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아파트 화재, 7월 태풍 피해 손상 후 교체한 그물망 ‘불량’ 가능성

“바닥 일부에만 방염 기준 충족 그물망 사용 후 검사 통과” 정황

정부 “외벽 2300롤은 비규격품·바닥 115롤만 규격품 사용”

유족에 4700만원 조의·장례금 등 피해자 재정 지원 시작

[홍콩=AP/뉴시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홍콩 북부 타이포의 '웡 푹 코트' 아파트 단지 화재 현장에서 홍콩 경찰 피해자 신원 확인팀이 아파트 내부를 수색하고 있다. 2025.12.02.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홍콩 당국은 신계 '왕 푹 코트' 고층 아파트 단지 화재와 관련해 개보수 업체 2명의 이사와 컨설턴트 등 총 13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했다.

화재가 보수 공사 중이던 8개 동 중 7개동으로 1시간여 만에 순식간에 번진 원인 중 하나가 건물 외벽에 설치된 대나무 비계를 감싼 그물망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홍콩 정부가 1일 화재 피해 건물 7곳에서 채취한 비계 그물 샘플 조사에서 가연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추가로 체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중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1일 보도했다.

1일 오후  4시 기준으로 151명이 사망하고 30명 이상이 실종되었다고 경찰은 밝혀 사망자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홍콩 정부는 7월 태풍으로 대나무 비계를 감싼 그물이 손상되자 지역 공급업체에서 교체용 그물을 일괄적으로 구매했다고 밝혔다.

개보수 업체는 2300개의 롤, 즉 약 7만 5000㎡의 보호망을 롤당 54홍콩 달러(약 1만원)에 구매했으며 이는 이번에 개보수가 진행되고 있던 8개 아파트 동을 감쌀 수 있는 양이라고 당국은 밝혔다.

이때 구매한 그물망이 화재에 취약한 비규격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글로벌 타임스는 10월 말 시내 홍콩섬 센트럴에서 비계 관련 화재가 발생하자 화재 발생 아파트 관계자들도 검사가 실시될까 봐 걱정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같은 공급업체에서 롤당 100홍콩달러에 규격에 맞는 방염 보호망 115롤을 구매해 각 건물의 바닥에만 설치해 규격에 맞는 것으로 통과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바닥에만 규격 제품을 사용한 뒤 추가 검사를 통과했다고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현재 홍콩 당국은 주 계약자, 엔지니어링 컨설팅 회사, 하청 비계 회사, 하청 외부 외벽 공사 회사 등 13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구금됐다고 밝혔다.

이번 화재는 불상의 원인으로 외벽의 가연성 자재에 불이 붙은 뒤 안전망을 통해 급속히 번진 것으로 ‘홍콩 안전 실무자 협회’의 리쾅싱 회장은 1일 글로벌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홍콩 정부는 화재로 사망한 희생자 유족들에게 1일 재정 지원을 시작했다.

유족들은 20만 홍콩달러(약 3780만원)의 조의금과 5만 홍콩달러의 장례 지원금을 받는다.

정부는 이미 지급된 조의금, 장례 지원금, 생계 지원금, 그리고 1만 홍콩달러의 긴급 구호금 외에도 부상자에 대한 특별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다.

7일 이상 입원한 사람들에게는 10만 홍콩달러, 6일 이하 입원한 사람들에게는 5만 홍콩달러가 지급된다.

화재 아파트에 거주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교과서, 문구류, 컴퓨터 및 기타 학습 도구를 교체해주고 임시 숙소와 학교 간 교통비 지원을 위해 2만 홍콩달러의 특별 보조금이 지급된다.

화재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건설 노동자, 청소부, 경비원에게도 2만 홍콩달러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외국인 가사 노동자들에게도 2만 홍콩 달러의 특별 보조금이 지급되지만 고용주가 사망하는 경우 지원을 받는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홍콩 정부는 화재 피해자를 위한 기부금이 13억 홍콩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정부의 지원금 3억 홍콩 달러를 합치면 총 16억 홍콩 달러다.

홍콩 정부는 이 기금이 피해 주민의 주택 재건 등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에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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