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무어사이드 원전 참가하나…英 기업장관, 금주 중 방한해 한전 측과 회동

한전이 자중지란에 빠진 도시바를 대신해 영국 원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한국형 원전을 첫 수출한 이후 답보상태이던 국내 원전산업은 또다른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3일(현지시간)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그렉 클라크 영국 기업장관이 이번 주 중 한국의 서울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방한은 수십억 파운드 규모의 영국 무어사이드 핵발전소 프로젝트를 구제하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이후 양국 협력을 논의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됐다.
영국의 무어사이드 프로젝트는 북서부의 컴브리아에 차세대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일부 노후화된 원전을 허물고 차세대 기술을 적용한 첨단 원전을 건설하는 한편, 수년 내 해체될 예정인 일부 석탄 발전소를 새로 만드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당초 일본의 도시바가 지분 60%를 보유한 누젠(NuGen)이 공사를 담당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도시바가 미국내 자회사인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 사태로 흔들리면서 이 프로젝트의 미래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도시바는 현재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누젠 지분을 매각하는 데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한국전력(Kepco)이 이 지분을 인수할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한전은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9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와 한국형 원전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해왔다. 정부도 원전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보고 전방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이후 별다른 실적을 내지는 못해왔다. 하지만 선진국 원전 시장을 공략할 교두보를 영국이 한전에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클라크 장관은 이번 방한에서 한국 정부의 고위 관료를 만날 예정이다. 무어사이드 프로젝트 참가를 설득하기위해 주무 부서인 산업자원부 고위 관료들은 물론 한전의 고위 임원들과도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스웨스트이브닝메일 등 영국의 일부 언론은 최근 한전이 도시바가 보유한 누젠 지분을 인수해 이 프로젝트에 뛰어들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양측의 협상 테이블에서는 웨스팅하우스가 무어사이드 원전에 배치할 예정이던 원자로(reactor)인 'AP1000'을 그대로 쓸지, 아니면 한전의 'APR1400' 기술을 적용할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FT는 원전산업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인들은 AP1000을 사용하기에 앞서 미국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철저히 조사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어사이드 프로젝트는 영국의 에너지 안보는 물론 컴브리아에 있는 원전의 미래를 담보할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컴브리아에서 원전 산업은 지난 1956년 세계 첫 상업용 원전이 캘더홀(Calder Hall)에서 문을 연 이후 지역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거대 고용주의 역할 또한 해왔다고 FT는 전했다.
영국은 공사 기한을 지키고 예산 범위내에서 원전을 짓는 한국측 역량을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무어사이드 프로젝트에 참가하면 프랑스의 EDF가 서머셋에 짓는 ‘힝클리 포인트’ 원전에 비해 전기생산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영국 측은 예상하고 있다. 오는 2025년 문을 열 예정인 힝클리포인트 원전 건설에는 180억 파운드(약25조 1755억원)이 투입된다. 이 건설비는 영국에서 고비용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한편 클라크 장관은 이번 방한길에 한국과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FT는 전했다. 그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한국과의 파트너십은 국가간 전략적 협력이 어떤 식으로 영국을 강하게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명백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바이오기술과 제조업 부문을 한국측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