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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 채은옥의 못다 한 이야기

등록 2016.10.28 11:05:24수정 2016.12.28 17:4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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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은옥 베스트 음반

【서울=뉴시스】유상우 기자 = 가수 채은옥(61),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다. 20·30대에겐 낯설지만, 40~60대 중장년층에게는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요즘 ‘채은옥’이라는 이름 석 자가 미디어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이는 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아 다양한 활동을 예고한 덕분이다.

 채은옥의 대표곡은 1976년 발표한 데뷔곡 ‘빗물’이다. 이 노래는 당시 국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히트했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시적인 가사에 채은옥의 매력적인 허스키한 목소리를 얹힌 ‘빗물’ 한 곡은 채은옥을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했다.

 그러나 곧 그의 탄탄대로에 제동이 걸렸다. 이듬해 대마초 파동에 연루되며 활동을 접어야 했다. 대법원 판결까지 받으며 명예는 회복했지만, 무려 7년을 쉬어야 했다. 판결 이후 모든 것을 포기하고 미국 이민을 준비했으나 결혼으로 한국에 눌러앉았다.

 ◇채은옥에 관한 잘못된 정보들

 채은옥은 동국대 재학 중 ‘동양라디오 대학생 보컬경연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으면서 가수로 데뷔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잘못된 정보다.

 “대학은 무슨. 그때 집이 경기도 시흥이었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 나와서 여의도 아는 지인 집에서 하숙하다가 보컬경연대회 나가서 얼떨결에 가수 된 거야. 동양라디오 대학생 보컬경연대회에서 상을 받은 것은 맞는데 대학은 안 갔어.”

 대학생 보컬경연대회에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지인의 소개”라고 했다. “그때 어떻게 나갔는지 나도 모르겠어. 그냥 나가라고 해서 나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지인이 힘 좀 있었나 봐.”

채은옥

 또 어떤 곳에서는 본명을 ‘박세원’으로 올렸으나 이 역시 잘못됐다. 채은옥은 그런 이름이 어떻게 나왔는지 자신도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본명은 ‘최은옥’이다.

 재벌 2세와 관련된 일화도 들려줬다. “가수로 데뷔하고 ‘빗물’이 히트하자 재벌 2세들이 접근하더라고. 공연만 끝나면 밖에 차를 세워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 정도니까. 그때마다 난 뒷문으로 도망치느라고 바빴지(웃음).”

 ◇결혼 그리고 가족

 채은옥은 대마초 파동이 끝난 뒤 “한국에서 살기 싫다”며 이민을 계획했었다. 명예회복은 했지만, 이미 7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갔다. “한국을 아예 떠나려고 했었지. 미국에 사는 친구들, 아는 언니들이 비행기 표만 끊어서 오라고 해서 무작정 가려고 준비했는데 갑자기 중매가 들어와 ‘옜다 모르겠다’며 결혼하고 한국에 눌러앉았지.”

 채은옥은 10년의 결혼생활을 끝으로 홀로 아들을 키우며 살아왔다. “사실 내 사생활을 공개하는 게 싫어. 그래서 인터뷰도 하지 않으려고 해. 요즘에는 스캔들도 자연스럽지만, 예전에는 스캔들 하나면 연예계 생활 끝이었어. 기자들이 그냥 죽였지. 그때 습관이 됐던 것 같아. 예전에 KBS ‘여유만만’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연락 왔는데 하기 싫다고 했지. 이번에는 40주년 공연도 있고 해서 그냥(인터뷰) 한 거야.”

 아들에 관해 물어보니 “어휴~ 말도마! ”라며 한숨을 쉬었다. “(아들이) 사춘기 때 말을 안 들어서 얼마나 속상했는지, 지금 생각만 해도 속 터져.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었을 정도니까. 무신론자였는데 기독교인이 된 것도 아들 때문이야. 부모로서 뭘 잘못했기에 애가 이러나 많은 생각을 했었지. ‘엄마로서 어떻게 하면 될까’라는 생각들. 그러다 보니 종교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때 내가 많이 다급했거든. 기독교를 택한 것은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고 쉽게 찾을 수 있잖아. 지금은 권사로 활동하고 있어. 아들은 군대를 다녀오니까 변하더라고. 정신을 차린 거지. 군대는 꼭 다녀와야겠더라고(웃음).”

