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퍼 닫히듯 씨앗 톡톡"…韓 연구진, 제비꽃서 '의료 로봇' 혁신 찾았다
서울대·DGIST 공동 연구팀, 제비꽃 열매 꼬투리의 '물리적 지능' 규명
모터·배터리 없이 기하학적 구조만으로 순차 발사하는 메커니즘 확인
배터리·선 없는 '물리적 지능' 입증…상처 봉합용 의료 로봇 등 활용 기대
![[남해=뉴시스] 차용현 기자 = 23일 오후 경남 남해군 설천면 인근 도로가에 '순진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제비꽃이 꽃망울을 터뜨려 눈길을 끌고 있다. 2023.03.23. con@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3/03/23/NISI20230323_0019831843_web.jpg?rnd=20230323143915)
[남해=뉴시스] 차용현 기자 = 23일 오후 경남 남해군 설천면 인근 도로가에 '순진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제비꽃이 꽃망울을 터뜨려 눈길을 끌고 있다. 2023.03.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비꽃이 현대 로봇공학으로도 흉내 내기 힘든 초정밀 번식 기술을 숨기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복잡한 제어 장치나 모터 없이 오직 껍질의 생김새와 구조의 힘만으로 씨앗을 하나씩 정교하게 튕겨내는 원리다. 국내 연구진이 규명한 이 식물의 지혜는 향후 상처를 봉합하거나 종양을 떼어내는 의료용 소프트 로봇 기술에 핵심 뼈대가 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현유봉 교수, 기계공학부 김호영 교수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 및 기계전자공학과 정소현 교수 공동 연구팀이 제비꽃 열매 꼬투리의 기하학적 구조를 통해 씨앗을 차례대로 튕겨내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껍질 마르며 지퍼처럼 스르륵…씨앗 앞에서부터 '차례로 꼬집기'
이처럼 씨앗을 순서대로 쏘려면 씨앗을 밀어내는 힘의 중심점도 씨앗 위치에 맞춰 정밀하게 이동해야 한다. 이는 현대 로봇공학 기술로도 정밀한 모터나 배터리 없이는 구현하기 매우 까다로운 난제다.
연구팀이 제비꽃의 열매를 정밀 분석한 결과, 비밀은 마치 지퍼가 닫히듯 접히는 '지퍼링(zippering)' 구조에 있었다. 제비꽃의 꼬투리 단면은 힘을 가장 강하게 낼 수 있는 '반원형 구조'로 진화했다. 꼬투리가 건조되면서 접힐 때 발생하는 엄청난 역학적 힘이 껍질 내부의 아주 얇은 막을 타고 씨앗이 있는 특정 지점에만 칼날처럼 집중된다. 이 힘의 중심점이 지퍼가 채워지듯 앞으로 스르륵 이동하면서 나란히 서 있는 씨앗들을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꼬집듯 밀어내는 원리다.

제비꽃 열매 꼬투리가 씨앗을 순차적으로 발사해내는 '지퍼링' 동작의 원리.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배터리·선 없는 '물리적 지능'…의공학 소프트 로봇 전기 마련
공학계가 이번 연구에 열광하는 이유는 의공학 분야의 확장성 때문이다. 이 원리를 적용하면 무거운 모터나 배터리, 복잡한 전선 플러그 없이도 움직이는 차세대 소프트 로봇을 만들 수 있다.
특히 인체 내부를 돌아다녀야 하는 의료용 로봇에 제비꽃의 원리를 이식하면, 아주 작고 유연한 구조만으로도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다. 향후 체내 상처를 자동으로 봉합하는 스마트 패치나 장기 깊숙한 곳의 종양을 정밀하게 절제하는 수술용 유연 로봇 개발에 새로운 돌파구가 열린 셈이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는 제비꽃이 최소한의 자원만으로 효율적인 힘을 전달하도록 열매 꼬투리의 구조를 영리하게 진화시켜 왔음을 밝혀낸 것"이라며 "복잡한 장치 없이 디자인만으로 정교한 움직임을 구현하는 차세대 소프트 소재 설계는 물론, 상처 치료 패치나 생체모사 유연 로봇 등 의공학 분야 전반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성과는 과기정통부의 기초연구 지원 사업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모범 사례로 꼽힌다. 신진 연구자부터 중견, 리더 연구자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성장 사다리' 지원을 받은 생명과학과 기계공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들이 계급장을 떼고 유기적으로 협업해 자연의 비밀을 공학적으로 풀어냈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이번 성과는 과기정통부 기초연구 사업의 성장 사다리 각 단계에 있는 연구자들이 협업하여 이뤄낸 기념비적인 결실"이라며 "앞으로도 우수한 연구자들이 서로의 전문성을 더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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