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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환율이 모든 걸 삼켰다…수출 호황에도 체감경기 싸늘한 이유[세쓸통]

등록 2026.01.04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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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역조건지수, 수출물가를 수입물가로 나눈 값

작년 11월 98.19 기록…1년 내내 기준치 100 하회

반도체 호황 힘입어 수출 물가 5개월 연속 상승

고환율로 인한 수입물가 급등세에 발목 잡힌 탓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사진은 지난해 12월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2025.12.23.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사진은 지난해 12월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2025.12.23.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박광온 기자 =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위협할 정도로 치솟으면서 우리 경제가 심각하게 위태로운 것 아니냐는 걱정이 정말 컸죠.

일각에선 고환율이 수출 중심 국가인 우리나라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느냐고 말하는데요, 문제는 그를 상쇄할 만큼 수입 가격 상승 속도가 빨라 결국 가계와 기업의 체감 부담이 커졌다는 것입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바로 '교역조건지수'입니다. 교역조건지수는 수출물가지수를 수입물가지수로 나눈 값으로,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으로 실제로 얼마나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확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수출로 번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보면 됩니다. 이 지수가 기준치인 100을 하회할 경우,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으로 예전만큼의 수입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가령 수출로 벌어들인 100달러로 과거에는 원유 10배럴을 들여올 수 있었다면, 지금은 같은 100달러로 8배럴밖에 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같은 돈으로 기름을 들여오는 데 드는 부담이 커질 수 있는 것이죠. 이는 원유 수입 비용 부담을 키워, 국내 유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년 동안 이 교역조건 지수는 단 한번도 100을 넘지 못했습니다.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사진은 지난해 1월 15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2025.01.15. amin2@newsis.com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사진은 지난해 1월 15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2025.01.15. [email protected]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순상품교역조건지수(2020=100)는 지난해 1월 93.89로 출발해 2월에는 92.26까지 떨어졌습니다.

이후 3월 92.61, 4월 93.65, 5월 94.54, 6월 95.77 등 완만한 회복 흐름을 보였지만 7월과 8월에 다시 94.74, 94.35를 기록하며 두 달 연속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이후 10월에는 96.54로 반등했고, 11월에는 98.19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연중 모두 100을 밑돌면서 끝내 기준선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교역조건이 개선 흐름을 보였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지수가 여전히 100을 밑돌고 있다는 점은 우리 경제의 실질 구매력이 정상 수준까지 회복되지는 못했음을 시사합니다.

이처럼 개선세를 보인 것은 반도체 업황 회복 등으로 수출 가격이 점진적으로 상승한 영향이 컸습니다.

한은이 지난달 발표한 '2025년 11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수출물가는 139.73(2020=100)로 전월(134.70)보다 3.7% 상승했습니다.
[서울=뉴시스] 지난해 12월1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전일대비 2.5원 내린 1474.5원에 장에 나선 환율은 오전 중 1480원에 오르더니 장중 한때 1482.1원까지 올랐다. 종가 기준 1480원대 환율은 미·중 갈등이 격화됐던 4월 9일(1484.1원) 이후 처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77.0원)보다 2.8원 오른 1479.8원에 마감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지난해 12월1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전일대비 2.5원 내린 1474.5원에 장에 나선 환율은 오전 중 1480원에 오르더니 장중 한때 1482.1원까지 올랐다. 종가 기준 1480원대 환율은 미·중 갈등이 격화됐던  4월 9일(1484.1원) 이후 처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77.0원)보다 2.8원 오른 1479.8원에 마감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수출물가는 미국 관세 충격 등으로 지난해 1월 135.31에서 같은 해 6월(126.88)까지 단 한차례를 제외하고 계속해서 하락세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다 6월 새정부 출범 이후 반등을 시작해 5개월 연속 상승세를 타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렇게 수출 여건이 나아졌음에도 교역조건지수가 기준선조차 넘지 못한 것은, 고환율 영향으로 에너지·원자재·중간재 등 수입 가격 부담이 동시에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지난해 11월 수입물가는 141.82로 전월(135.19) 대비 2.6% 올랐습니다. 지난 7월(0.8%↑) 이후 다섯 달째 오름세이고, 상승폭은 지난해 4월(3.8%↑) 이후 최고였습니다.

특히 수입물가는 원화 강세에 힘입어 지난해 6월 133.73을 기록해 그해 가장 낮은 수치를 찍었으나, 이후 한미 관세 협상 불확실성과 환율 상승의 영향 등으로 11월 140선을 넘었습니다.

한은 관계자는 "수입물가의 경우 계약 통화 기준으로 전월대비 0.6% 오른데 반해 원화 기준으로는 2.6% 올라 환율 영향이 크게 나타났다"며 "12월 들어 현재까지 평균 환율은 전월평균 대비 0.8% 상승했지만 불확실성이 큰 만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고환율이 수출로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제한해, 교역조건 개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사진은 지난해 12월=31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2025.12.31.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사진은 지난해 12월=31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2025.12.31. [email protected]


이처럼 교역조건이 오랜 기간 100선을 밑돌 경우, 수출 회복에도 불구하고 체감 경기 개선이 지연되고 물가 부담이 누적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수출로 벌어들인 소득이 늘어나더라도, 수입 비용 증가 속도가 더 빠르면 그 부담은 결국 기업과 가계로 전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외환시장 안정 조치와 정책 대응 등을 통해 현재 환율이 1440원대까지 내려오는 등 변동성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높은 환율 수준과 누적된 수입물가 부담을 고려하면 교역조건과 체감 경기가 단기간에 정상화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수출 회복의 성과가 체감 경기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보다 균형 잡힌 정책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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