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린 경질은 '예고된 참사'…트럼프 독불장군식 인사 논란

【워싱턴=AP/뉴시스】마이클 플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실에서 언론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2017.2.2.
샐리 예이츠 전 법무부장관 대행이 지난 달 백악관에 제출한 이른바 ‘플린 보고서’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묵살하지 않았다면,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3주 만에 백악관 핵심 참모가 경질되는 최악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예이츠 전 대행은 플린 전 보좌좐이 내정자 신분이었을 당시 세르게이 키슬야크 주미 러시아 대사와 접촉해 ‘대(對) 러시아 제재’ 해제를 논의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지난 1월 백악관에 전달했다. 예이츠 전 대행은 국가안보전문가들과 함께 작성한 이 보고서에서 플린 전 보좌관이 러시아 대사와 대러 제재 해제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은 사실이 아니며, 플린이 러시아 정부의 압박에 노출돼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이 직접 나서 플린 전 보좌관을 두둔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지난 해 12월 중순 플린을 국가안보 보좌관에 내정했을 당시에도, 2015년 우크라이나 사태가 한창이던 때 플린이 러시아 정부 행사에 돈을 받고 참석해 연설하는 문제가 있다는 비판에 눈을 감은 적이 있다.
"러시아 대사와 제재해제를 논의한 적 없다"는 플린 전 보좌관의 거짓말을 백악관이 맹목적으로 믿은 것은 러시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된 인식 때문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미 대선과정에서 민주당 전국위원회 이메일이 러시아 측에 의해 해킹됐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해킹의) 배후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나라들도 해킹을 했다”면서 오히려 러시아를 두둔했다.
트럼프는 이어 이달 초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또 다시 존경심을 나타내고, 대테러전을 위해 “러시아와 잘 못지내는 것보다는 잘 지내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러자 진행자가 “하지만 푸틴은 살인자가 아닌가”라고 물었고,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살인자는 많다. 우리나라에도 살인자가 많다. 당신은 우리나라가 그렇게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냐”고 반문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플린 전 보좌관이 사실상 경질된 데 대해, "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워싱턴 정치의 오랜 규칙 중 일부가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연루설과 거짓말이라는 플린 전 보좌관 사태가 터지자 백악관은 방어태세에 돌입했으며, 보좌관들 사이에서 서로 다른 발언들이 나오다가 결국 플린 전 보좌관의 사과와 사임으로 이어진 과정 자체가 워싱턴 정치판에서는 흔한 풍경이라는 것이다.
한편 플린 전 보좌관의 낙마로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정책은 당분간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이는 단순히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정부 역시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플린 전 보좌관은 백악관 내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와 가장 자주 접촉했던 인물이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대북문제로 자주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김 실장과 통화했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입장에서는 한미관계를 이어줄 새로운 연결고리를 찾는 게 더욱 절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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