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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동물도 피규어가 됐다…최석운 개인전

등록 2026.04.02 10: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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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 호리아트스페이스서 5월2일까지

최석운, 2025, Vacances 1, 2025, Acrylic on canvas, 97x130cm *재판매 및 DB 금지

최석운, 2025, Vacances 1, 2025, Acrylic on canvas, 97x130c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단순한 인물화가 아니다. 감정이 제거된 존재들이다. 살아 있지만 어딘가 멈춰 있고, 서 있지만 이미 전시된 상태에 가깝다.

서울 삼청동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최석운(66) 개인전 ‘FIGURE SCENES’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낯설게 드러낸다. 그가 포착한 ‘장면(Scenes)’은 이야기라기보다, 감정이 빠져나간 자리에서 남은 흔적에 가깝다.

전시의 핵심 개념인 ‘피규어(Figure)’는 실재를 닮았지만 생명성이 제거된 존재를 뜻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인물 중심 서사에서 벗어나, 인간과 자연이 하나의 정서적 풍경으로 통합되는 새로운 회화적 전환을 보여준다.

작가는 팬데믹으로 중단된 전시 이후 전남 해남 임하도에서 1년여를 머물렀다. 고립된 섬에서의 시간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게 했고, 이후 이탈리아 시칠리아와 피렌체 여행은 시선을 인간 너머의 풍경으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작가는 인물을 풍경 속에 배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풍경이 인물이 되고, 인물이 다시 풍경으로 치환되는 순환 구조를 통해 인간 존재를 낯설게 재구성한다.
최석운, Vacances 4, 2025, Acrylic on canvas, 150x150cm *재판매 및 DB 금지

최석운, Vacances 4, 2025, Acrylic on canvas, 150x150cm  *재판매 및 DB 금지


최석운, Balcony 1, 2025, Acrylic on canvas, 145.5x112cm *재판매 및 DB 금지

최석운, Balcony 1, 2025, Acrylic on canvas, 145.5x112cm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에 등장하는 장면들은 작가의 경험과 관찰에서 출발한다. 자전거 여행 중 만난 인물에서 비롯된 ‘섬진강’, 오랜 시간 지나며 비로소 눈에 들어온 풍경을 담은 ‘모란꽃 밭에서’ 등은 일상의 틈에서 길어 올린 시선의 기록이다.

특히 유기견 구조 경험을 바탕으로 한 ‘Vacances’ 연작은 돗자리 위에 무표정하게 앉은 개들을 통해 공존과 책임의 문제를 환기한다. 이 장면에서 오히려 동물은 살아 있고, 인간은 정지된 존재처럼 보인다.

‘발코니’ 연작 역시 정적인 구도 속에서 미묘한 긴장을 드러낸다. 인물들은 서로를 바라보지 않으며, 감정의 흐름이 차단된 상태로 화면에 놓였다.

일상의 연극적인 장면을 통해 인간 존재의 상태를 드러낸 작품들은 묘하게 끌린다. 무표정한 인물들 속에서, 감정 없이 살아가는 나 자신의 얼굴을 발견하게 한다. 전시는 5월 2일까지. 관람은 무료.

최석운 개인전 호리아트스페이스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최석운 개인전 호리아트스페이스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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