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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서비스원이 촉발한 복지서비스 민간위탁 논쟁…해법은?

등록 2019.04.01 10: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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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관련 시민단체 "문제 많은 민간위탁 이제 그만"

복지단체 "30년 아이들 키운 공로 무시, 부모 만족도 높아"

사이에 끼인 서울시 "한번에 민간위탁 모두 공공화 불가능"

【서울=뉴시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공공성 강화 및 서울시장 면담 촉구 농성. 2019.04.01. (사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공)

【서울=뉴시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공공성 강화 및 서울시장 면담 촉구 농성. 2019.04.01. (사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공)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민간영역에 위탁돼온 장기요양·장애인활동지원·보육 등 복지서비스를 공공차원에서 직접 제공하는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이 등장과 함께 기존의 복지서비스 민간위탁 방식이 바람직한지를 놓고 본격적인 논쟁이 시작됐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 산하 공익법인인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은 국·공립 복지시설을 직접 운영하고 복지서비스 종사자들을 직접 고용한다. 사회서비스원은 장기요양, 노인돌봄, 장애인 활동지원 등 각종 지역사회 돌봄서비스도 직접 제공한다.사회서비스원은 민간위탁 일색인 현 복지전달체계에 변화를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사회서비스원의 서울시 복지서비스 분담률은 초기에는 2~3%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 분담률을 15% 이상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지방자치단체는 대부분의 복지서비스를 민간법인들에 위탁해 제공하고 있는데 이 같은 현황에 변화를 주려는 시도가 사회서비스원이다. 사회서비스원의 등장은 그간 잠잠했던 서울시 복지서비스 시장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사태로 사립유치원들의 유치원 시장 장악 문제가 표면화된 것도 복지서비스 민간위탁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

복지 관련 시민단체들은 공공영역에 해당하는 복지서비스가 민간영역에 좌지우지되는 현실을 더이상 보고만 있어선 안 된다며  민간위탁 방식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반면 복지사업을 해왔던 법인들은 이 주장을 반박하며 민간위탁의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는 지난달 22일부터 31일까지 서울시청 인근에서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공공성 강화 및 서울시장 면담 촉구'를 주제로 집회와 농성을 병행했다.

이들은 "최근 진각복지재단이 복지관 등 사회복지시설을 위탁받아 운영하면서 노동자에게 종교행위와 기부금을 강요하는 등 시설을 사유화하고 공공성을 훼손하는 일이 발생했다"며 "사회복지시설의 사유화와 비민주적 운영이 발생하는 이유는 서울시의 1600여개의 사회복지시설 대부분을 민간이 운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복지서비스의 민간중심 전달체계는 사회복지현장의 비리와 인권침해가 끊이지 않고 반복되게 하는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서울시는 사회서비스원을 통해 '사회복지시설의 직접운영과 노동자의 직접고용을 통해 좋은 일자리와 좋은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서울시의 사회서비스원 계획에는 1600여개의 사회복지시설의 직접운영 계획이 전혀 없다"며 "보건복지부가 계획했던 위법, 불법 사회복지시설의 직접운영 계획조차도 찾아볼 수 없다. 민간의 잘못된 운영으로 문제가 됐던 사회복지시설을 또 다시 민간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복지시설을 위탁받아온 법인들은 민간위탁 방식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공립어린이집 원장들은 민간위탁 방식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한다.

김종필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정책연구소 소장은 최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보육정책에 대한 반성적 성찰 정책토론회'에서 "현재 국공립어린이집은 97% 정도가 위탁운영되고 있다. 국공립어린이집의 보육서비스와 부모의 만족도는 인정하면서도 위탁제도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국공립어린이집 위탁심사의 경우 현행 영유아보육법규와 보건복지부의 보육사업안내지침, 서울시 지침 등에 따라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국공립어린이집 위탁운영에 있어 특혜와 부조리가 있을 수 없다. 만약 특혜와 부조리가 있었다면 부모의 만족도가 높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정 자양어린이집 원장은 "영유아보육법 개정 이후 30여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열악한 보육환경 속에 묵묵히 보육 일선에서 최선을 다해온 (민간위탁) 국공립어린이집의 희생과 공로가 왜곡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이 은초록어린이집 원장은 "국공립어린이집 위탁운영이 잘못된 것인양 치부되는 현실이 유감스럽다"며 "투명하고 우수한 어린이집임을 여러 방법으로 증명하고 있는데도 사유화 등 오해를 받는 부분은 고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곤란해하고 있다. 시는 민간위탁방식을 직접운영으로 전환하는 단초를 마련하기 위해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하긴 했지만 사회서비스원만으로는 넘쳐나는 복지수요를 감당하기 역부족이다. 국·공립어린이집이 새로 출범한 사회서비스원의 업무범위에서 제외돼 한동안 기존 민간위탁 방식으로 유지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배형우 서울시 복지기획관은"지금까지 민간영역이 정부가 하지 못한 많은 활동을 해왔다. 그것을 무시할 수는 없다"며 "예산 등을 감안해도 전부 다 공공으로 전환할 수는 없다, 한번에 모든 민간위탁을 공공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민간위탁을 둘러싼 논쟁이 짧은 시간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시는 사회서비스원의 운영성과를 바탕으로 민간위탁 부분을 어느 정도까지 공공영역으로 끌어올 수 있을지 장기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배 기획관은 "사회서비스원은 대통령 공약사항이고 그동안 4~5년간 논의를 많이 해왔다. 7월이 넘어야 본격적으로 사회서비스원이 출발한다"며 "그 때까지 이해관계자들의 얘기를 많이 듣겠다. 천천히 차근차근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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