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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6만명 넘어온 스페인령 세우타…美하원 보고서엔 '모로코 영토'

등록 2026.08.05 16:28:07

美하원 세출위, 두 도시 ‘향후 지위’ 외교협의 지지

보고서 법적 구속력 없지만 스페인 주권 논쟁 국제화

모로코 친정부 매체도 "반환까지 얼마나 걸리나" 압박

[세우타=AP/뉴시스] 모로코에서 스페인으로 넘어온 이주민들이 3일(현지 시간) 스페인령 세우타의 한 해변에서 음식 배급을 기다리고 있다. 2026.08.04.

[세우타=AP/뉴시스] 모로코에서 스페인으로 넘어온 이주민들이 3일(현지 시간) 스페인령 세우타의 한 해변에서 음식 배급을 기다리고 있다. 2026.08.04.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북아프리카의 스페인령 자치도시 세우타로 이주민 약 6만명이 이틀 동안 넘어오면서 세우타와 멜리야를 둘러싼 영유권 갈등이 다시 불붙었다. 모로코 친정부 매체들이 반환 요구를 꺼낸 가운데 미 하원 세출위원회 보고서는 두 도시가 ‘모로코 영토에 있다’고 적었고, 스페인은 “건드릴 수 없는 땅”이라고 맞섰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5일(현지시간) 지난달 30~31일 수만명이 세우타 국경을 넘어온 사태가 스페인에서 이주 문제를 넘어 두 도시의 영유권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방위 약속을 둘러싼 불안으로 번졌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당국 추산을 토대로 세우타로 넘어온 인원을 5만~6만명으로 전했다.

논란이 된 문서는 미 하원 세출위의 2027회계연도 국가안보·국무부 세출법안 부속 보고서다. 보고서는 “스페인이 행정권을 행사하는 세우타와 멜리야는 모로코 영토에 있으며 모로코가 오랫동안 영유권을 주장해 온 대상”이라고 적었다. 이 문서에는 모로코에 국방·안보 지원금 4000만달러(약 570억원)를 배정하고 두 도시의 ‘향후 지위’를 놓고 외교적 협의를 벌이는 방안을 지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이 보고서 자체가 미국 정부의 공식 외교정책 변경을 뜻하지는 않는다.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장관은 3일 기자회견에서 “누구도 세우타와 멜리야를 건드릴 수 없다”며 “스페인의 영토 보전과 주권은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모두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우타=AP/뉴시스] 모로코에서 스페인으로 넘어온 이주민들이 3일(현지 시간) 스페인령 세우타의 한 해변에서 잠자고 있다. 2026.08.04.

[세우타=AP/뉴시스] 모로코에서 스페인으로 넘어온 이주민들이 3일(현지 시간) 스페인령 세우타의 한 해변에서 잠자고 있다. 2026.08.04.

세우타와 멜리야는 모로코 북부 해안에 자리 잡은 스페인의 자치도시이자 유럽연합(EU) 영토다. 세우타의 스페인 귀속은 1668년 조약으로 확정됐고, 멜리야는 1497년 스페인이 점령했다. 모로코는 1956년 프랑스와 스페인의 보호통치에서 벗어난 뒤 두 도시를 스페인이 점령한 식민지로 규정하며 영유권을 주장해 왔다.

이번 사태 뒤 모로코 왕실과 가까운 매체들이 반환 요구를 전면에 내세웠다. 모로코 매체 르360은 “핵심 질문은 두 도시가 모로코로 돌아올 것인지가 아니라,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리고 그동안 얼마나 많은 비극을 겪어야 하느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로코 내무부는 온라인 허위정보와 인신매매 조직이 월경을 부추겼다고 밝혔다. 폴리티코는 스페인 정보당국이 모로코 정부가 이를 기획하지는 않았지만 국경 통제를 풀어 사실상 허용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페르난도 그란데마를라스카 스페인 내무장관은 이번 사태가 스페인의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비판에 대해 오히려 스페인이 역내 강국임을 보여줬다고 맞섰다.

