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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지상파도 라디오도 안 잡히는 섬…위도 주민 '생활 필수재'된 위성방송

등록 2026.09.02 10:00:00

라디오조차 먹통이던 서해 위도……위성방송이 육지와 연결

20㎏ 장비 메고 갯바람 뚫는다…태풍·염분 맞선 안테나 사투

산간·도서 11만 가구의 생명선…정책 지원 목소리도

[서울=뉴시스] 전북 부안군 위도 마을 주택 곳곳에 KT스카이라이프 위성안테나가 설치돼 있다. siming@newsis.com

[서울=뉴시스] 전북 부안군 위도 마을 주택 곳곳에 KT스카이라이프 위성안테나가 설치돼 있다. [email protected]


[부안(전북)=뉴시스]심지혜 기자 = 전북 부안 격포항에서 배로 50분을 달려 닿은 섬, 위도. 차를 타고 산길을 굽이굽이 넘어 섬 깊숙이 들어서자 산자락 아래 옹기종기 모인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파란색과 초록색 지붕 사이로 집집마다 둥근 접시 모양의 위성안테나가 바다를 향해 서 있었다. 섬 안쪽 마을은 망금봉에 가로막혀 지상파 TV는 물론 라디오 전파조차 닿지 않는다. 우주 인공위성에서 쏘아 올린 전파만이 이 외딴섬 주민들의 눈과 귀를 육지와 잇고 있었다. 

세대 수보다 많은 TV…섬마을 잇는 '생활 필수재'

위도는 770가구, 1079명이 사는 작은 섬이다. 하지만 지난 7월 말 기준 위도 내 KT스카이라이프 가입 회선은 994개에 달한다. 가구 수 대비 가입률(침투율)이 129%를 기록했다. 주민 집뿐 아니라 펜션 등 숙박시설의 객실마다 TV를 놓은 결과다.

이곳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이진홍 사장은 셋톱박스를 9대나 쓴다. 2008년 해양경찰에서 퇴직한 뒤 위도에 정착한 그는 "처음 섬에 왔을 땐 지상파는 물론 라디오도 안 잡혔다"며 "주민들이 산꼭대기에 대형 안테나를 세우고 케이블을 마을로 끌어내려 나눠 봤을 정도"라고 돌아봤다.
[서울=뉴시스] 전북 부안군 위도 한 주택 옥상에 KT스카이라이프 위성안테나가 설치돼 있다. siming@newsis.com

[서울=뉴시스] 전북 부안군 위도 한 주택 옥상에 KT스카이라이프 위성안테나가 설치돼 있다. [email protected]


위성방송이 들어오면서 섬의 일상이 바뀌었다. 고령층이 많은 섬마을에서 TV는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니다. 바깥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다. 바다 날씨에 생계가 걸린 어민들에게는 태풍과 풍랑 정보를 확인하는 생명선이기도 하다.

 강대식 위도 이장은 "위성방송이 들어온 뒤 삶이 통째로 달라졌다"며 "날씨와 민생 정보, 뉴스를 실시간으로 접하면서 살기가 훨씬 편해졌다"고 말했다.

20㎏ 공구가방 메고 출동…바닷바람 맞선 현장 기사들

도서 지역 방송을 지키는 일은 만만치 않다. KT스카이라이프는 수시로 섬을 찾아 안테나를 점검하고 낡은 장비를 바꾼다. 특히 비바람이 거센 7~8월 여름철 점검에 총력을 쏟는다. 바닷바람과 소금기 때문에 안테나가 쉽게 녹슬고 틀어지기 때문이다.

이날 위도에서 만난 이순만 설치기사는 마을 곳곳의 안테나를 꼼꼼히 살폈다. 접시형 안테나를 세운 뒤 계측기로 신호가 가장 센 각도를 찾았다. 안테나 나사를 단단히 조이고 거실 TV 화면까지 정상인지 확인한 뒤에야 작업이 끝났다. 이 기사는 "수리 요청의 대부분은 강풍에 안테나 방향이 틀어져서 생긴다"며 "계측기를 보며 각도를 1도 단위로 정밀하게 맞추고 거센 바람에도 안 흔들리게 고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KT스카이라이프 대리점 ‘지원정보통신’ 이순만 설치팀장이 신규 안테나를 설치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KT스카이라이프 대리점 ‘지원정보통신’ 이순만 설치팀장이 신규 안테나를 설치하고 있다.


도서 지역 점검은 체력전이다. 4㎏이 넘는 안테나 접시에 드릴과 부품 가방까지 챙기면 장비 무게만 15~20㎏에 이른다. 도로가 좁아 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작은 섬에서는 이 무거운 짐을 자전거나 손수레에 싣고 골목을 누벼야 한다.

박철희 KT스카이라이프 지원정보통신 전무는 "어청도 같은 곳은 배를 타고 2시간30분 정도 들어가야 해 1박2일이 거의 기본"이라며 "그것도 배가 정상적으로 뜰 때이고, 기상이 나빠 배가 끊기면 일정 자체를 잡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서울=뉴시스]전북 부안군 위도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이진홍 사장은 KT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을 이용해 펜션 객실에서 방송을 제공하고 있다. siming@newsis.com

[서울=뉴시스]전북 부안군 위도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이진홍 사장은 KT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을 이용해 펜션 객실에서 방송을 제공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지진·산불에도 안 끊긴다…재난망 지키는 '우주 인프라'


위성방송은 전파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을 넘어 국가 재난망을 보완하는 핵심 인프라 역할도 맡는다.

지상파 방송은 송출탑이 필요하다. 유선 인터넷과 케이블TV, 이동통신도 땅 위의 케이블과 기지국이 필수다. 지진이나 산불, 수해로 지상 설비가 무너지면 통신이 한순간에 끊긴다. 반면 위성방송은 우주 궤도에서 신호를 쏜다. 지상 재난에 영향을 받지 않고 방송을 이어갈 수 있다.

현재 KT스카이라이프 TV 가입자 268만명 가운데 도서·산간 지역 주민은 약 11만명(4%)이다. 법적인 난시청 해소 의무는 공영방송 KBS에 있지만, 실제 격오지 난시청 해소와 미디어 복지는 위성방송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내고 있는 셈이다.

강대식 이장은 "섬 주민에게 방송은 고립을 막아주는 최소한의 기본권"이라며 "지자체 지원을 늘려 섬에 상주하는 기술 인력을 두는 등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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