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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배 인구차' 수원·봉화, 청량산 캠핑장서 공존 모색한다[초점]

등록 2025.10.23 15:5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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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4대문 이름 카라반 등 이색시설로 재탄생, 10년간 무상 운영

시민 50% 할인·봉화군민 채용 등 실질적 상생, 연간 20억원 경제효과

[수원=뉴시스] 22일 경북 봉화군 명호면 청량산 수원캠핑장 글램핑 시설에서 박현국 봉화군수(왼쪽)와 이재준 수원시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두 지역은 이날 개장식을 갖고 10년간 상생협력 사업을 본격화했다.. (사진=수원시 제공) 2025.10.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22일 경북 봉화군 명호면 청량산 수원캠핑장 글램핑 시설에서 박현국 봉화군수(왼쪽)와 이재준 수원시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두 지역은 이날 개장식을 갖고 10년간 상생협력 사업을 본격화했다.. (사진=수원시 제공) 2025.10.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봉화=뉴시스] 박종대 기자 = 22일 오후 5시께 경북 봉화군 명호면 청량산 자락. 청량산 수원캠핑장에 들어서자 사방이 자연으로 둘러싸인 풍광이 펼쳐졌다.

캠핑장 일대로 청량산을 이루는 열 두 봉우리가 병풍처럼 솟아 있었다. 하늘을 찌를 듯한 기암괴석들 사이로 캠핑장 앞쪽에 낙동강 상류가 맑은 물소리를 내며 흘렀고 주변으로는 울창한 나무숲이 보였다.

특히 가을 햇살을 받은 단풍나무들이 붉은색을 더하며 캠핑장의 가을을 물들였다. 캠핑장은 청량산 암봉과 계곡, 숲이 삼면을 감싼 천혜의 입지였다.

청량산 품은 캠핑장…수원화성 이름 입혔다

이날 이곳에서는 새롭게 단장을 마친 청량산 수원캠핑장 개장식이 열렸다. 수원시와 봉화군 관계자 80여명은 인구소멸 위기 지역과 대도시가 자연으로 이은 상생협력의 의미를 되새겼다.

캠핑장 숙박시설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먼저 데크(9개) 및 쇄석(3개) 야영장은 총 12개 사이트로 구성됐다. 데크 바닥은 방부목으로 처리돼 습기에 강하고 평평해 텐트 설치가 수월했다. 사이트 간 간격도 넉넉해 옆 사이트 눈치 볼 필요가 없었다. 쇄석 야영장은 자갈이 고르게 펼쳐져 있었고, 배수가 잘 돼 비가 와도 물이 고일 걱정이 없어 보였다.

대형(6인) 및 미니(2인) 카라반은 11개 동이 운영된다. 수원화성의 4대문 이름을 딴 '장안문' '팔달문', '창룡문', '화서문' 등으로 명명됐다. 수원시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름들이었다. 카라반 내부에는 침대와 TV, 에어컨, 냉장고가 완비돼 있다.
[수원=뉴시스] 22일 개장한 청량산 수원캠핑장 시설의 테라스 풍경. 수원시 마스코트와 빈티지 랜턴 너머로 가을빛 물든 청량산 숲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수원시 제공) 2025.10.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22일 개장한 청량산 수원캠핑장 시설의 테라스 풍경. 수원시 마스코트와 빈티지 랜턴 너머로 가을빛 물든 청량산 숲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수원시 제공) 2025.10.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글램핑(4인)은 7개 동이 설치됐다. 카라반과 글램핑 시설 모두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했으며 알뜰하게 실내를 꾸며놔 호텔 객실 못지 않았다. 캠핑 경험이 전혀 없는 초보자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청량산 암봉의 풍광도 일품이었다.

캠핑장 곳곳에는 정원길, 바닥분수, 놀이터, 잔디마당(자연놀이터), 전망데크 등 조경·놀이시설과 화장실, 샤워실, 개수대, 세면장, 수원시 홍보관 등 부대시설을 비롯해 파라솔·개인 화로대 등 편의시설도 갖춰져 있었다. 이날 캠핑장을 찾은 김현준(42) 씨는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것 같다"며 스마트폰으로 연신 사진을 찍었다.

청량산 수원캠핑장은 단순 숙박을 넘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주말마다 청량산 일대를 탐방하는 자연체험 프로그램과 밤 시간을 활용한 야간 생태탐방이 대표적이다. 캠핑이 처음인 초보자를 위한 캠핑클래스도 마련됐다. 텐트 설치부터 화기 사용법까지 기초를 배울 수 있다.

