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응답하라 국정원, 장성택 처형 사실 맞나?

국회 정보위원장인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이 ‘장성택 처형은 기관총에 의한 사살로 추정된다’고 밝히자 야당 간사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기관총으로 처형된 것은 은하수예술단이며 장성택은 물론 최측근인 리용하와 장수길의 기관총 처형설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는데 사실인 것처럼 퍼지는 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관총 사살 후 화염방사기로 태웠다는 말도 나왔지만, 국정원 관계자는 화염방사기 설(說)의 진위를 묻는 말에 “말씀드릴 수 없다”고 전했다.
스위스 일간지 베르너 차이퉁은 김정은이 스위스에 유학할 당시 후견인 역할을 했으며 김정일의 해외 비자금을 관리했던 리수용 전 대사가 장성택과 같이 처형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북한 조선중앙TV가 9일 방송한 정치국 확대회의 영상을 보면 회의장 왼쪽 좌석의 세 번째 줄에 이수용이 앉아 있으므로 신빙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 실각 후 이수용 처형설 같은 확인되지 않은 각종 설이 난무하고 있다. 국내 일부 언론도 북한의 공식발표도 없는 상황에서 검증이나 여과 없이 정성택과 이수용 처형설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정부는 13일 오전 6시께 북한이 장성택 사형 집행 소식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전격 보도하자 청와대에서 긴급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를 개최했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최근 북한 내에서 전개된 일련의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하고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앞으로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동맹국과 관련국과도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대변인은 우리 정부가 장성택 처형 소식을 오늘 아침에 북한 발표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어느 하나 확인된 사실은 없다. 어쩌면 그동안 우리의 북한 인식이 어떠했는지 북한이 어떻게 되기를 희망했는지만을 확인시켜주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의 보도만 줄을 잇고 있다.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2주기를 맞아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가운데 리설주에 대해 홍순경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은 김정은의 아내가 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해서 리설주 관련 루머는 유언비어라고 했다. 북한 관련 이슈에 대한 보도는 정보 확인이 안 되는 특수성 때문인지 충격적인 보도와 해석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국정원조차도 재판 후 기관총으로 처형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보고했다. 장성택 처형은 이미 북한이 밝힌 내용일 뿐이다. 그런데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아무도 의심하지 않고 있다. 요즘 TV나 신문 기사를 보면 북한이 보여준 모든 내용을 분석만 하고 있다. 보고 분석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보고 분석할 것을 치밀하게 예상하고 북한이 각본을 짤 수 있다는 사실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김정은의 북한은 우리가 생각하는 낮은 수준의 지배체제나 우리 희망대로 쉽게 무너질 체제가 아니다. 어쩌면 우리보다 더 공고한 수 대에 걸친 왕국과 같은 세습 정권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수행을 많이 한 한 스님은 사람이 죽으면 죽기 전 즉 생전에 찍은 사진이라도 그 표정이 묘하게 바뀐다고 한다. 일단 사진 속 얼굴이 겁에 질려서 하얗게 뜨기 시작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원한 같은 게 매우 강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사형이 있었다면 원혼이 됐을 텐데 그의 사진을 보면 그런 느낌은 전혀 안 든다고 한다. 괴력난신이니 논할 바는 아니다. 결국, 우리가 아는 사실은 북한이 알려준 것과 그에 대한 추정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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