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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율 1300% 악몽, 안 끝났다…불법사금융 여전히 활개

등록 2023.03.24 07:00:00수정 2023.03.24 07: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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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 피해자 10명 중 8명…중개사이트가 원인

대부업계 뒤늦게 자정 조치…실효성은 '의문'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물가가 오르고 있는 가운데 때 이른 무더위까지 찾아와쪽방촌 주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에서 한 주민이 땀을 닦고 있다. 2022.06.22.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물가가 오르고 있는 가운데 때 이른 무더위까지 찾아와쪽방촌 주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에서 한 주민이 땀을 닦고 있다. 2022.06.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한재혁 기자 = #최근 직장을 그만 둔 김모(32)씨는 이번달 초 생활비가 급해 대출중개 플랫폼에 대출 문의글을 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대부업체에서 연락이 와 70만원을 당일 대출 받았다. 조건은 김씨의 주민등록증과 통장 사본, 그리고 지인 10명의 연락처였다. 합법 대부업체로 접근한 이 업체는 지인 연락처 수집 이유를 '비상연락망 용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매 주 30만원의 이자를 요구하면서 김씨가 상환을 하지 못하면 김 씨의 지인에게 사채 사용 사실을 알릴 것이라고 협박했다. 결국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 결국 원금을 넘어섰고 김 씨에게 부과된 이자율로 연단위로 환산하면 2600%까지 올랐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저신용자들이 온라인 대부중개 사이트를 통해 불법사금융(사채)으로 유입되자 금감원이 근절조치에 나선 지 한 달여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중개 플랫폼을 통한 불법사금융 업체의 접근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들이 법정최고금리의 최대 65배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추가 조치가 취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한국대부금융협회(CLFA) 주관으로 진행중인 소비자 보호조치에 참여중인 대부중개 플랫폼은 총 16곳이다.

이 조치는 대부업체의 소비자 개인정보 열람을 차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당초 대출중개 플랫폼은 대부업체가 문의글을 보고 소비자에게 연락을 취하는 '역경매'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다만 등록대부업체 운영자가 소비자의 정보를 단체 대화방에서 유포하거나 미등록대부업체를 동시에 운영하는 등 악용 정도가 심화됐다.

중저신용자들이 대출중개 플랫폼으로 몰린 것은 지난해 '제도권 마지막 금융'으로 불리는 대부업계가 대출 규모 등을 축소한 것이 배경으로 풀이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대부금융협회(CLFA)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등록 대부업체 중 NICE신용평가 기준 상위 69개사의 신규 대출현황은 지난해 1월 3846억원에서 지난해 12월엔 780억원으로 약 80% 급감했다, 대출이용자도 같은 기간 3만1000명에서 1만명 수준으로 33% 수준을 하회하고 있다.

결국 해당 플랫폼들은 불법사금융 범죄의 온상이 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12월 말까지 채무자대리인 신청자 4313명 중 약 80.1%(3455명) 대부중개 플랫폼을 통해 불법사금융을 접했다 답했다. 불법사금융 피해자 10명 중 8명은 플랫폼에서 불법사채로 유입된 것이다.

불법 사금융 업체들은 피해자의 주민등록증이나 통장사본등을 사진으로 전달받은 뒤, 법정최고금리(20%)를 훨씬 상회하는 이자를 요구했다. 지난해 대부협회에 접수된 민원사례 1245건의 연 평균금리는 1305%에 달했다.

뒤늦게 소비자 보호조치 나섰지만…실효성 '글쎄'

이에 주요 온라인 대부중개 사이트들이 대부업체의 소비자 정보 조회 차단을 골자로 한 소비자 보호 조치에 나섰으나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날 기준 해당 조치에 참여한 업체는 16곳으로 총 30여 곳의 여전히 '대출고래', '돈조이'등 업체는 보호 조치에 불참한 채 역경매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협회는 마땅한 조치를 취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부협회 관계자는 "해당 플랫폼 업체들이 협회 회원사가 아니다보니 보호조치 참여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며 "이들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 광고를 내 노출되지 않으면 인지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보호조치 시행 이후에도 불법사금융 업체의 접근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면서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또다른 대부업계 관계자는 "대출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다수의 업체와 플랫폼에 동시다발적으로 대출 신청글을 올리다보니 정보 유출 경로도 특정하기 어려워졌다"며 "같은 이유로 경찰도 정보 유출 경로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조치 동참과 관련해 해당 업체들에게 권고나 계도는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다"면서도 "다만 이들 업체들이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경우가 대다수인만큼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조 또한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불법 사금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법정최고금리를 현행 20%에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서민들을 돕기 위한 취지로 시작된 법정금리 인하가 오히려 불법사채 유입으로 이어졌다"며 "대부업법 등의 개정을 통해 이자 제한을 비교적 자유롭게 한 뒤 과도한 이자 부과만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정환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도 "금리 상한을 소폭이라도 높여 저축은행에서 (서민들을) 수용할 수 있게 한다면 긍정적일 것"이라며 "한시적인 조치라도 상한을 해제해 대출 경로가 막히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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