는 지난해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에 이어 두 번째 수필집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을 출간했다. 2025.04.20. [email protected]
시각장애인 작가 조승리(39)가 현지 가이드를 섭외하고 동행인을 구하느라 비용이 2배, 3배 늘어도 여행을 '감행'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조 작가는 최근 자신의 두 번째 에세이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을 펴냈다. 앞서 첫 책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를 통해 장애인이자 안마사, 여성으로 살아온 이야기를 펼쳤다.
이번 신작에서 그는 베트남, 필리핀 등 외국 여행기를 비롯해 플라멩코 수업, 바리스타 자격시험까지 낯선 경험을 통해 느낀 감정을 그려냈다.
지난 15일 서울 동작구 한 카페에서 만난 작가 조승리는 이번 에세이가 '진정한 첫 책 '이라고 소개했다.
조 작가는 "이번 책은 '독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를 많이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썼다"며 "첫 책은 생각나는 대로 내 안의 모든 이야기를 쏟아내려는 마음이었다면, 이번엔 '이렇게 잘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전작은 제가 손을 댄 게 하나도 없는데 이번엔 편집자와 같이 표지부터 내용까지 교정과 교열을 봤다"며 "'진짜 내 책이 나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어떻게 책을 쓰고 교정을 보는 지를 묻자 조승리는 "입출력이 가능한 시각장애인 노트북인 점자 단말기가 있다"며 "노트북에도 보이스웨어 프로그램이 있으면 워드 정도는 칠 수 있다"고 했다.
또 "주로 점자 단말기 이용해 원고를 쓰고 PC로 교정을 본 다음 다시 점자 단말기에 넣어 퇴고한다"며 "소리로 듣고 손으로 읽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시각장애인 작가 조승리가 15일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 작가는 지난해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에 이어 두 번째 수필집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을 출간했다. 2025.04.20. bluesoda@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4/16/NISI20250416_0020773820_web.jpg?rnd=20250416111118)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시각장애인 작가 조승리가 15일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 작가는 지난해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에 이어 두 번째 수필집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을 출간했다. 2025.04.20. [email protected]
조 작가는 15세 무렵 '망막색소변성증'을 진단 받았고 20세 초반에 완전히 시력을 잃었다.
어머니와 함께 병원 순례를 다니면서도 조승리는 '살아갈 방법'을 궁리했다.
중학교 3학년 때 맹학교에 직업교육을 받으러 청강생 신분으로 들어갔다. 그는 기숙사 입소 첫날 밤을 바뀐 운명과 처음으로 맞닥뜨린 날로 기억한다.
조 작가는 "시각장애인은 직업을 가질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안마 교육을 받아 안마사로 취업할 수 있었고 그 교육이 어떤 건지 궁금했다. 빨리 경험해 보자는 생각으로 청강생으로 갔다"며 "기숙사에 도착해 첫날 자려고 누웠는데 그때 '내 인생이 이렇게 바뀌었네, 나는 시각장애인의 삶을 살아야 하는구나'를 깨달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취업부터 생각한 이유에 대해 "빨리 돈을 벌고 사회인이 되고 싶었다"며 "중학생 때 꿈이 경리였는데 시각장애인이 돼 현실적인 꿈이 사라졌다. 감각의 상실보다 '궤도에서 이탈했구나'라는 생각에 더 두려웠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시각장애인 작가 조승리가 15일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 작가는 지난해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에 이어 두 번째 수필집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을 출간했다. 2025.04.20. bluesoda@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4/16/NISI20250416_0020773812_web.jpg?rnd=20250416111114)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시각장애인 작가 조승리가 15일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 작가는 지난해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에 이어 두 번째 수필집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을 출간했다. 2025.04.20. [email protected]
그가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명확했다. 여행을 다니고 춤을 배우는 등 새로운 경험에 뛰어들 수 있었던 원동력은 '스스로를 아끼는 마음'이었다.
조승리는 "분명 실패할 수 있고 후회도 하겠지만 그냥 부딪히고 깨져 보는 것"이라면서 "안 하면 더 억울할 테니까 덤벼들고 뛰어든다"고 했다.
그는 장애인이 여행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일화로 전했다.
"필리핀 여행에서 가이드가 술을 마시고 와서 약속 시간을 어겼는데 클레임을 걸지 못했죠. 그렇지만 여행이 엉망으로 될까 봐 참았어요. 원했던 여행지가 있었지만 따지면 위험할 수 있으니까요"
그는 부당한 차별과 억울한 일을 숱하게 겪으면서도 '호기심' 때문에 여행을 간다고 했다.
그는 자신만의 여행 방식으로 "시장이나 공원에 가서 잠시 모든 감각을 열어 놓고 느껴봐야 한다"며 "느껴보지 못했던 냄새와 소리가 신기하고 공원에 앉아서 '한국의 나무랑 다른 나무가 있겠지'라며 혼자 상상해 본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인생을 에세이 두 권으로 풀어낸 그는 차기작으로 소설을 조만간 선보일 계획이다. 소설에는 주변 사람의 경험과 자전적인 내용이 담길거라 귀띔했다.
조 작가는 글 쓰는 이유에 대해 "세상 가장 어두운 곳의 이야기를 밝은 곳으로 꺼내보자 한다"며 "억울한 이들, 동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 살아왔다는 의미를 부여해 주고 싶다"고 전했다.
그에게 장애의 의미를 묻자 '낙인'이라는 '아픈 답'이 돌아왔다.
조승리는 "에세이 작가지만 저는 시각장애인 에세이 작가라는 낙인이 찍혀있다"며 "제 정체성을 부인하고 싶지 않고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했다.
"무언가 안되고, 포기해야 하고 절망스러운 것을 다 장애로 핑계 대고 싶지 않아요. 핑계 대고 살면 제가 후져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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