계절별 특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봄에는 다도 체험을 통해 차 문화를 접할 수 있다. 여름에는 별자리 무드등 만들기로 아이들의 흥미를 끈다. 가을과 겨울에는 개미집 만들기, 팥손난로 만들기 등 추위를 이겨내는 전통 방식을 체험할 수 있다.

청량산도립공원 생태탐방을 통해 캠핑장 밖 청량산의 숨은 비경도 둘러볼 수 있다. 봉화군 특산물 체험 프로그램에서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직접 맛보고 구매할 수 있다. 봉화 전통시장 탐방 코스도 마련됐다. 캠핑장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봉화읍 전통시장에서 지역 먹거리와 특산품을 만나볼 수 있다.

지역 축제와 연동한 특별 캠프도 운영한다. 봄에는 봄꽃축제, 여름에는 은어축제, 가을에는 송이축제 기간에 맞춰 특별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캠핑장 관계자는 "단순히 자고 가는 캠핑장이 아니라 청량산의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체험형 캠핑장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이날 개장식에 참석한 봉화군민 이정숙(56)씨는 "예전 캠핑장은 시설이 노후해 손님이 뜸했는데 이렇게 바뀐 걸 보니 우리 동네가 살아날 것 같다"며 "수원시가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캠핑장 입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명자(70)씨는 "수원시에서 얼마큼 홍보를 하느냐에 따라서 영향이 클 거고 봉화군에서는 나름대로 청량산을 얼마큼 홍보하느냐에 따라서 청량산에 오시는 분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변 시설들이 캠핑장뿐만이 아니라 캠핑장에서 나온 사람들이 다른 것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중앙정부 아닌 지자체 연대로 만든 첫 모델

수원시는 이곳을 10년간 무상으로 운영하며 연간 2만명 이상의 방문객 유치를 목표로 세웠다. 수원시민에게는 이용료를 50% 할인해준다. 봉화군은 캠핑장 근로자로 지역 주민 10명을 채용하는 등 일자리 창출했으며 이용객 증대 등으로 연간 20억여 원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수원=뉴시스] 수원화성 4대문 이름을 딴 청량산 수원캠핑장 카라반 내외부 전경. 외부는 청량산 자락에 자리잡고 내부는 깔끔한 가구와 침구로 꾸며져 캠핑 초보자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사진=수원시 제공) 2025.10.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수원화성 4대문 이름을 딴 청량산 수원캠핑장 카라반 내외부 전경. 외부는 청량산 자락에 자리잡고 내부는 깔끔한 가구와 침구로 꾸며져 캠핑 초보자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사진=수원시 제공) 2025.10.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에 조성한 캠핑장은 중앙정부 예산에 의존하지 않고 지자체 간 협력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한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 집중화가 심화되면서 수도권 내에서도 탈(脫)경기도를 주장하며 메가시티 조성 논의가 나오는 흐름 속에서 차로 2시간 반 거리로 떨어져 있으며 인구 수가 40배 이상 차이가 나는 두 도시가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소멸위험지수에 따르면 봉화군은 '소멸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1967년 12만명이었던 봉화군 인구는 현재 2만8900여 명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봉화군 사망자는 535명, 출생자는 46명에 불과했다. 반면 수원시는 지난 9월 말 기준 122만9190명이다.

이러한 물리적 거리와 인구 격차에도 불구하고 두 지역은 '공존'을 선택했다. 중앙정부 주도가 아닌 지자체 간 자발적 연대다. 대도시의 자본과 인적 자원, 농촌의 자연환경과 관광 자원을 교환하는 방식이다.

수원시와 봉화군은 2015년부터 수원화성문화제와 봉화송이축제를 통해 교류해왔다. 지난해 6월 우호도시 협약을 체결한 양 도시는 청량산 캠핑장 운영을 첫 협력사업으로 선정했다.

박현국 봉화군수는 ”이번 수원시와의 협력은 도시와 농촌이 함께 상생하는 새로운 지역 협력 사례"라며 "앞으로도 수원시와 다양한 교류 사업을 통해서 청량산 캠핑장이 대표 상생 관광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이번 사례를 바탕으로 국회에 '공동협력 활성화 건의문'을 제출할 계획이다. 인구감소지역과 특례시 간 공동협력 활성화 사업에 대한 행정·재정적 지원과 정부 차원의 홍보를 요청하는 내용이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이번 캠핑장은 중앙정부 주도가 아니라 지자체 간 연대로 만들어진 최초의 지방자치 모델"이라며 "대도시와 인구소멸 도시의 간극을 줄이고 지역 균형 발전의 새로운 해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캠핑은 물론이고 요가, 목공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봉화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잘 연계한 여행 상품도 확대할 예정"이라며 "청량산 수원캠핑장은 수원형 도농 상생 정책으로 도농 간의 상생을 앞으로 정착시켜서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잘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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