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정원도 AI가 설계한다…英 디자이너들 "고용센터 몇 시에 여나"

등록 2026.05.13 16:40:2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첼시 플라워쇼에 AI 설계 정원 3곳 전시 예정

업계 “정원 설계는 창의성·경험·인간 교감의 영역”

정원도 AI가 설계한다…英 디자이너들 "고용센터 몇 시에 여나"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영국의 권위 있는 첼시 플라워쇼에서 인공지능(AI)이 설계한 정원이 전시될 예정인 가운데, 정원·조경 디자이너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AI가 창의성과 경험, 인간적 교감에 기반한 정원 설계 일을 대체할 수 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영국 가디언은 13일(현지시간) 런던 첼시 왕립병원 정원에서 다음 주 열리는 첼시 플라워쇼를 앞두고 AI를 활용한 정원 설계를 둘러싸고 업계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첼시 플라워쇼는 샴페인과 꽃이 어우러지는 우아한 행사로 알려져 있지만, 올해는 AI 정원 설계를 둘러싸고 정원업계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해리 왕자 등 유명 인사를 위한 정원을 만든 수상 경력의 디자이너 맷 케이틀리는 이번 플라워쇼에서 AI를 활용해 정원을 설계한다. 그는 정원 설계 앱 ‘스페이스리프트’를 새로 선보인다.

이 앱은 정원 디자이너의 작업을 재현하고, 처음부터 공간을 설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틀리는 “우리는 집의 거의 모든 부분을 설계할 때 기술을 쓰지만 정원만은 예외였다”며 “스페이스리프트는 사람들에게 출발점과 계획, 실제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고 말했다.

원예·조경업계는 자신들의 일이 이런 방식으로 자동화될 수 있다는 데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영국 정원·조경디자이너협회(SGLD)의 앤드루 더프 회장은 “성공적인 정원 설계는 예술 형식”이라며 “창의성, 협업, 경험, 인간적 연결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더프 회장은 “기술이 유용한 도구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숙련된 정원 디자이너가 집 안의 살아 있고 변화하는 자연 공간을 만들기 위해 보여주는 통찰과 공감, 개인적 교감을 복제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정원도 AI가 설계한다…英 디자이너들 "고용센터 몇 시에 여나"

왕립원예협회 햄프턴코트 행사에 출품한 적 있는 정원 디자이너 이본 프라이스는 첼시 플라워쇼가 AI 정원에 무대를 내줘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원 디자인 분야에서 세계를 이끄는 첼시에 이것이 전시된다는 건 배신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수상 경력이 있는 디자이너 네이딘 맨스필드는 “고용센터는 몇 시에 여느냐”고 말했다.

이미 일부 정원에서는 AI가 활용되고 있다. AI는 식물에 물을 줄 시점을 알려주거나, 기후 변화에 따라 어떤 꽃과 식물이 적합한지 분석하는 데 쓰인다.

첼시 플라워쇼 금상 수상자인 톰 매시는 AI를 활용한 작업을 해본 적이 있지만, 정원 설계 자체에 AI를 쓴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해 첼시 플라워쇼에서 센서로 나무의 성장, 수액 흐름, 토양 상태, 공기질, 날씨 등을 측정하고, AI로 데이터를 추적해 패턴과 문제를 찾아내는 정원을 만들었다.

매시는 “AI에 내 모든 설계를 입력하면 그것과 매우 비슷한 것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기술이 업계에 무엇을 할지 우려된다”고 했다. 또 AI가 설계한 정원은 자연 공간과 상호작용하는 인간의 신체적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인간 디자이너의 작업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스페이스리프트는 이번 첼시 플라워쇼에서 플랫폼만으로 설계한 실물 크기 정원 3곳을 전시할 예정이다.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전원풍 정원, 좁은 도시형 발코니 정원, 사우나와 냉수 샤워 시설을 결합한 숲 테마 웰빙 공간 등이 포함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