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부처' 숭상 받던 푸미폰 태국 국왕

【방콕=AP/뉴시스】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이 13일 88세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은 지난 2010년 12월 5일 방콕에서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하며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2016.10.13
푸미폰 국왕은 2009년 후 여러 질환에 시달리며 입·퇴원을 반복해왔으며, 최근 며칠사이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임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라마 9세라고도 불리는 그는 전 국왕 아난다 마히돌(라마 8세)의 동생으로, 1946년 6월 아난다 마히돌이 사망하자 그 뒤를 이어 국왕으로 즉위했다.
태국 현 왕실은 차크리왕조로 1782년 라마 1세가 창시했다. 푸미폰 국왕은 세계 최장기 집권 국가원수이자 태국 역사상 최장기 재위 군주다. 19세 때인 1946년 6월 즉위해 지난 5월 9일로 즉위 70주년을 맞았다. 세계 2번째로 집권기간이 긴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1952년 즉위)보다는 1살 아래지만, 재임기간은 6년이 더 길다.
푸미폰 국왕은 미국 매사추세츠주(州) 케임브리지에서 태국 근대의학과 공중보건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히돌 아둔야뎃 왕자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스위스에서 중등교육을 받았으며 로잔대학교에서 과학을 공부했다.1946년 6월 친형인 아난다 마히돌 국왕이 침실에서 머리를 저격당해 사망하자, 그 뒤를 이어 즉위했다. 즉위 후 삼촌을 섭정으로 임명하고 자신은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 스위스로 돌아가 통치자로서 자질을 갖추고자 대학 과정으로 정치 ·법률학을 전공했다.
푸미폰은 1950년 4월 프랑스 주재 태국 대사의 딸 시리킷 키티야카라 공주와 결혼해 1남 3녀를 뒀고 같은 해 5월 방콕의 왕궁에서 공식적으로 즉위했다.

【로잔=AP/뉴시스】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이 13일 88세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은 1935년 3월 7일 스위스 로잔에서 푸미폰 당시 왕자(왼쪽)가 형 아난타와 함께 서있는 모습. 2016.10.13
푸미폰은 재임 기간동안 무려 19차례의 쿠데타와 17회에 걸친 개헌을 겪으면서, 격변과 혼란기에 어김없이 국민들의 구심점이자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1957년 군부 쿠데타는 승인했지만,1973년 학생들의 군부정권 타도 항쟁 때에는 민주화 세력에 힘을 실어줬다.
1992년 쿠데타를 일으킨 수친다 크라푸라윤과 잠롱 스리무앙 당시 방콕 시장 간의 갈등이 폭발하자 푸미폰 국왕이 둘을 왕궁으로 불러 호통을 쳤던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수친다는 결국 사임해 망명했고, 이후 총선에서 민주 정부가 탄생했다. 이로서 푸미폰 국왕은 태국 안팎에 자신의 막강한 영향력을 입증했다.
그는 기나긴 재위 기간만큼이나 오랫동안 국민들로부터 '살아있는 부처'로 사랑과 존경을 받아왔다. 태국에선 국왕에 비판적인 말만해도 형사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푸미폰 국왕은 군부가 2006년 서민층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던 탁신 친나왓 총리의 민주정부를 뒤엎었을 당시, 그리고 2014년 탁신의 동생 잉락 총리를 쁘라윳 찬오차 장군이 쿠데타로 몰아냈을 당시 군부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논란의 되기도 했다. 국제사회에서는 태국 왕실이 기득권과 경제적 특권을 지키기 위해 군부와 결탁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방콕=AP/뉴시스】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이 13일 88세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은 1977년 4월 12일 방콕에서 공산 반군에 의해 살해된 군인 및 시민들의 시신을 화장하는 행사에 시리킷 왕비와 함께 참석한 푸미폰 국왕의 모습. 2016.10.13
왕위 계승 서열 1위는 와치라롱껀 왕세자다. 그러나 왕세자는 사치와 월권 등의 논란으로 국민적 신뢰에 흠결이 가면서 부적격 논란에 휩싸여 있다. 지난해 12월 3번째 부인 스리라스미 왕세자비마저 외척 비리로 왕실에서 쫓겨나 입지가 더욱 좁아진 상태다. 3째 부인과 사이에 왕위 계승 서열 3위인 9살 된 아들이 있으나 후계 구도는 이미 흔들리고 있다. 왕세자는 20번째 부인 유와디아와 사이에 4명의 아들과 딸 1명을 뒀으나, 1996년 이혼 뒤 모두 왕실에서 쫓겨났다.
반면 왕위계승 서열 2위인 마하 짜끄리 시린턴 공주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환갑을 넘겼지만 미혼인 시린턴은 “조국인 태국과 결혼했다”고 말할 만큼 국민에게 헌신적이다.
군부 내에서도 육군은 공주, 해군과 공군은 왕자를 지지하면서 정국 혼란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suejeeq@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