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범 양성소로 변질된 유럽 교도소

【파리=AP/뉴시스】11.13 파리 테러범 살라 압데슬람을 태운 호송 차량이 20일 법원을 떠나고 있다. 압데슬람이 이날 말하기를 거부해 심리는 금방 종료됐다. 2016. 5. 20.
지난 해 1월 프랑스 샤를리 에브도 테러사건이 발생했을 당시에도 범인 쿠아시 형제 뒤에 일명 '교도소 스승'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적이 있다. 그로부터 1년반이 넘은 현재까지도 교도소가 이슬람 급진주의 테러범 양성소가 되고 있는 상황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월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랑스 파리 외곽에 있는 교도소 플뤠히 모호기스에의 교도관 마르셀 듀헤동은 WSJ와의 인터뷰에 파리연쇄테러의 범인 살라 압데슬람(26)이 벨기에로부터 이 교도소로 이송됐을 당시 직원들이 3주간에 걸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고 가구를 없애는 등 압데슬람의 독방 수감을 위한 시설 개조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도소는 압데슬람을 철저하게 격리했어도, 새 수감자에 대한 소문을 막지 못했다. 듀헤동은 “일부 수감자는 그를 구세주처럼 환영했다”고 전했다.
WSJ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득세에 유럽의 교도고들이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다며, 테러모의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수감자가 교도소 내에서 서열 1위를 차지하는 경우가 흔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교도소 관계자들은 테러범들이 무슬림 경범죄자들과 관계를 맺어 출소 후 이들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시리아에 지하드 임무를 수행하거나 국내에서 테러를 벌이도록 교육한다고 밝혔다.
유럽 각국의 교도소에는 IS거점에서 지하드 활동을 하다 돌아 와 수감된 지하디스트들이 유례없이 많은 상황이다. 유럽 당국들은 이들을 교도소에 몰아넣었지만, 이는 과밀한 교도소에 전투 경험을 가진 급진주의자를 투입시킨 격이 됐다.
프랑스 전체 인구 중 무슬림이 차지는 비율을 7.5%이지만, 프랑스 교도소 전체 수감자 6만7000명 중 무슬림 수감자가 50~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도소 관계자들은 과격한 급진주의자들을 일반 교도소에 수감하느냐, 아니면 특별시설에 수감해 집중 관리하느냐를 놓고 힘든 양자선택을 해야 한다. 급진주의자들을 일반 교도소에 수감하면 다른 수감자들이 급진화할 위험이 있고, 특별시설에 이들만 따로 모아 수감되면 추가 테러를 모의하기 쉽기 때문이다.
프랑스 교도소 회계감사 당국의 담당 애들린 하잔 이날 WSJ에 “우리는 시한폭탄 위에 앉아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 당국은 현재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극단주의자 숫자가 100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당국은 이로 인해 교도소가 '테러범의 인큐베이터'로 변질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 7월26일 북부 노르망디 셍테티엔 뒤 루브레 성당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의 테러범 2명 중 1명인 아델 케르미슈(19)는 시리아로 가려다 붙잡혀 수감됐던 교도소에서 정신적 지도자를 만났고, 그가 자신에게 아이디어를 줬다고 밝힌 바있다. 압데슬람도 지난 2010년 차량강도 혐의로 벨기에 있는 교도소에서 수감됐다가 파리연쇄 테러의 총책인 압델하미드 아바우드와 같은 감옥에서 복역하며 급진화한 뒤 석방됐었다
프랑스 교도소 회계감사 당국은 또한 급진주의자들이 외부와 접촉도 쉽게 한다는 점도 발견했다. 프랑스 정보당국은 같은 교도소에 수감자들이 시리아와 예멘에 있는 사람들과 접촉하기 위해 몰래 들여왔던 휴대폰을 발견했다. 프랑스 교도소 회계감사 당국은 이들이 휴대폰에 설치하는 인기 있는 바탕화면은 IS 깃발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유럽 각국 정부는 독방동이나 특별구역을 만들어 급진주의자들을 다른 일반수감자들과 분리하는 특별 조치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WSJ은 프랑스와 벨기에에 현재 새 독방동에 이송된 테러범은 몇 명 밖에 안되고 정부가 이들을 장기간 독방에 수감시키려면 풀어야할 법적 문제도 있어 아직 이 조치의 이행이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IS 대원 최대 공급국이 된 벨기에에서는 지난 4월 교도소 2곳이 급진주의자를 수용하는 특별구역을 열었으나 각 구역의 최대 수용 인원은 20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벨기에 법무부 대변인은 "가능한 급진주의자를 일반 수감자와 수감시키고 IS 대원을 모집하다 적발된 극단주의자만 특별구역으로 이송한다"며 "교도소를 관타나모 수용소를 만들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프랑스 당국도 교도소 내 극단주의자를 특별구역에 격리 수용하기 시작했으나 입소문이 번지는 일반 수감자 수용 시설 안에 특별구역이 있어 다른 일반 수감자들과 완벽하게 분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 조치를 둘러싸고 프랑스 정부 내에서도 찬반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장관들은 공개적으로는 장기적 교도체계 개혁을 지지하지만, 일부 장관들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크리스티앙 토비라 전 법무장관은 “이 조치는 무덤으로 들어가려고 예약한 것과 같다”고 비난했고, 대테러 당국 전직 관계자도 “미친 짓”이라며 “이는 각 시설에 있다가 서로 모르던 테러범을 한 곳에 모이게 해 촘촘한 조직망을 구축하도록 돕는다"고 지적했다.
교도소 관계자들은 또한 급진주의자들을 특별구역에서 모아놓으면 사법절차 없는 처벌이라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