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尹정부 규탄' 소리꾼 교사 백금렬, 2심 무죄로 뒤집혀

등록 2025.11.26 14:27:50수정 2025.11.26 15:43:3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시국집회 사회자로 활동…尹 퇴진 촉구 노래·발언

1심 유죄와 달리 2심 "정치적 목적 엄히 해석해야"

[광주=뉴시스] 광주교사노동조합·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 회원들이 9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법원 청사 앞에서 '공무원·교사 정치기본권 보장'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광주교사노조 제공) 2025.07.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광주교사노동조합·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 회원들이 9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법원 청사 앞에서 '공무원·교사 정치기본권 보장'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광주교사노조 제공) 2025.07.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시국집회에서 정치적 소신을 밝혔다가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 자격정지 형을 선고받은 '소리꾼 교사' 백금렬(52)씨가 항소심에서는 무죄를 인정받았다.

1심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국가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위반 여부를 판가름 하는 '정치적 목적', 즉 특정 정당·선거와 관련한 지지 또는 반대 의사가 있었는 지를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며 무죄를 인정했다.

광주지법 제4형사부(항소부·재판장 배은창 부장판사)는 26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 정지 1년을 선고받은 중학교 교사 백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백씨는 2022년 4월부터 11월 사이 3차례에 걸쳐 서울·광주 등지에서 열린 정부 규탄 집회·시위 현장에서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비꼬거나 규탄하는 발언 또는 노래 등을 해 공무원법을 어긴 혐의로 기소됐다.

공립중학교 현직 교사였던 백씨는 각종 시국집회 때마다 판소리로 권력자를 풍자하는 사회자로 활동했다.

백씨는 검찰 정상화 촉구 또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 무대에 올라 '대통령과 그 아내, 장모까지 교도소에 가야한다', '현 정권은 외교참사, 인사참사, 국방참사, 민생참사, 진퇴양난 경제 참사다' 등의 발언을 하고 직접 개사한 노래를 불렀다.

앞선 1심은 "집회의 성격, 노래와 발언의 내용, 표현 방법,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국가공무원법의 취지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의 행위가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 백씨가 참석한 세 집회 모두 대통령 퇴진 목적으로 한 집회에 해당한다. 보수 성향 현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적 성격을 부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법령 상 '정치적 목적'에 대해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국가공무원법 65조 4항인 '정치적 행위의 금지'에 관한 한계는 위임된 공무원 복무 규정에 따라 '정치적 목적'이 있는지를 요구하고 있다. '정치적 목적'의 범위를 한정하지 않는다면 금지되는 정치적 행위가 무한정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 존립·발전에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이다. '정치적 목적'을 넓게 해석하는 경우에는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가 심하게 제한된다"며 "개별 인격체로서 공무원의 정치 활동 자유와 공무상 정치적 중립성은 구별돼야 하므로 공직 수행에 연관 없거나 영향력을 미치지 않는 개인으로서의 정치적 자유는 가급적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국가인권위가 국가공무원법 65조 4항의 개정을 국회에 건의한 점, 윤 전 대통령이 당적을 가진 선출직이라는 이유 만으로 백씨가 보수 정당을 비판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도 무죄 판단의 이유로 들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백씨가 무대에 섰던 일부 시위에 특정 정당의 국회의원과 지지자가 참석했고 실제 정당 지지 구호가 나오기도 했으나 그러한 사정 만으로 백씨가 '정치적 목적'을 갖고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표명을 했다고 볼 수는 없다. 또 해당 집회 주최 측이 특정 정당과 연계 또는 협력했다고 인정할 증거 역시 없다"고 판단했다.
 
또 "백씨가 과거 특정 보수정당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특정 정당의 지지를 호소한 일로 처벌 받은 전력이 있다고 해서 이 사건에서 백씨의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판단해 혐의 성립에 고려하는 일은 부적절하다. 제출한 증거들 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인정했다.

백씨 측이 요청한 위헌법률 심판 제청에 대해서는 "이 사건에서는 국가공무원법의 위헌 여부에 따라 혐의 성립 여부가 달라지지 않는다"며 전제성 없음을 이유로 각하했다.

선고 직후 백씨는 취재진과 만나 "법원이 시대의 변화에 맞춰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적극적으로 해석해준 것 같아 좋다. 최근 국회 소관 상임위에서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상정하는 것으로 안다. 이번 판결이 밑바탕이 돼 법 개정이 탄력을 받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백씨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전날인 2020년 4월에도 옛 제자인 유권자 4명에게 특정 정당에 투표를 권유하는 글을 보내 공직선거법·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6개월의 선고 유예와 자격 정지 1년이 확정됐다. 그는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퇴직했다.

당시 소송 과정에서 백씨는 현행 국가공무원법이 공무원도 누려야 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다는 취지로 위헌 소원도 헌법재판소에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