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살인' 근거 부족"…본질 벗어나면 편견·낙인만 부른다
"우울증 환자들 힘들어 해…음지로 숨을 수도"
"우울증은 의욕 저하…공격성 연관 근거 부족"
![[대전=뉴시스] 강종민 기자 = 초등학생 피살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초등학교에 지난 12일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모습. 2025.02.12. ppkjm@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2/12/NISI20250212_0020695742_web.jpg?rnd=20250212151746)
[대전=뉴시스] 강종민 기자 = 초등학생 피살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초등학교에 지난 12일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모습. 2025.02.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대전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김하늘(7)양 사망 사건과 관련해 가해 교사의 우울증 진단명에만 지나친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자칫 환자들의 치료 기피 등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우울증과 이번 사건을 직접적으로 연관시키는 것은 위험하다며 편견과 낙인을 조장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14일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장을 맡고 있는 기선완 가톨릭관동대 정신건강의학 교수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제 환자 중에 장학사가 있는데, 이번 사건으로 너무 상처를 많이 받아 이제 자기가 우울증인지 얘기를 안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가해 교사가 지난해 말 우울증으로 휴직을 했다가 복직을 한 점이 알려지자 이번 사건과 우울증이 연관된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단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과 우울증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 교수는 "우울증은 본인이 희망이 없고 절망적이고 에너지가 없고 이래서 자살을 많이 해도, 이렇게 타살을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며 "우울증이 동반돼있을지는 몰라도 다른 성격 문제나 진단명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부단장을 맡고 있는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교 교수도 "기본적으로 우울증 자체는 의욕이 저하되고 부정적이 되는 것이라 공격성과 연관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우울증 환자와 살인 사건을 연관시키는 건 근거가 매우 부족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사회적으로 우울증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백 교수는 "너무 끔찍한 사고다보니 사람들이 원인을 찾게되는데, 앞에 드러나는 몇 가지 요인에 집중하게 되는 현상"이라며 "동기가 이해가 안 되니까 미치지 않고서는 저럴 수 없다,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더라 이렇게 연결이 돼버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우울증에 편견과 낙인이 강화될 경우 환자들이 음지로 숨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울증 진료 환자는 100만744명에 달한다. 또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하면 교육기관 종사자 중 우울증 진료를 받은 사람은 2023년 한 해에 18만2298명에 달한다.
기 교수는 "진단명과 범죄 사실을 관련 지어 버리면 많은 환자들이 자기 병에 대해 밝히기를 꺼려해 치료를 안 받으려고 한다"며 "그러면 음지로 다 숨어들고 치료도 안 받아 사회적 문제는 더 커진다"고 했다.
서미경 경상국립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우울증 인구는 굉장히 많은데 그 증상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개인의 문제"라며 "그 사람이 어떤 성격인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특성을 다 빼버리고 우울증 얘기만 하면 지금 버티고 있는 그 많은 우울증 환자들의 노력을 다 허사로 만들어버린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정신건강보도 권고기준 (사진=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제공) 2024.11.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4/11/07/NISI20241107_0001697597_web.jpg?rnd=20241107172758)
[서울=뉴시스] 정신건강보도 권고기준 (사진=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제공) 2024.11.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 본질에 주목해 학교 내 안전을 강화하는 방안에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 교수는 "중요한 건 병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우울증 환자 등 정신질환자의 업무 복귀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고 관련한 의료 수가도 있다. 또 정신건강 전문의를 '지정의'로 두고 임시 공무원의 직위를 부여해 신분과 권한을 보장한다.
백 교수는 "업무를 할 수 있을 만큼 기능을 회복했는지, 새로운 스트레스를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자·타해 위험성이 있는지 등 여러 각도의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 교수는 "과거에는 정신건강 문제를 가정에서 알아서 했지만, 핵가족 사회에서는 이 부분이 안 되다 보니 방치되는 사람이 늘고 사고도 생긴다"며 "인권을 보장하면서도 우리 사회 안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기 교수는 "2차 세계대전의 영웅인 윈스턴 처칠도 심한 우울증 환자였지만 커다란 업적을 냈다"며 "우울증 환자들이 용기를 내 치료를 잘 받고, 주위 사람들에게 공감과 이해를 얻으면서 사회에 잘 적응하고 희망을 갖길 바란다"고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