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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렉터도, 주제도 없다”…서진석 ‘루프 랩 부산’, 35개 공간 실험

등록 2026.04.24 00:01:56수정 2026.04.24 01: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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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립미술관 ‘디지털 서브컬처’ 개막

숏폼·릴스, 미술관 밖으로…6월28일 까지 개최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23일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장이 미술관 야외 공간에 설치된 분절된 숏폼(Short-Form) 형식의 미디어 아트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23일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장이 미술관 야외 공간에 설치된 분절된 숏폼(Short-Form) 형식의 미디어 아트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부산시가 영화도시에 이어 미디어·디지털 도시로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벤트를 넘어 생태계로 이어질 생명력은 여전히 시험대에 올라 있다.

부산 전역 35개 공간에서 펼쳐지는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루프 랩 부산(LOOP LAB BUSAN)’은 기존 미술 행사와 다른 방식으로 도시를 작동시킨다. 특정 미술관이 중심이 되는 구조를 벗어나, 각 공간이 독립적으로 전시를 구성하는 분산형 플랫폼이다.

이 행사는 지난해 처음 공개됐다. 당시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장은 “수평적 연대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미디어아트 플랫폼”을 제시하며, 비엔날레 중심 구조를 넘어서는 대안 모델을 강조했다.


1년 뒤, 그 구상은 부산 전역에서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

[부산=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 관장이 23일 부산 동래구 동일고무밸트 동래공장에서 국제 미디어아트 패스티벌 '루프 랩 부산(Loop Lab Busan)' 기관 협력 전시 참여 작가 쉬빙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2026.04.23. pak7130@newsis.com

[부산=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 관장이 23일 부산 동래구 동일고무밸트 동래공장에서 국제 미디어아트 패스티벌  '루프 랩 부산(Loop Lab Busan)' 기관 협력 전시 참여 작가 쉬빙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2026.04.23. [email protected]



“디렉터도, 중심 주제도 없다.”

23일 ‘2026 루프 랩 부산’ ‘디지털 서브컬처’ 기자간담회에서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장은 이번 행사를 이렇게 정의했다. 기존 비엔날레 시스템을 해체한 수평형 디지털 아트 페스티벌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20세기 미술계는 비엔날레 중심의 피라미드 구조였다”며 “이제는 보다 민주적이고 대안적인 예술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리노베이션 중인 부산시립미술관이 지난해 처음 선보인 이 행사는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을 확장한 프로젝트다.  현재 부산시립미술관은 430억원을 들여 리모델링 중으로 오는 9월 재개관 목표다.
[부산=뉴시스] 박진희 기자 = 부산시립미술관은 23일 부산 남구 부산문화회관에서 아시아 사회 참여 예술의 흐름을 조망하는 '무빙 온 아시아: 포스트 사회 참여 예술'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을 비롯한 14개국 16명의 '디지털 태생(네이티브) 세대' 작가들의 미디어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2026.04.23. pak7130@newsis.com

[부산=뉴시스] 박진희 기자 = 부산시립미술관은 23일 부산 남구 부산문화회관에서 아시아 사회 참여 예술의 흐름을 조망하는 '무빙 온 아시아: 포스트 사회 참여 예술'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을 비롯한 14개국 16명의 '디지털 태생(네이티브) 세대' 작가들의 미디어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2026.04.23. [email protected]



‘2026 루프 랩 부산’은 기술(technology), 자연(nature), 인간(ecology)이 융합되는 동시대 흐름을 기반으로 한 시간성 중심의 디지털 아트 페스티벌이다. 

올해는 ‘디지털 서브컬처: 디지털 시대의 내러티브와 스토리’가 부산시립미술관 야외 조각공원 등 35개 공간에서 열린다. 25개국 13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특히 ‘노 디렉터·노 피라미드 조직·노 콘셉트’를 내세운 점이 특징이다. 특정 큐레이터가 전체를 통제하는 대신, 각 공간이 자율적으로 참여한다.

이같은 행사에 대해 서 관장은 “제자백가처럼 각 공간이 해석을 제시하고, 그 결과로 동시대 디지털 예술을 도출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행사는 전시와 포럼, 미디어 아트 페어 ‘루프 플러스(LOOP +)’가 함께 진행된다. 상업과 비상업, 하위문화와 제도권의 경계를 넘는 구조다.

서 관장은 “이러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형식은 부산이라는 도시와 잘 맞는다”며 “아시아 디지털 미디어 아트 흐름을 주도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부산=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 관장이 23일 부산 동래구 동일고무밸트 동래공장에서 국제 미디어아트 패스티벌 '루프 랩 부산(Loop Lab Busan)' 기관 협력 전시 참여 작가인 장혜련의 '마이그레이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루프 랩 부산(Loop Lab Busan)'은 시간, 이미지를 매개하는 국제 디지털 미디어 아트 플랫폼으로, 공동체의 수평적 연대를 실험하는 아시아 최초의 대안적 행사다. 2026.04.23. pak7130@newsis.com

[부산=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 관장이 23일 부산 동래구 동일고무밸트 동래공장에서 국제 미디어아트 패스티벌 '루프 랩 부산(Loop Lab Busan)' 기관 협력 전시 참여 작가인 장혜련의 '마이그레이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루프 랩 부산(Loop Lab Busan)'은 시간, 이미지를 매개하는 국제 디지털 미디어 아트 플랫폼으로, 공동체의 수평적 연대를 실험하는 아시아 최초의 대안적 행사다. 2026.04.23. [email protected]




그러나 이 구조는 질문을 동반한다. 하나의 전시가 아닌 35개의 전시는 과연 하나의 경험이 될 수 있는가. 큐레이션이 사라진 자리에서 의미는 어떻게 생성되는가다.