[ 멜리야( 스페인)= AP/뉴시스] 모로코내 스페인령 멜리야와의 국경 철책을 지키는 모로코 보안 진압대. 24일 이민들의 월경시도로 충돌이 일어난 디 25일에는 사망자가 25명, 부상자가 116명으로 늘어났다고 모로코 내무부는 밝혔다. 

[ 멜리야( 스페인)= AP/뉴시스] 모로코내 스페인령 멜리야와의 국경 철책을 지키는 모로코 보안 진압대.  24일 이민들의 월경시도로 충돌이 일어난 디 25일에는 사망자가 25명,  부상자가 116명으로 늘어났다고 모로코 내무부는 밝혔다.  

스페인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1975년의 ‘녹색행진’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모로코는 프란시스코 프랑코 스페인 총통이 임종을 앞두고 스페인 정국이 혼란했던 시기에 민간인 수만명을 스페인령 사하라로 진입시켰다. 스페인은 그해 모로코·모리타니와 마드리드 협정을 체결한 뒤 이듬해 서사하라에서 철수했다.

2011~2016년 스페인 외무장관을 지낸 보수 국민당 소속 호세 마누엘 가르시아마르가요는 “스페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영국령 지브롤터에 스페인인 6만명이 들어가는 것을 영국이 허용했겠느냐”며 산체스 정부에 더 단호한 대응을 요구했다. 그는 “모로코와 우호 관계를 추구해야 하지만 친구에게도 넘을 수 없는 선이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페인 내부의 반발을 불러온 미 하원 보고서 문구를 넣는 데 앞장선 인물은 미 하원 세출위 국가안보·국무부 소위원장인 공화당의 마리오 디애즈발라트 의원이다. 그는 지난 4월 스페인 매체 엘에스파뇰과의 인터뷰에서도 두 도시가 모로코 영토에 있다고 말하며 스페인의 통치가 계속돼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그는 폴리티코에 보고서가 미국의 중대한 입장 변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며 “국무장관에게 양측이 이 문제를 논의하는지 확인하도록 요구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진행 중이다. 2026.08.04.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진행 중이다. 2026.08.04.

미국과 모로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부터 한층 가까워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모로코가 이스라엘과 외교관계 정상화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분쟁지역 서사하라에 대한 모로코의 주권 주장을 인정했다. 그는 2025년 8월에도 이 입장을 재확인했다. 모로코는 이후 주요 고속도로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붙이겠다고 발표했다.

대니 다논 유엔 주재 이스라엘대사도 스페인의 가자전쟁 비판에 맞서 “우리를 계속 훈계하기 전에 아프리카에 왜 아직도 식민지 거점을 유지하는지 세계에 설명할 때”라고 소셜미디어에 썼다. 그러나 주스페인 이스라엘대사관 측은 다논 대사의 발언이 이스라엘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두 나라의 갈등은 과거에도 세우타 일대에서 불거졌다. 2002년 모로코 해병대가 세우타 인근 무인도 페레힐섬에 상륙하자 스페인은 특수부대를 투입해 섬을 탈환했다. 2021년에는 모로코가 국경 경비대를 철수한 뒤 약 8000명이 세우타로 넘어왔다.

<div class="layer-pop active">[뉴욕=AP/뉴시스]대니 다논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가 25일(현지시각) 유엔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9.26.

[뉴욕=AP/뉴시스]대니 다논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가 25일(현지시각) 유엔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9.26.
나토의 방위 범위도 쟁점이다. 나토조약 5조는 유럽과 북미의 회원국 영토가 무력 공격을 받으면 공동 대응하도록 규정하지만 북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세우타와 멜리야는 적용 지역을 정한 6조에 명시돼 있지 않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당시 나토 사무총장은 2022년 두 도시에 나토조약 5조가 적용되는지를 묻는 질문에 “나토는 모든 동맹국을 보호하고 방어한다”면서도 5조 발동은 정치적 결정이라고 답했다. 나토는 이번에도 가정적 상황에는 답하지 않겠다며 “모든 동맹국을 보호하고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나토의 방위 범위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별개로 스페인 정부는 주권 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스페인 외무부는 “세우타와 멜리야가 스페인 영토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으며 국제법과 국제사회가 이를 인정한다”며 주권 문제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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