채은옥 3집 '지울 수 없는 얼굴'

 채은옥은 이를 계기로 2012년 CCM 음반 ‘나 같은 죄인 살리신’을 내놓기도 했다. “목사님이 ‘하나님은 노래하는 사람을 제일 좋아한다’고 하시더라고. 그래서 내가 하나님을 위해 찬양하겠다고 다짐하고 낸 음반이야.”

 ◇허스키한 목소리가 사라졌다?

 채은옥의 매력은 허스키하고 애잔한 음색이다. 그런데 그 허스키함이 최근 곡에서는 들리지 않는다. ‘빗물’에서 한껏 뽐냈던 허스키한 매력이 지난해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헌정 음반에 수록된 ‘아프다’와 최근 내놓은 싱글 ‘고마워요’ ‘입술’에서는 만날 수 없다.

 “나도 처음에는 신기했다니까. 녹음하면서 계속 생각했는데 기계 때문인 것 같아. 예전에는 투채널 녹음인 데다 한 번에 끝냈는데 요즘은 디지털이잖아. 게다가 한 곡 녹음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원래 목소리를 없애 버리는 것 같더라고. 채은옥의 허스키한 목소리를 밝게 만들어버린 거지. 녹음된 내 목소리를 들어보면 그냥 맑아. 예전의 맛을 없애 버린 거야. 그게 불만이어서 다음에 녹음할 때는 그 부분에 신경 좀 써볼 생각이야.”

 ◇‘빗물’ 40주년 기념 콘서트

 채은옥은 오는 11월2일 오후 7시30분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40주년 기념 공연을 펼친다. 공연장은 400석 규모로 꾸민다. 채은옥은 “100석만 차도 감사할 것”이라며 “그날 그 자리에 온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채은옥

 “처음에는 주위에서 40주년 공연을 하자고 했을 때 ‘미쳤냐’고 했었어(웃음). 노래도 없고 보여줄 것도 없다며 거절했는데도 일생에 한 번, 그리고 기다린 팬들을 위해서라도 무대에서 서라고 꼬드겨서 결국 하게 된 거야. 근데 막 걱정이 되네. 대충할 수는 없잖아. 단 한 명의 팬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뿐이야. 잘해야 한다는 스트레스 때문에 대상포진과 장염에도 걸렸어. 노래만 부르면 되는데 뭔가 압박되고 하니까 병이 생기더라고.”

 40년 지기인 가수 유익종과 국내 최고 블루스 기타리스트 김목경이 힘을 보탰다. 전영록도 함께할 계획이었으나 개인 일정으로 참석을 못 하게 됐다. 대신 ‘채은옥 40주년 콘서트 제작발표회’에 참여해 채은옥을 응원했다.

 “유익종, 김목경, 전영록은 정말 친한 친구들이야. 전영록은 최근 나에게 신곡도 선물했어. 최백호씨도 곡을 주기로 약속했고, 주위에서 많이 도움을 줘서 너무 고마워. 40주년 공연 잘 마무리한 뒤에는 계속해서 노래를 낼 계획이야. 내 목소리가 나오는 한 많이 남겨놔야지. 40년간 내놓은 노래가 6곡밖에 없거든.”

 6곡은 ‘빗물’(1976), ‘어느 날 갑자기’(1983), ‘지울 수 없는 얼굴’(1985), ‘아프다’(2015), ‘고마워요’·‘입술’(2016)이다.

 채은옥은 “40주년 공연에서 들려줄 대표곡 ‘빗물’은 스무 살 때의 채은옥이 부른 ‘빗물’과 그 느낌이 다를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그 노래가 가진 감성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통기타 하나 둘러메고 노래하던 시절을 추억하는 공연을 만들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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