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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점령' 트럼프, 확고한 국제법 원칙 다수 위반"-NYT

등록 2025.02.12 07:45:24수정 2025.02.12 08: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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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추방은 인도법 위반이자 전쟁 범죄고 반인륜 범죄

"귀환 허용 않겠다" 밝히면서 정당화 가능성 원천 차단

"엄청난 부동산 미국이 소유" 발언 '불법 점령' 스스로 인정

대만 침공 방어 약속 안 지킬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회담하고 있다. 트럼프는 압둘라 2세가 아랍국가들이 가자 주민 추방 계획에 반대한다고 밝혔음에도 가자를 미국이 점령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2025.2.12.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회담하고 있다. 트럼프는 압둘라 2세가 아랍국가들이 가자 주민 추방 계획에 반대한다고 밝혔음에도 가자를 미국이 점령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2025.2.12.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가자지구를 미국이 점령하고 약 200만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강제 이주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행위라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가 가자 지구 점령 계획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면서 국제법 위반 사례들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지난 10일 미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가자 지구 복귀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에 앞서 지난 4일에는 가자지구 주민 전부가 이주해야 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스페인, 터키, 러시아,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은 트럼프의 계획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국제법의 근본 원칙을 반드시 준수해야 하며, 인종 청소는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국제법의 중요한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며 국제 범죄를 구성하는 요소다.

영국 옥스퍼드대 윤리·법·무력분쟁 연구소 야니나 딜 소장은 “트럼프가 아무렇지 않게 국제 범죄를 정책으로 삼겠다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강제 추방

민간인의 강제 이주 또는 추방은 국제 인도법 위반이며, 전쟁 범죄이자 반인륜 범죄다.

미국 남북전쟁 제정된 리버 코드(Lieber Code)에서 처음으로 전쟁 중 민간인 강제 이주 또는 추방을 금지하면서 여러 전쟁법에 반영된 원칙이다.

미국이 비준한 제네바 협약도 여러 조항에서 강제추방을 금지하며 2차 세계대전 이후 뉘른베르크 재판소도 이를 전쟁 범죄로 규정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 설립 근거인 로마 규정도 강제 이주를 전쟁 범죄이자 반인륜 범죄로 명시하고 있다.

특히 민족, 종교, 국적을 이유로 하는 강제이주는 박해라는 별도 범죄의 구성요소가 된다.

ICC는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고 있으며, 가자지구 내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한 관할권을 가진다. 로마 규정을 비준하지 않은 미국이라도 ICC 관할권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니며 미국 시민도 ICC에 의해 처벌될 수 있다.

귀환권

"가자지구 주민들의 귀환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발언이 가자 점령 계획이 국제법적으로 정당화될 여지가 완전히 사라졌다.

전쟁법은 민간인의 안전을 위해 일시적 대피를 허용한다. 가자지구에는 불발탄과 기반시설 붕괴로 인해 민간인들에게 심각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가자지구가 안전해진 이후에도 주민들 귀환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밝히면서 강제 이주가 안전조치가 아닌 불법적 행위임을 스스로 인정했다.

국제인권규약 등 여러 국제 조약은 “모든 사람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갈 권리를 갖는다”고 명확히 보장하고 있다. 미국도 국제인권규약에 서명하고 비준했다.

특히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귀환권"은 가장 민감한 사안이다.

이스라엘은 1948년 독립 전쟁 때 70만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강제 추방한 나크바(대재앙) 이래 수백만 명으로 늘어난 팔레스타인 난민과 후손들의 귀환을 거부하고 있다.

트럼프 발언은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권 문제를 크게 악화시킬 것이다.

영토 점령 및 국제법 위반

트럼프는 지난 9일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곳은 엄청난 부동산이며, 우리가 소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법상 무력을 사용해 타국 영토를 영구 점령하거나 병합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 행위다. 이는 국제법의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원칙이다.

영국 리딩대 마르코 밀라노비치 국제법 교수는 "국제법은 타국의 영토 정복을 허용하지 않는 확고한 원칙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 사회에서 영토 병합은 극히 드문 일이다. 또 그런 시도가 있더라도 정당화 명분을 제시하려 애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실이 아닐지라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어 사용 주민 보호를 침공 명분으로 내세웠다.

이에 비해 트럼프는 가자지구를 미국이 소유할 부동산이라고 노골적으로 밝혔다.

국제법상 정당성을 주장할 수 근거가 전혀 없는 불법적 점령임을 스스로 밝힌 것이다.

가자 지구의 경우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느냐가 국제법 위반 여부를 가늠하는 판단 기준의 하나일 수 있다. 팔레스타인은 유엔의 영구 옵서버 국가로 공인돼 있으며 193 유엔 회원국 가운데 146 국가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설사 가자 지구가 한 나라의 영토가 아니라고 가정해도 미국이 점령하는 것은 민간인 자결권을 위반하는 것이다. ICC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가자 지구에 머물 권리가 있다고 2차례 판결했다.

밀라노비치 교수는 “주민 동의 없이 점령하는 것은 명백히 자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법과 미국의 입장 변화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법을 철저히 무시해왔다.
ICC를 제재하고 유엔에 대한 재정지원과 관여를 재검토하는 행정명령을 내렸고 유엔 인권이사회(UNHRC)에서도 탈퇴했다.

국제법을 무시하는 트럼프의 태도가 앞으로 미국의 국제 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 

옥스퍼드대 딜 교수는 중국의 대만 침공을 막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토 정복이 일상적 일로 간주되고 국제법 원칙이 무시되면 미국인들에게도 엄청나게 위험한 세상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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