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탄핵사유 5가지 분류는 사실상 '선별 심리'…신속 결정 의지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한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왼쪽 사진)과 이중환 변호사를 비롯한 박근혜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단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사건 첫 준비절차기일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6.12.2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승모 기자 = 헌법재판소가 첫 준비기일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를 5가지 유형의 쟁점으로 구분한 것은 사실상 '선별심리'를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와 주목된다.
탄핵심판의 정당성을 지키면서도 신속한 심리를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헌재는 23일 국회 소추위원과 박 대통령 측이 전날 제출한 준비서면과 입증계획서를 토대로 사실관계 파악과 쟁점 분석에 나섰다.
특히 전날 열린 1차 준비기일에서 국회 소추위원 측이 내놓은 9가지 탄핵사유 쟁점을 크게 5가지 유형으로 압축, 정리했다. 헌재의 정리에 양측이 별다른 이견 없이 모두 동의해 앞으로 변론은 이를 중심으로 이뤄지게 됐다.
헌재가 나눈 유형은 ▲비선조직에 의한 국정농단으로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위반 ▲대통령 권한 남용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을 비롯한 법률 위배행위다.
헌재의 쟁점 분류 중 눈에 띄는 부분은 형사법 위반을 크게 한 덩어리로 묶었다는 점이다. 뇌물 혐의를 비롯한 형사법 위반 부분은 사실관계를 확정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점도 헌재로서는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헌재가 전문 수사기관인 검찰이나 특검처럼 세밀히 들여다보기에는 한계가 있고 탄핵심판이 박 대통령에 대한 '파면' 여부를 결정짓는 점에서 일반 형사재판과 다르다고 해도 직권 조사를 통해 뇌물 등 혐의를 인정하기에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2016.12.23. taehoonlim@newsis.com
헌법연구관을 지낸 한 변호사는 "헌재가 선별심리를 않겠다고 했던 것은 법에 정해진 절차를 준수해 정당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면서도 "기술적으로는 사실상 선별심리를 못 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사실관계 입증의 문제라는 분석도 있다.
어느 부분만을 떼어내 심리를 '한다, 안 한다'의 문제가 아니라 헌재가 밝히고 싶어도 밝히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결국 사실관계 확정과 연동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판사 출신의 또 다른 변호사는 "예를 들어 10개의 탄핵소추 사유가 있다면 10개 전부가 완벽하게 입증될 수도 있고 5개만 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일부를 제외하고 결론을 내린다는 측면이 아니라 얼마만큼 입증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결국 헌재가 밝히고 싶어도 입증이 불가능하다면 심리가 이뤄질 수 없고 사실상 선별심리의 효과와 다를 바 없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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