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짝 마른 땅이 난로 됐다"…42.5도 만든 '폭염 악순환'·[사이언스 PICK]
등록 2026.08.05 06:00:00수정 2026.08.05 08:00:49
경남 양산 42.5도 기록…이중 고기압·분지 지형에 가뭄까지 복합 작용
메마른 토양이 폭염 부채질…수분 증발 못 해 지표면·공기 직접 가열
10일 이상 폭염 지속 시 '유지 단계' 진입…토양 수분 관측 중요성 높아져
![[파주=뉴시스] 김근수 기자 = 연일 폭염이 계속되는 6일 오후 경기 파주시 적성면의 한 해바라기 밭에 해바라기가 햇빛에 말라가고 있다. 2023.08.06. ks@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3/08/06/NISI20230806_0019986698_web.jpg?rnd=20230806161240)
[파주=뉴시스] 김근수 기자 = 연일 폭염이 계속되는 6일 오후 경기 파주시 적성면의 한 해바라기 밭에 해바라기가 햇빛에 말라가고 있다. 2023.08.06. [email protected]
5일 기상청에 따르면 양산은 지난 2일 오후 1시26분께 42.5도를 기록했다. 1904년 근대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국내에서 관측된 가장 높은 기온이다. 양산에서는 지난달 29일부터 닷새 연속 40도를 웃도는 극한 폭염이 이어졌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도 폭염특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과 광주 등 일부 지역에는 건강에 중대한 위험을 주는 '폭염중대경보'까지 발령됐다
고기압·바람·지형에 '마른 땅'까지…42.5도 만든 4박자
햇볕도 유난히 강했다. 양산의 지난달 누적 일사량은 평년보다 약 36%나 많았다. 반면 장마철 비가 적었던 탓에 인근 진주 지역의 토양 수분은 평년의 26.3% 수준에 그쳤다.
여기에 산지를 넘은 바람이 고온·건조해지는 푄현상과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양산의 지형적 특성도 더해졌다. 기상청은 겹쳐진 고기압과 강한 일사, 푄현상 등을 이번 기록적 고온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땅의 상태가 기름을 부었다. 토양수분은 지표가 받은 태양에너지를 어디에 쓸지를 좌우한다. 땅이 젖어 있으면 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물을 증발시키는 데 소비된다. 물이 액체에서 수증기로 바뀌는 동안 주변의 열을 가져가기 때문에 일종의 자연 냉각장치가 작동하는 셈이다.
반대로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 토양이 마르면 증발에 쓸 물이 부족해진다. 수분 증발에 쓰이지 못한 에너지는 땅과 지표 부근 공기를 직접 데우는 '현열'로 더 많이 전환된다. 같은 양의 햇볕을 받아도 메마른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더 빠르게 치솟을 수 있는 이유다.
땅은 메말라 기온 오르고, 습한 공기는 체감더위 높였다
비가 내리지 않아 지표가 말라도 남해·서해·동중국해 등 주변 바다에서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유입되면 대기는 다습할 수 있다. 공기 중에 수증기가 많더라도 고기압의 하강기류가 공기의 상승과 구름 발달을 억제하면 비가 내리지 않은 채 땅이 계속 마르는 상황도 가능하다.
토양 건조와 높은 대기 습도는 폭염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용한다. 메마른 땅은 증발 냉각을 약화시켜 낮의 실제 기온을 끌어올린다. 반면 공기 중 수증기는 땀이 증발하는 것을 방해해 인체가 몸속 열을 밖으로 내보내기 어렵게 한다. 같은 기온에서도 습도가 높으면 더 숨이 막히고 끈적거린다고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즉 양산의 42.5도처럼 극단적인 최고기온을 설명할 때는 고기압과 일사, 지형에 더해 토양 건조가 지표 가열을 강화하는 과정에 주목할 수 있다.
반면 공기 중 수증기는 체감온도를 높이고 밤사이 기온이 내려가는 것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가뭄이 폭염을 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메마른 땅과 습한 공기가 각각 실제 기온과 인체의 열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서울에 일주일째 폭염경보가 이어지는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계류식 가스기구 '서울달'에서 열화상 카메라로 바라본 서울 도심이 붉게 나타나고 있다.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은 온도가 높을수록 붉은색, 낮을수록 푸른색을 나타낸다. 2025.07.30. xconfind@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7/30/NISI20250730_0020910077_web.jpg?rnd=20250730154626)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서울에 일주일째 폭염경보가 이어지는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계류식 가스기구 '서울달'에서 열화상 카메라로 바라본 서울 도심이 붉게 나타나고 있다.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은 온도가 높을수록 붉은색, 낮을수록 푸른색을 나타낸다. 2025.07.30. [email protected]
폭염이 땅 말리고, 마른 땅이 폭염 연장…스스로 커지는 더위
조민정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연구원 등이 국제학술지 '국제기후학저널'에 발표한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연구진은 1973∼2024년 국내 61개 기상관측지점과 재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5∼9일간 지속된 폭염과 10일 이상 이어진 폭염을 비교했다.
두 유형 모두 따뜻한 공기의 유입과 고기압 하강기류로 시작됐다. 하지만 10일 이상 폭염에는 고온이 좀처럼 꺾이지 않는 별도의 '유지 단계'가 나타났다. 지속적인 하강기류가 구름을 줄이고 지표로 들어오는 일사량을 늘리면서 토양수분은 뚜렷하게 감소했다.
토양이 마르자 지표가 공기로 내보내는 현열은 증가했다. 이후 대기 흐름이 바뀌며 찬 공기가 들어오기 시작한 뒤에도 지표의 가열 작용이 냉각을 일부 상쇄해 폭염 종료를 늦췄다.
연구진은 10일 이상 폭염이 단순히 일반 폭염이 오래 이어진 것이 아니라, 지면과 대기의 상호작용이 달라지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같은 토양·대기 상호작용은 유라시아 내륙처럼 건조한 지역에서 주로 강조돼 왔다. 연구진은 상대적으로 습하고 바다의 영향을 많이 받는 한반도에서도 지표 건조가 장기 폭염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다만 이 연구는 과거 52년간 나타난 폭염을 분석한 것으로, 올해 양산의 42.5도나 현재 진행 중인 폭염에서 토양 건조가 기온을 몇 도 높였는지를 직접 계산한 결과는 아니다. 이번 기록적인 고온 역시 고기압의 위치와 강도, 바람, 지형, 일사량 등 여러 조건이 동시에 맞물린 결과로 봐야 한다.
선행 가뭄까지 봐야 극한폭염 보인다…토양수분 예측 중요성↑
학회 초록으로 공개된 해당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선행 강수량이 적을수록 여름 일최고기온이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고, 건조·극건조 조건에서는 극한고온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재현기간은 짧아졌다.
물론 토양 건조만으로 양산의 42.5도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고기압의 위치와 강도, 바람, 지형, 일사량 등 여러 조건이 동시에 맞물린 결과다. 개별 요인이 기온을 각각 몇 도씩 올렸는지도 현재로서는 분리하기 어렵다.
다만 이번 폭염은 비가 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농업용수 부족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선행 강수량과 토양수분은 폭염이 얼마나 높고 오래 이어질지를 알리는 또 하나의 예고 신호가 될 수 있다. 기온과 대기 흐름뿐 아니라 땅속에 남은 물까지 함께 봐야 극한폭염의 위험을 더 일찍 읽을 수 있다는 의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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