기존 비엔날레가 하나의 서사를 제시했다면, 이번 행사는 다수의 시선이 병렬적으로 놓인다.

연계 전시 ‘디지털 서브컬처’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구체화한다. 부산시립미술관 야외 조각공원을 중심으로 부산시청, 해운대 유카로빌딩, 부산유라시아플랫폼 등에서 진행된다.

SNS 기반 창작자 13명이 참여해 숏폼과 릴스 등 압축된 영상 형식을 통해 새로운 서사 방식을 제시한다. 스마트폰 화면에 머물던 콘텐츠를 물리적 공간으로 확장한 점이 특징이다.

서 관장은 “AI와 SNS 환경에서 성장한 창작자들이 만든 새로운 내러티브를 살펴보는 전시”라며 “짧은 형식 속에서도 서사가 가능한지를 탐색한다”고 말했다.

반면 동일고무벨트 동래공장에 선보인 쉬빙과 정혜련의 작품은 허물어져 가는 옛 공장 건물 속에서 21세기 디지털 문명의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이끈다.

그러나 환경은 이미 달라졌다. 서울에서는 미디어아트 비엔날레가 자리 잡았고, 미디어아트는 더 이상 새로운 장르가 아니다.

AI 확산으로 영상 생산의 문턱은 낮아졌고, 완성도를 담보하지 못한 콘텐츠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부산=뉴시스] 박진희 기자 = 부산시립미술관은 23일 부산 남구 부산문화회관에서 아시아 사회 참여 예술의 흐름을 조망하는 '무빙 온 아시아: 포스트 사회 참여 예술'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을 비롯한 14개국 16명의 '디지털 태생(네이티브) 세대' 작가들의 미디어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2026.04.23. pak7130@newsis.com

[부산=뉴시스] 박진희 기자 = 부산시립미술관은 23일 부산 남구 부산문화회관에서 아시아 사회 참여 예술의 흐름을 조망하는 '무빙 온 아시아: 포스트 사회 참여 예술'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을 비롯한 14개국 16명의 '디지털 태생(네이티브) 세대' 작가들의 미디어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2026.04.23. [email protected]




 [사진=박현주미술전문기자] 페스티벌 ‘루프 랩 부산(LOOP LAB BUSAN)’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박현주미술전문기자] 페스티벌 ‘루프 랩 부산(LOOP LAB BUSAN)’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장의 체감 역시 과제다. 35개 공간을 잇는 분산 구조는 확장성을 확보했지만, 관람 동선의 부담을 키웠다. 도보가 아닌 대중교통으로 도시 전역을 이동해야 하는 방식은 접근성과 집중도를 동시에 요구한다.

‘도시형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을 표방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아직 조용한 편이다. 서 관장은 지난해보다 홍보 강화를 언급했지만, 이동의 한계는 관람객 유입과 행사 확산에 제약으로 작용한다.

또 다른 변수는 지속 가능성이다. 이 행사는 서진석 관장의 제안으로 시작됐고, 부산시는 이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사진=박현주미술전문기자] 페스티벌 ‘루프 랩 부산(LOOP LAB BUSAN)’ 쉬빙 전시 전경..

사진=박현주미술전문기자] 페스티벌 ‘루프 랩 부산(LOOP LAB BUSAN)’ 쉬빙 전시 전경..



“관장 임기가 끝나면 사라질 수 있는 행사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장은 “향후 지역 민간 연대를 중심으로 자생적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실행 모델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서 관장의 임기는 올해까지다. 연임 여부에 따라 행사 지속성은 불확실하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역 정치 환경 역시 변수다.


서 관장은 “작년 전시가 창작 환경의 변화에 주목했다면, 이번 전시는 인공지능과 사회관계망서비스 환경에서 성장한 작가들이 구축한 새로운 서사 구조를 살펴보는 데 의의가 있다”며 “이들이 제안하는 감각의 확장은 미디어 예술의 미래를 가늠할 중요한 지점”이라고 말했다.

결국 ‘루프 랩 부산’은 하나의 실험이다.


비엔날레 이후 모델을 향한 시도이자, 디지털 시대 전시 구조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부산은 전시 중심 도시에서 미디어·디지털 플랫폼 도시로 이동 중이다.


다만 이 전환이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구조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올해 이후가 가를 전망이다. 행사는 6월 28일까지 열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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