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주항공 참사, 유족 '2차 가해' 보도 여전…자제해야
![[기자수첩]제주항공 참사, 유족 '2차 가해' 보도 여전…자제해야](https://img1.newsis.com/2025/01/13/NISI20250113_0001748751_web.jpg?rnd=20250113100344)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2024년 12월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2216편 여객기 사고로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졌다.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여객 사고라는 점에서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다시 떠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전국 곳곳에 분향소가 설치되고 전 국민적 추모·애도 분위기가 형성되는 모습도 비슷하다.
10년 전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면서 또다시 주목을 받은 것은 대규모 재난 현장을 맞닥뜨린 언론의 행태다. 세월호 참사 당시 무분별한 보도 경쟁으로 인한 오보, 유가족을 배려하지 않은 인터뷰 시도, 허락 받지 않은 빈소 취재, 자극적인 유가족 사연 보도 등 언론의 '업보'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자는 세월호 참사를 직접 취재해 본 연차는 아니다. 몇몇 선배들에게 '기자는 세월호 참사를 겪은 기자와 겪지 않은 기자로 나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당시 분위기를 짐작해볼 뿐이다.
세월호 참사 현장을 눈으로 보진 못했지만, 이번 제주항공 참사 현장 역시 그간 가본 여느 취재 현장보다 무거웠다. 공항을 가득 메운 쉘터(임시 텐트)가 주는 압박부터, 한눈에 보이는 유가족들의 슬픔에 함부로 취재할 수가 있을까 하는 우려까지 들었다.
유가족들 또한 과거 언론의 업보를 아는 듯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 측에서 언론 대상 사고 브리핑을 열자 '왜 기자들에게만 설명하고 유가족은 무시하나'는 반발이 나오며 이후 모든 브리핑들이 철저히 유가족들을 위해서 진행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야기로 전해들은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의 행태와 비교해보면 분명 나아진 점이 있었다.
참사 현장에 대한 자극적인 표현이나 보도 자제는 물론, 슬픔에 잠긴 유가족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을 자제하자는 분위기 또한 형성됐다. 현장 기자들이 취재 협력을 위해 구성한 '풀단'과 유가족 대표단의 소통도 적극적으로 이뤄졌고, 한국기자협회 또한 무분별한 취재 자제를 계속해서 권고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언론은 문제적 모습을 보이며 현장에 있던 다른 기자들까지 고개를 들기 어렵게 했다.
일부 언론은 희생자 장례식장에 찾아가 동의 없이 촬영, 녹취 등을 진행하며 유가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일부 언론은 희생자들의 신상이 담긴 탑승자 명단표를 여과없이 공개했다가 기사를 삭제하는 촌극을 보였다. 일부 언론은 유가족들의 집을 동의 없이 찾아갔다가 접근 금지 요청을 받기도 했다. 가족을 잃은 유족들에게 2차 가해를 가하는 행위를 자행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만들어진 '재난보도준칙'은 무리한 보도 경쟁 자제, 선정적 보도 지양, 감정적 표현 자제, 유언비어 방지, 비윤리적 취재 금지 등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재난보도준칙이 만들어진 지 10여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재난 현장을 대하는 언론의 태도는 과도한 보도 경쟁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과거와 비교해보면 많은 개선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자성이 필요하다. 유가족의 슬픔을 들쑤시고 쓴 '단독' 기사를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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