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거포 우타자' 김태균이 '왼손 교타자' 이치로를 따라잡은 비결

거포에 발이 빠르지 않은 우타자인 김태균이 대표적인 왼손 교타자 이치로의 기록을 따라잡은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김태균은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2회초 무사 1루 상황에 들어선 첫 타석에서 중견수 앞으로 굴러가는 안타를 때려냈다.
이로써 지난해 8월 7일 NC 다이노스전부터 이날까지 69경기 연속 출루 행진을 벌인 김태균은 이치로가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에서 뛰던 1994년 세운 아시아 최다 연속 경기 출루 기록에 타이를 이뤘다.
김태균은 KBO리그 통산 280홈런을 때려낼 만큼 장타력을 갖춘 오른손 타자다. 통산 도루가 25개 뿐일 만큼 발도 그리 빠르지 않다.
이런 타자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교타자 이치로가 세운 기록에 타이를 이뤘다.
이치로는 정교한 타격 능력과 빠른 발을 앞세워 최고의 교타자로 군림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 56개의 도루를 성공할 만큼 발이 빠른데다 왼손 타자라 내야안타를 만들어내기가 김태균에 비해 훨씬 수월하다.
김태균은 거포임에도 정교함을 갖추고 있다.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해 순위에는 올라있지 않지만, 김태균은 13일까지 타율이 0.403(77타수 31안타)에 들했다.
그만의 독특한 타격폼 덕이다. 타석에서 두 발을 넓게 벌리고 낮은 자세를 보이는 김태균은 양 발을 땅에 고정하고 타격을 한다. 또 턱을 왼쪽 어깨에 딱 붙이고 공을 기다린다.
이로 인해 시야가 흔들리지 않은 상태에서 공을 오래 볼 수 있다.
김태균은 테이크백을 거의 하지 않는데, 변화구에 대처하기 좋다.
선구안이 좋은 것도 김태균이 최다 연속 경기 출루 행진을 가능케 한 요소다.
13일까지 김태균의 삼진 대비 볼넷 수은 1.78개로 현재 리그 1위인 최형우(KIA 타이거즈·1.43개)보다 월등히 높다.

김태균의 OPS(출루율+장타율)는 1.110으로 현재 리그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한동민이 1.177로 1위, 최형우가 1.163으로 2위다.
부상 탓에 공백이 있어 연속 경기 출루 기록을 이어갈 수 있을지 물음표가 달리기도 했다.
지난 4월 22일 수원 kt전에서 64경기 연속 출루해 펠릭스 호세가 가지고 있던 KBO리그 최다 연속 경기 출루 기록을 갈아치운 김태균은 다음 날인 4월 23일 kt전에서 오른 햄스트링에 통증을 느껴 열흘 넘게 실전에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11일 대전 롯데전에서 3타수 무안타를 기록하고도 마지막 타석에서 볼넷을 얻어내 출루 기록을 이어간 김태균은 이후 매 경기 한 번 이상 출루해 기록을 늘려갔다.
한화 김성근(75) 감독은 "김태균이 복귀 첫 날 확실히 감각이 떨어진 모습이었는데 볼넷을 고르면서 감을 찾는 것 같았다"며 "방망이만 제대로 나오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내 좋을 때 각도로 방망이가 나오더라"고 설명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김성근(75) 감독은 "LG 선발 임찬규가 구속도 늘고, 직구가 낮게 들어오더라. 제구가 좋고 볼끝이 살아있다. 점수가 많이 나지 않을 것"이라며 "김태균의 기록 행진은 매일이 고비지만, 오늘이 진짜 고비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김태균은 김 감독의 예상을 깨고 출루에 성공해 이치로의 대기록에 타이를 이뤘다.
김태균이 16일 고척 넥센전에서도 출루에 성공하면 아시아 신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메이저리그 최다 연속 경기 출루 기록은 테드 윌리엄스가 1949년 기록한 84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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