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파키스탄, 이란 고위급 초청…美·이란 대화 중재에 속도

등록 2026.08.05 17:34:53

이란 외무장관·국회의장에 파키스탄 방문 요청

4월 美·이란 직접 회담 주선…6월 양해각서로 이어져

오만은 호르무즈, 파키스탄은 정치·전략 문제 중재

[테헤란=AP/뉴시스] 2026년 6월20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오른쪽)이 모흐신 나크비 파키스탄 내무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2026.06.20.

[테헤란=AP/뉴시스] 2026년 6월20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오른쪽)이 모흐신 나크비 파키스탄 내무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2026.06.20.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파키스탄이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을 끝내기 위한 외교적 중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파키스탄은 그동안 대화와 외교를 통한 해결을 촉구해온 데 이어 이란 고위급 관리들을 잇따라 초청하며 중재 노력을 구체화하고 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파키스탄 외교부는 4일(현지 시간) 이샤크 다르 외무장관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통화하고 가능한 한 빨리 파키스탄을 방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아야즈 사디크 파키스탄 국회의장도 이란 측 협상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에게 별도의 초청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이란 관리가 언제 이슬라마바드를 방문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알자지라는 보도했다.

이번 움직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을 압박하는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지도부가 회담을 요청하면서도 공개적으로는 협상을 부인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회담을 요청하고 있지만 공개적으로는 어떠한 논의도 하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란 측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이중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이란이 좋은 문서에 서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에 직면했다"며, 테헤란이 "협상 아니면 완전한 항복"이라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거듭 경고했다.

반면 이란은 미국과 직접적인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이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과의 회담은 진행 중이지 않으며,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관련해 오만과 기술적인 논의만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은 지난 2월 28일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일관되게 자제를 촉구하고 대화와 외교적 해결을 요구해왔다. 지난 4월에는 이슬라마바드에서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과 이란 간 직접 회담을 주선하기도 했다.

이후 6월에는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MoU)로 이어졌다.

그러나 긴장 완화를 위한 노력은 오래가지 못했다. 4월 체결된 휴전이 며칠 만에 무너진 데 이어 미국은 이란 남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를 단행했다. 양해각서 역시 양측의 공격이 재개되고 미국이 해상 봉쇄를 다시 시작하면서 한 달도 채 지속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파키스탄은 해당 양해각서가 여전히 평화를 위한 틀로 유효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최근 이 양해각서가 이란의 향후 외교 관계에서 중심축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파키스탄의 중재 노력이 의미를 가지지만 한계도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파키스탄은 대화를 주선하고 협상을 촉진할 수는 있지만, 미국과 이란이 합의한 내용을 실제로 이행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전 미국 국가안보 관계자인 그레이스 베르멘볼은 반복되는 분쟁으로 장기적인 휴전에 필요한 신뢰가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이란의 국제관계 분석가 세예드 모즈타바 잘랄자데는 "반복되는 협상 실패로 파키스탄의 역할이 분쟁을 해결하는 중재자에서 당사자들과 접촉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 수준으로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파키스탄이 자신의 역량 이상을 약속할 경우 장기적으로 국가의 외교적 평판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키스탄 외에도 여러 국가가 긴장 완화를 위한 외교전에 뛰어들고 있다. 이란과 오만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놓고 별도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항로와 기뢰 제거, 선박 서비스 비용 등 기술적인 문제는 연안국인 이란과 오만이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다룰 수 있는 분야다. 반면 파키스탄과 카타르 등은 휴전과 공격 중단, 제재, 핵 문제, 안보 보장 등 보다 정치·전략적인 문제에 집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여러 국가가 각자의 역할을 나눠 중재에 나서는 것이 오히려 협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궁극적인 문제는 미국과 이란이 실제로 합의에 도달하고 이를 이행할 의지가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파키스탄이 대화의 장을 마련할 수는 있지만 양측의 행동을 통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을 두고도 평가가 엇갈린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긴박감을 조성하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의 반복되는 메시지 변화가 일관된 전략의 부재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