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년 전 오디세우스 덮친 바다괴물…현대 과학이 풀어 본 '카리브디스'[사이언스 오디세이②]
등록 2026.09.13 13:00:00
놀란 감독 영화 '오디세이' 속 스킬라·카리브디스…이탈리아 '메시나 해협' 지목
위성 레이더로 포착한 해저 거대 파동 '내부파'…괴물 소용돌이의 과학적 실체
시속 10.8㎞ 거센 물살의 반전…271㎿급 친환경 조류발전 단지 최적지로 부상
![[서울=뉴시스] 영화 '오디세이'에서 오디세우스 일행이 바다 한복판에서 만난 괴물 카리브디스, 스킬라 장면. (사진=유니버설 픽처스 공식 페이스북 갈무리) 2026.09.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9/11/NISI20260911_0002236919_web.jpg?rnd=20260911154246)
[서울=뉴시스] 영화 '오디세이'에서 오디세우스 일행이 바다 한복판에서 만난 괴물 카리브디스, 스킬라 장면. (사진=유니버설 픽처스 공식 페이스북 갈무리) 2026.09.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은비 기자 = 한낮의 바다, 갑자기 예상 못한 위기가 찾아온다. 한쪽 절벽에는 스킬라가 버티고, 맞은편에서는 카리브디스가 바닷물을 집어삼킨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의 한 장면이다. 주인공 오디세우스 일행은 트로이 전쟁을 끝내고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다가 바다 한복판에서 괴물들을 만난다.
한쪽 절벽에는 선원들을 낚아채는 괴물 '스킬라'가 버티고 있다. 맞은편에는 거대한 소용돌이로 배를 집어삼키는 '카리브디스'가 자리 잡았다. 오디세우스가 집으로 돌아가려면 이 곳은 반드시 통과해야 하지만 어느 쪽으로 가도 대가를 치러야 한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 12권을 보면 마녀 키르케는 오디세우스에게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에 대해 경고한다. 특히 키르케는 "카리브디스가 물을 빨아들이는 순간 포세이돈조차 파멸에서 너를 구할 수 없다"고 언급한다. 오디세우스는 배 전체가 파멸하는 위험을 피하려 스킬라 쪽으로 바짝 붙어 탈출한다.
호메로스 표현을 빌리면 두려운 바다를 통과하는 건 용감하게 괴물과 싸우는 일이 아니라 살아남을 수 있는 쪽을 선택하는 일이었다. 오디세우스 역을 맡은 배우 맷 데이먼은 "그 누구도 나와 집 사이를 가로막을 수 없다"고 말한다.
메시나 해협, 좁은 물길에 내부파 '출렁'…복잡한 와류 만들어내
메시나 해협은 가장 좁은 곳의 폭이 약 3㎞에 불과하다. 북쪽의 티레니아해와 남쪽의 이오니아해가 이 좁은 통로를 통해 연결된다. 두 바다의 밀물과 썰물(조석) 시점이 어긋나면서 강력한 물살이 만들어진다.
해양학 연구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조석의 증폭이 일어나 해협 중앙부 조류 속도는 초속 3m에 달한다. 시속으로 환산하면 약 10.8㎞다. 넓은 바다의 정체된 흐름과는 차원이 다른 거센 물살이다.
수면 아래에서는 얕은 해저 지형을 타는 물길이 복잡한 소용돌이(와류)를 일으킨다. 와류는 물이 빙글빙글 회전하면서 흐르는 현상을 말한다.
![[AP/뉴시스] 유니버설 픽처스가 공개한 영화 오디세이(The Odyssey)의 한 장면에서 오디세우스 역을 맡은 맷 데이먼(왼쪽)의 모습이 담겨 있다. 2026.09.11](https://img1.newsis.com/2026/07/11/NISI20260711_0001422393_web.jpg?rnd=20260911102617)
[AP/뉴시스] 유니버설 픽처스가 공개한 영화 오디세이(The Odyssey)의 한 장면에서 오디세우스 역을 맡은 맷 데이먼(왼쪽)의 모습이 담겨 있다. 2026.09.11
우주 위성도 포착한 바닷속 거대한 파동 '내부파'
흥미로운 건 이 현상이 실제 우주에서도 관측됐다는 사실이다. 1983년 미국지구물리학회 학술지에는 '우주에서 관측된 스킬라와 카리브디스'라는 논문이 실렸다.
연구진이 미국의 해양 관측 위성(SEASAT)이 1978년 촬영한 위성 레이더 영상(SAR)을 분석한 결과 위성사진에서 메시나 해협을 따라 나타나는 특이한 원형 파동 무늬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를 바닷속에서 발생하는 강한 내부파의 흔적으로 해석했다. 이후 연구선의 현장 관측도 함께 이뤄졌다.
여기서 말하는 내부파는 일반적인 파도와는 차이가 있다. 우리가 해변에서 쉽게 접하는 파도가 바다 표면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면 내부파는 물속에서 밀도가 다른 물층의 경계가 크게 출렁이면서 만들어진다.
메시나 해협에서는 강한 조류가 해저의 얕은 여울을 넘어간다. 이 과정에서 물 속의 층이 흔들리고, 그 에너지가 내부파로 전환되는 식이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바닷속 파동이지만 위성 레이더로 보면 수면에 남긴 흔적을 포착할 수 있다.
고대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닷속의 강력한 내부파와 소용돌이를 괴물의 존재로 해석했다.
괴물 소용돌이의 반전…바닷속 풍력발전소로 변신
위성사진과 수치모델은 신화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한 바다 모습을 보여준다. 수면 아래에서 밀도가 다른 물이 움직이고, 해저 지형이 물길을 바꾸고, 조석이 수십억t의 바닷물을 반복해서 밀어낸다.
고대 선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이 거친 물살이 현대 과학을 만나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메시나 해협의 물살은 규칙적이고 빠르다. 댐을 쌓아 수위를 이용하는 전통적인 조력발전과 달리, 빠르고 강하게 흐르는 바닷물 속에 수중 터빈을 넣어 전기를 만드는 '조류발전'의 최적지로 꼽힌다. 바닷속에 풍력발전기를 세우는 셈이다. 최근 연구에서는 이곳의 강한 조류를 이용한 대규모 발전 시나리오까지 분석됐다고 한다.
터빈을 바닥에 직접 고정하는 대신 중앙의 물살 유도 장치와 강철 케이블을 이용해 물 속에서 균형을 잡게 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약 470㎾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괴물이었던 바다가 에너지원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가장 최근에는 메시나 해협의 해저 지형과 해안선을 분석해 가상의 조류발전 단지를 설계한 연구도 공개됐다. 지난해 '에너지 넥서스'에 발표된 연구에서 연구진은 수평축 조류터빈 113기를 배치하고 전체 설비용량을 271㎿로 설정했다. 이 시뮬레이션에서 예상한 연간 발전량은 약 145GWh에 달한다.
그렇다고 해서 바로 메시나 해협에 발전소가 들어선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구에서 제시한 건 실제 건설 계획이 아니라 조류의 속도와 해저 지형을 바탕으로 계산한 발전 가능성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